국가로부터 버림받은 국가유공자와 가족들

며칠 전 제가 원고를 대리해 맡았던 사건에서 청구 기각 판결을 받았습니다. 법원에서 소송구조를 받았던 원고가 상담을 요청해서 상담을 한 후 담당했던 사건입니다. 제 할아버지도 한국전쟁 당시 부상을 입어 제대 후 힘겨운 삶을 살다 돌아가셨고, 최근에서야 아버지께서 대신 훈장을 받으셨던 일이 있어 어려운 사건이지만 원고를 도와드리고 싶었습니다.

원고의 부친은 한국전쟁 당시 박격포탄에 눈을 잃고,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제대 후 사망하셨습니다. 유복자였던 원고는 이후 모친이 재혼을 하면서 고아가 되었고, 어린 시절 할머니를 어머니로 알고 성장하다가 할머니도 돌아가시면서 친척집을 떠돌게 됐습니다. 당연히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했던 원고는 이후 사회에 나가서도 아무것도 없이 많은 고난을 묵묵히 견뎌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갖은 고생을 하다가 60여년이 흐른 후 원고는 국가를 상대로 자신의 부친이 국가유공자라는 것을 인정해달라는 소를 제기했습니다. 이런 원고의 청구에 대해 보훈청은 원고의 부친이 한국전쟁 당시 부상을 입었다는 증거를 대라고 반박했습니다. 물론, 아버지를 본 적도 없는 원고가 그런 증거를 가지고 있을 턱이 없었고, 그 증거는 사실 국가가 보관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원고가 기나긴 소송 과정에서 부친의 병적부와 육군병원에서의 치료 기록을 찾아냈고, 그 기록의 내용을 부인할 수 없었던 보훈청은 결국 원고의 부친을 가장 등급이 낮은 공상군경 7급으로 인정해줬습니다. 육군병원의 기록에 원고 부친의 양안 시력이 0.2, 0.1로 기록되어 있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하지만 원고 부친이 제대한 후 같은 마을 옆집에 살았던 사람들은 원고의 부친이 양 눈을 실명했고, 제대 후 치료를 받지 못하다가 1년 후 사망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원고는 이에 다시 7급은 너무 등급이 낮다며 등급 부여를 취소하고, 부친의 부상과 사망이란 희생을 반영할 수 있는 등급을 부여해달라며 소를 제기한 것이었습니다.

이번에도 보훈청에서는 기존처럼 원고의 부친이 양 눈을 실명하였다거나, 그로 인해 사망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자신들의 7급 등급 부여도 여러 사정을 반영한 너그러운 성격의 처분이었다는 주장을 반복했습니다. 정황상 원고의 부친이 군 복무 중 부상을 입었을 때나 그 이후 제대했을 때도 국가는 제대로 치료를 해주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국가는 국가를 위해 자신의 삶을 바친 원고의 부친을 외면했고,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런 부친의 명예를 회복하겠다며 소를 제기한 원고에게는 부친이 얼마나 부상을 입고, 왜 사망했는지 증거를 대라며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최근 보훈청이 보훈부로 승격된 이유는 원고나 원고의 부친 같은 국가유공자들의 헌신을 제대로 기리고 대우하기 위한 것일테지만, 실제 현실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국가유공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시혜를 베푼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이나 영국 등 다른 선진국에서는 국가유공자 인정과 관련한 자료를 국가가 수집하도록 하고, 그 입증책임을 국가가 지도록 하거나 입증 정도를 완화하고 있습니다. 그런 자료들은 그 성격상 원래 국가가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고, 개인이 갖고 있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원고가 국가유공자로 인정될 사실과 증거를 모두 주장하고 제출해야 합니다. 법원도 법률이 그렇고, 대법원 판례가 그러니 어쩔 수 없다며 손을 놓고 있습니다.

국가가 증거를 갖고 있음에도 개인인 원고에게 그 증거를 제출하라고 하는 모순된 상황, 이런 증거의 편재 때문에 많은 국가유공자들이나 그 가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여전히 승산없는 싸움을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국민이 국가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하고, 국가가 국민을 제대로 대우하는 것은 바로 국가라는 공동체를 위해 희생한 분들에게 합당한 대우와 예우를 갖추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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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항소 인용 ‘피고인은 무죄’

지난 주에는 참 기쁜 소식이 있었습니다. 제가 1심부터 변호인단으로 참여했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서 피고인이 유죄로 인정됐던 1심과 달리 항소심에서 전부 무죄로 선고됐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은 문재인 정부 1호 국가보안법 사건으로 알려졌는데, 북한 출신 프로그래머들이 개발한 프로그램을 국내에서 유통한 것과 관련된 사건입니다.

기존에 여러 차례 언론에 보도된 사건인데, 뉴스나 스트레이트 등 시사고발 프로그램으로도 많이 알려진 사건입니다. 피고인은 중국에서 북한 개발인력을 활용해 뛰어난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국내에 납품하고, 세계 경진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후 정치적 상황이 변화됐고, 그에 따라 피고인의 사업도 위기를 맞았을 뿐 아니라 기업의 대표였던 피고인은 공포의 대상인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굴레를 쓰고 구속이 되었습니다.

1심이 진행되면서 국가보안법 사건에서는 이례적으로 피고인이 보석으로 석방되어 불구속으로 재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피고인의 행위가 과연 국가보안법이 처벌하려고 하는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정도인지, 피고인이 그런 행위라는 것을 인지했는지, 제출된 증거의 증거능력이 있는지 등 수많은 쟁점들이 3년 동안 공판정에서 다투어졌습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일부 내용에 대해서만 무죄를 인정하였을 뿐 대부분 혐의에 대해서 유죄로 보아 징역 4년을 선고하면서 피고인을 법정구속했습니다.

변호인단의 앞에서 피고인이 법정구속되는 상황이 발생하니, 피고인 본인뿐만 아니라 변호인단이었던 저 역시 당황스럽고, 힘이 쭉 빠지게 됐습니다. 한동안 변호인단도 힘을 내지 못하던 차에 새로 변호사분들이 참여하면서 다시 전열을 정비하여 법리적인 부분과 사실 인정에 대해 치밀하게 의견서를 제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공판이 장기간 진행되어 1년 반 가까이 흐르자 다시 피고인이 보석으로 석방된 상태에서 변론이 종결되었는데, 선고기일이 다가오자 떨리는 마음을 가눌 길이 없었습니다.

마침내 선고를 하는 날, 공판정에 들어가 30분 가까이 선고를 듣는데 처음에는 변호인단의 남북교류협력법 적용 주장을 배척하고, 일부 사실에 대해서만 혐의 인정을 배척하여 불안감을 누를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점점 선고가 이어지면서 피고인의 범죄에 대한 주관적 인식이 없었다는 설명이 나오면서 저나 변호인단의 다른 변호사들 얼굴이 환해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재판장님이 피고인을 일어서게 하고 ‘피고인은 무죄’라고 말하는 순간 눈시울이 뜨거워지면서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이었습니다.

그 오랜 시간 피고인이 겪어야 했던 고초와 피고인이 공을 들였던 사업이 모두 무너지게 된 데 대한 안타까움도 있었고, 그래도 우리 법원에서 정치적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법리에 따른 판단을 하는 판사들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되는 순간 수년간 피고인의 공판마다 오셔서 방청하시며 아들의 무죄를 호소하셨던 피고인의 아버님이 박수를 치고 일어서 눈물을 흘리며 감사하다고 외치는 모습을 보고 또 마음이 찡해지기도 했습니다.

1심에서부터 검찰에서는 이 사건이 정치적 사건이 아닌 경제적 목적의 사건이라는 것을 강조했는데, 생각해보면 중국을 경유한 삼각무역이나 남북경협사업을 이런 식으로 사후적으로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범죄로 처단하다 보면 향후 어떻게 남북간 민간의 경제적 교류가 가능할 것인지 참으로 암담합니다. 하지만 이번 판결처럼 우리 사회를 보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로 만들어 가는 노력이 쌓인다면 언젠가는 지금의 정치적 대립이 완화되고, 공존공영하는 미래가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선고 후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를 하는 피고인을 보면서 피고인과 그 가족들이 겪었던 어려움이 다시 한번 생각났습니다. 가정의 중심이었던 아버지가 구속되자 생활비와 학비 걱정을 해야 했던 가족들, 보석 기간에는 조금이라도 생활비를 벌어놓겠다며 하루도 쉬지 않고 공사 현장에서 나가 일을 하던 피고인을 보며 저녁에 가족들이 모여 따뜻한 식사를 할 수 있게 된 것이 참으로 기뻤습니다. 저는 쉽지 않은 사건이었지만, 그렇기에 보람도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변호인단과 헤어져 사무실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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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법 개정과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 주관자 범위 확대

지난 월요일에는 국회가 그동안 밀려 있었던 과제들을 한번에 많이 끝냈습니다. 많은 관심이 집중됐던 보훈처를 보훈부로 격상하고, 재외동포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나 이동형 영상정보처리기기나 개인정보 전송 요구권 등을 도입하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등도 통과됐지만, 제가 이사로 있는 나눔과나눔에서 오랫동안 준비해왔던 장사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마침내 의결이 되었습니다.

줄여서 장사법이라고도 하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은 기존에 사망자의 장례를 주관할 수 있는 연고자 범위를 법률상 친족이나 사망 전 보호하던 행정기관이나 치료기관 등으로 한정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점차 개인화, 파편화되면서 이러한 친족이나 가족과 단절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됐습니다. 결국 사망한 분이 가족들과는 연락을 하지 않았지만 사실혼, 동거를 하거나, 수십년 동안 친분이 있는 지인이 있는 경우도 생기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에도 장사법은 매우 한정된 범위에서만 장례를 치를 수 있는 연고자를 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연락을 하지 않던 가족들이 시신을 포기하면 무연고 사망자가 되어 동거를 했거나 지인이라도 장례를 치를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법조항은 과거 가족과 친척들이 한 곳에 집단으로 정주하던 농업 사회를 전제한 것으로 현재의 변화된 사회에는 적용되기 어려운 것입니다.

제가 예전에 나눔과나눔의 연구 프로젝트에서 작성해 국제심포지엄에서 발표했던 보고서에서도 이에 대해 언급한 바 있는데, 이제는 연고자의 범위를 확장해 보다 널리 사망자의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몇년 전 보건복지부의 가이드라인으로 해당 조항의 해석을 통해 이러한 범위의 확대가 이루어졌고,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도 보완되고 있었지만 이제 법률의 명시적 조항으로 논란의 여지를 줄이게 되었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연고자 범위 전체를 확장한 것은 아니고, 무연고 사망자에 한정하여 사망하기 전 장기적·지속적인 친분관계를 맺은 사람 또는 종교활동 및 사회적 연대활동 등을 함께 한 사람, 사망하기 전 본인이 서명한 문서 또는 「민법」의 유언에 관한 규정에 따른 유언의 방식으로 지정한 사람을 장례 주관자로 인정할 수 있도록 하여 제한적으로만 확대된 것입니다. 앞으로는 무연고 사망자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모든 사망자에 대해서 연고자 범위가 확대되어 돌아가신 분의 의사와 존엄성이 존중되는 ‘가족 대신 장례’, ‘내 뜻대로 장례’가 활성화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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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2. 10. 에너지경제신문 칼럼 기고 – 인공지능(AI)의 가치판단이 허용될까

작년 말에 오픈AI에서 공개한 챗GPT로 전세계가 떠들썩합니다. 일론 머스크도 설립에 처음 참여했던 오픈AI의 성과인데 최근 투자를 많이 했던 MS로서는 회심의 반격이라고도 보입니다. 챗GPT가 관심의 초점이 되자 구글에서는 적색 경보를 울리면서 기존에 개발했던 인공지능 챗봇인 Bard를 공개하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챗GPT가 인기를 끌자 저도 질문을 해봤습니다. 전부터 실제 인공지능에게 트롤리 딜레마(Trolley Dilemma)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챗GPT를 사용한 다른 사람들처럼 저 역시 답변의 내용에 깜짝 놀랐습니다.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번 칼럼을 작성해 기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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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법률용어집 출간 기념회

이번 달 중순에는 제가 위원장으로 있는 서울지방변호사회 중국소위원회에서 한중법률용어집을 출간하는 기념식이 있었습니다. 중국소위원회 위원들 중 6분의 변호사분들이 1년 넘게 없는 시간을 쪼개 한국과 중국에서 많이 사용되는 상용계약서 12개를 중문과 한글로 서로 번역하고, 계약서에서 사용된 용어들을 설명하는 책을 발간했습니다.

이 작업은 원래 제가 중국소위원회의 위원장이 되기 바로 전 위원회에서 추진하려고 했던 것이었는데 당시 위원분들이 여력이 없어 미뤄졌던 것이었습니다. 당시 간사였던 제가 위원장이 되어 이번 임기에는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진행을 하여 마침내 임기를 며칠 안 남기고 법률용어집 출간과 그 기념회까지 열게 된 것입니다. 법률용어집 준비 TF의 위원장을 맡았던 분이 중국 북경대에서 법학을 전공했는데 책임감을 가지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끝까지 사업을 마무리해서 책이 출간될 수 있었습니다.

출간 기념회를 준비하면서 그동안 위원분들이 많은 애를 쓰셨고, 서울지방변호사회 명의로 출간되는 것이어서 관심이 있을 법한 분들을 최대한 많이 초청하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서울지방변호사회 임원들 뿐 아니라 주한중국대사관, 대한변협과 사내변호사회 관계자, 학계와 한국에 있는 중국변호사 등 많은 분들을 초청해서 축하해주고, 널리 알리고자 했습니다. 다행히 예상보다도 많은 분들이 참석해서 열띤 분위기 속에서 출간 기념회가 진행됐습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는 회장 직무대행으로 부회장님이 축사를 하셨고, 주한중국대사관에서는 팡쿤 공사님이 축하 영상을 보내주셨습니다. 이후 진행된 책 내용 소개 절차에서 저는 소위원장으로서 좌장을 맡고, 법률용어집 출간 사업에 가장 열심히 참여했던 위원분들이 사회와 발제를 하여 출간 기념회가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원래 계획은 이번 상용계약서에 이어서 다른 분야의 용어들에 대해서도 시리즈로 용어집을 발간하는 것이었으므로, 다음 중국소위원회에서도 계속 동일한 사업을 발전시켜 나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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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공동주택관리 온라인 워크숍 강의

작년 말에는 경기도에서 공동주택관리를 담당하는 시군 감사 담당 공무원들을 상대로 감사 업무에 필요한 법무 지식에 대한 강의를 하게 됐습니다. 제가 수년간 경기도청에서 공동주택관리 감사 위원을 맡아서 현장조사와 감사결과에 대한 심의를 담당했었는데, 작년에 공동주택 현장조사를 함께 나갔던 주무관님이 연말에 강의를 해줄 수 있냐는 요청을 받고 강의를 맡게 됐습니다.

저는 기존에 다양한 주제로 강의를 해봤기 때문에 강의 자체를 준비하면서 크게 어려움은 없었지만, 공동주택 감사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라고 하니 어떤 내용으로 강의를 해야 도움이 될지 약간 고민이 됐습니다. 그래서 전년도에 강의하셨던 분들의 강의자료를 참고해서 방향을 잡고, 담당 주무관님과 통화를 해서 실제 감사 담당 공무원들이 필요로 하는 법률 지식이 무엇인지 확인을 했습니다.

그렇게 강의안 준비는 큰 무리 없이 마무리가 됐는데, 이번 강의에서는 특이하게도 대본까지 필요하다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나 넓은 지역에 분포되어 있는 시군 공무원들을 한 장소로 모아서 강의를 하기 어려워서인지 강의를 온라인으로 하는데, 네이버 TV로 생중계를 하기 때문에 강의안의 각 페이지별로 카메라 기사가 화면을 전환해야 되서 다음 페이지로 언제 넘어가는지 알기 위해 대본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평소 강의를 하면서도 따로 대본을 작성해본 적은 없었기 때문에, 막상 대본을 쓰려고 하니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담당하시는 분과 전화 통화를 해서 어느 정도나 상세하게 대본을 작성해야 하는지 문의를 해서 어찌어찌 대본도 완성이 되었습니다. 마침 강의 전에 공동주택관리과 점심 회식이 있어서 과장님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강의 관련 내용도 얘기하면서 긴장을 풀 수도 있었습니다.

강의 시작 20분 전에 담당 주무관님과 경기도청에 있는 스튜디오로 이동해 강의 준비를 했는데, 의자 위치까지도 카메라 각도에 맞춰져 있어 의자에 몸을 맞추는 상황까지 연출됐습니다. 강의가 2시간 좀 안 되는 시간 동안 진행됐는데, 생방송이라 소음이 큰 온풍기를 끄고 방송을 할 수밖에 없어 나중에는 추위에 몸이 덜덜 떨렸습니다.

그것 외에는 별다른 문제 없이 강의를 잘 마쳤는데, 방송을 끝내고 나가니 담당 주무관님이 전에 강의를 좀 해보셨냐고 물어보는 것이었습니다. 웃으면서 이런저런 강의들 좀 해봤다고 답했더니, 확실히 강의를 해보셔서 다르다며 칭찬을 하기에 좀 민망하기는 했지만 강의를 들은 다른 분들도 잘 이해를 하셨을 것 같아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강의를 통해 관련 업무를 하는 공무원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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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2. 에너지경제신문 칼럼 기고 – 외부 법률감사로 정비사업 투명성 높여야

이번 달에도 제 변호사 업무 경험을 기초로 에너지경제신문에 칼럼을 실었습니다. 한동안 공사가 중단되어 논란이 많았던 둔촌주공아파트 등 재개발과 재건축 정비사업에 대해 제가 오랫동안 서울시 등 지자체 및 국토부와 감사의 일종인 실태점검을 하면서 느꼈던 소회와 앞으로의 개선 방안에 대해 적어 봤습니다.

지금까지 40여개가 넘는 재개발, 재건축 조합들에 대한 실태점검을 하면서 조합에서 법률자문을 받는 변호사나 법무법인을 두고 있음에도 조합 행정이 법령을 제대로 준수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물론 일부 법령의 경우에는 실무와 괴리가 있어 기준대로 따르는 것이 매우 힘든 것도 현실이긴 하지만 어떤 경우는 위법과 적법의 기준조차 모르거나, 감시의 눈이 없어 기준을 무시하려는 의도가 보이기도 합니다.

제가 조합 관련 소송사건들을 하면서도 느끼는 것이지만, 정확한 규정이 없어 지키지 않는 경우만이 아니라 규범을 지키는 것이 불리해서 지키지 않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이 경우 불이익을 입는 것이 때로는 조합원이고, 때로는 조합 임원인 경우도 있으며, 때로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 사회 전체인 경우도 있습니다. 비록 정비사업보다 규모는 작을지언정 공동주택 관리와 관련하여 발생하는 비리 역시 구조는 비슷합니다.

결국 법령을 준수함으로써 발생하는 불이익보다 법령을 위반할 때 얻는 이익이 큰 경우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저도 외부 법률감사가 시행된다는 것만으로 도깨비 방망이처럼 정비사업과 공동주택관리에 꽈리를 틀고 있는 부정과 부패를 일소해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마치 외부 회계감사에 대해서도 그 장단점에 대한 주장이 부딪히지만, 이를 통해 회계 투명성이 일정 부분 확보된 것은 사실이므로 외부 법률감사 역시 시도해볼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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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변호사회 인공지능 로봇 관련 강의

이번 달에는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인공지능 로봇과 관련한 강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제가 인공지능 로봇의 법적 지위와 관련한 논문과 책을 발간한 것을 알고 계신 변호사님이 내용이 흥미롭다고 추천을 해주셔서 국제거래 커뮤니티의 연수 교육으로 서울지방변호사회 회관에서 변호사 회원분들을 상대로 인공지능 로봇과 관련된 현재와 미래에 관해 강의를 하게 됐습니다.

제가 개업을 하고 담당하던 사건이 적은 편일 때는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개최하는 연수에 많이 참여를 했었는데, 점점 하는 일들이 많아지다보니 참여 횟수가 줄어들었습니다. 제가 강의를 하게 된 강의실에서도 몇번 강의를 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는 제가 강사로 강의를 하게 되다니 그 사이 시간이 많이 흘렀다고 느꼈습니다.

줌이란 프로그램을 이용한 온라인 강의라, 강의를 시작하기 전 제가 미리 보냈던 강의 자료가 제대로 돌아가는지 한번 확인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제가 보낸 파일 포맷이 아니라 다른 파일 포맷으로 변경을 해둬서 제가 하려고 했던 언론 기사나 동영상을 볼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있었습니다. 다행히 제가 가져간 파일이 있어서 새로 파일을 복사해 시연을 했는데 프로그램이 링크를 통해 다른 페이지로 연결되는 부분을 보여주지 못해서 그때마다 새로 설정을 해야 하는 문제가 다시 생겼습니다.

그래도 퇴근 후, 더구나 저녁 식사시간에 제 강의를 들으시는 분들에게 원래 준비했던 내용을 다 전해드리고 싶어서, 강의를 하면서 계속 화면 전환을 하는데… 생각처럼 쉽지는 않았습니다. 한편으로는 최첨단 이슈인 인공지능과 관련된 강의를 하면서 막상 강의 과정에서는 상당히 아날로그적인 방법으로 강의가 진행되는 것을 보고 속으로는 약간 웃음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2시간 가까운 시간을 정신없이 말을 쏟아내면서 어찌어찌 강의를 끝냈는데, 다행히 채팅창에 화면 전환와 관련해 많은 불만이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협회 직원도 원래 계획과 달리 진행이 됐는데도 몇번 하고 나니 나중에는 큰 문제 없이 부드럽게 진행됐다는 말로 제 어깨를 좀 가볍게 해줬습니다. 다만, 강의 마지막 질의 및 응답 시간에 더 실무적인 내용을 얘기하기도 하는데, 이번 온라인 강의에서는 강의 내용에 대한 질문이 나오지 않아 시간이 모자라 강의에서 제외했던 인공지능 관련 개인정보 보호 관련 내용을 설명하지 못한 것이 좀 아쉬웠습니다.

지금까지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강의를 해봤는데, 확실히 온라인 강의는 오프라인 강의보다 시청자의 반응을 알기도 어렵고, PC로 계속 온라인 프로그램을 조작하느라 강의 진행이 직관적이지 않아 불편한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계획했던 것과 달리 세팅이 되어 있어서 강의 진행에는 어려움이 좀 있었지만, 바쁜 시간을 내서 제 강의를 들어주셨던 서울지방변호사회의 변호사님들이 하나라도 의미있는 것을 얻어 가셨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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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 릴레이트 난민 교육 강의

지난 달에는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운영하는 공익법인인 동천에서 해마다 운영하는 릴레이트 교육이 있었습니다. 예전에 동천에 근무하셨던 양동수 변호사님 때부터 시작된 난민 지원 활동가와 변호사들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인데 이후에도 꾸준히 이어져 왔습니다. 동천에서 단독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한변호사협회와 공동으로 하는 경우도 있는데, 저도 이전에는 난민사건의 국내피신과 관련한 내용의 강의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난민 사건과 관련된 내용을 교육한 것은 아니고, 제가 단장을 맡고 있는 대한변호사협회 산하 난민법률지원변호사단의 활동을 설명하면서 향후 제3기 변호사단 모집에 대한 홍보를 겸하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전체 강의 순서 중 마지막 차례로 미리 준비한 내용의 강의를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수강생들이 자리를 뜨지 않고 계속 강의를 듣고 있었습니다. 저도 강의가 마지막으로 달려가면 피곤하기도 해서 얼른 귀가하고 싶어지는데, 다들 잘 견디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놀랐던 것은 강의가 끝난 이후 여러 수강생들이 강의 내용 관련 질문을 하고, 다음 변호사단에 지원하고 싶어했다는 것입니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난민에 대한 관심이 늘어서인지 이제 곧 변호사 실무를 시작하려는 수강생들의 적극적인 모습이 기뻤습니다. 앞으로 보다 많은 활동가들과 변호사들이 절박한 처지의 난민들을 조력하는데 힘을 보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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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개청구 사건의 특성과 승소 판결

최근 올해 4월경 맡았던 정보공개청구 사건의 선고가 있었습니다. 결과는 예상했던 것처럼 승소 판결이었는데, 행정 사건치고는 다른 사건들보다 쟁점이 복잡하지 않아서 인지 빨리 결론이 난 것 같습니다. 공공기관을 상대로 하는 사건이다 보니 아무래도 행정청인 피고 쪽으로 기울어진 행정사건이란 성격도 갖고 있지만, 최근에는 다른 흐름도 보입니다.

정보공개청구는 다른 사건을 하면서 종종 병행해서 진행되는데, 저는 신청인이나 피신청인을 대리해본 적도 있고, 행정심판위원회에서 제3자인 심판자 입장에서도 사건들을 접해본 적이 있어 다양한 생각이 들곤 합니다.

먼저, 이번에 원고를 대리해서 승소했던 사건처럼 공공기관들이 공공정보 공개에 있어 아직도 상당히 폐쇄적이고 방어적이라는 것입니다. 이미 공개된 행정안전부의 정보공개 기준이나 법원의 선례에 비춰 보더라도 이 정도 정보는 당연히 공개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정보도 최대한 그런 정보가 없다거나, 비공개 사유가 있다면서 공개를 꺼리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일부 공개를 하는 경우라도 개인정보 보호를 근거로 공개 범위를 과도하게 좁히기도 합니다. 물론, 과거와 달리 개인정보에 대한 정보주체의 민감도가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고, 이로 인해 사후에 공개된 정보의 정보주체가 민원 등 다른 문제를 제기할 소지도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정보공개법의 취지를 고려하면 과도한 공개범위 제한은 비공개나 마찬가지일 수 있습니다.

저도 경우에 따라서는 공공기관의 입장이 이해가 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어떤 사례에서는실제로 정보를 제공받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담당자를 괴롭히는 수단으로 악용될 때도 있고, 법령이나 공개기준 가이드라인이 불분명할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를 어떻게 제재하여 불필요한 행정소요를 줄일 것인가 하는 것도 향후 정보공개 제도의 비용과 효과간 균형 측면에서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무조건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의 공개를 일단 기피하려는 방향으로만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타당해 보이지 않습니다. 개인정보보호와 그 악용에 대한 제재와 억지 수단과 별개로 정보공개는 국가권력에 대한 국민의 감시 수단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최근 행정심판위원회나 법원에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 여부나 범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에 승소한 사건 역시 원고가 기존에 많은 정보에 대한 공개를 청구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렇게 계속 정보공개를 청구한 원인은 피고인 행정청이 제공한 측면도 있습니다. 1번에 충분히 공개할 수 있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절차 위반과 공개 범위 제한을 했기 때문입니다. 송달된 판결문을 읽어보면서 피고가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안타까움도 생깁니다. 결과적으로 담당자도 힘들고, 국민의 세금도 낭비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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