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연수원 겨울 유럽 여행 4

스위스에서 국제기구들을 방문한 후 다시 이탈리아로 향했습니다. 밤에 도착한 이탈리아 북부의 중심도시 밀라노는 패션으로 이름 높은 탓인지, 거리에서도 멋스러움이 느껴졌습니다. 밀라노의 밤거리를 즐기자는 생각에 다들 호텔을 나서 밀라노 두오모까지 갔는데, 전에 가봤던 피렌체 두오모와 달리 거꾸로 매달린 고드름처럼 첨탑과 기둥들이 삼각편대를 이루로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려는 듯 보였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스테인드글래스 역시 멋진 모습을 자랑하고 있었고, 두오모 주변의 건물들과 동상에서도 오랜 역사가 느껴졌습니다.

다음날은 각자 자유 일정으로 가고 싶은 곳에 가는 것이었는데, 저는 예전 이탈리아 여행때 중세 강성했던 도시국가였던 제노바를 가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여행에서는 제노바를 가볼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연수원 같은 조 동생 1명과 함께 제노바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제노바에 도착했을 때 첫 인상은 다소 퇴색된 어두운 느낌의 도시였는데, 제노바의 성당에 들어가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성당 내부가 온통 금으로 장식되어 말 그대로 번쩍번쩍 휘황찬란했기 때문입니다. 부자는 망해도 3대는 간다더니 과거 찬란한 영광의 역사를 간직한 제노바는 그리 만만하게 볼 도시가 아니었습니다. 곳곳에 남아 있는 섬세한 장식을 한 건물들과 건물 외벽에 붙어 있는 해시계 등 차근차근 살펴볼 곳들이 참 많았습니다.

제노바는 항구도시답게 해산물 요리로 유명한 식당이 많이 있었는데, 출출하기에 검색을 해보니 유명한 식당이 하나 있어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같이 간 동생에게 맛있는 저녁을 사주고 싶어서 찾아간 식당에는 비수기라 그런지 손님이 많지 않아 더 여유있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식당의 대표 메뉴인 해산물 요리와 와인 1병을 마시고 나니 기분도 좋아지고 힘도 나서 다시 일몰을 보러 제노바에서 일몰이 멋지다는 전망대 쪽으로 걸어갔습니다. 생각보다 길이 복잡해서 좀 헤매기도 했지만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본 이국적인 경치와 항구, 지는 해는 지금까지도 뇌리에 깊이 박혀 있습니다.

Views: 35

사법연수원 겨울 유럽 여행 3

파리에서 며칠을 보낸 후 프랑스를 떠나 스위스의 관광열차를 탔습니다. 나무로 인테리어가 된 고풍스러운 열차였는데 열차를 타고 둘러본 눈이 덮인 산악 풍경이 펼쳐진 스위스의 겨울은 예전에 방문했던 스위스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유럽여행을 하면 와인이 매우 저렴하기 때문에 다양한 와인을 사서 나눠 마시곤 했습니다. 스위스에서는 관광열차를 타고 가다가 마트에서 구입한 스파클링 와인을 덮여 있는 눈 속에 묻어 바로 시원하게 칠링을 해서 마시기도 했습니다. 멋진 겨울 풍경을 보면서 마시는 와인 한잔은 여행을 더욱 즐겁게 해주는 향신료 같은 존재였습니다. 또 국내에서는 구하기 힘든 헝가리산 디저트 와인인 토카이 와인을 사서 즐기기도 했습니다. 루이 자도의 본 로마네 와인 역시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었습니다.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국제노동기구(ILO)와 유엔난민기구(UNHCR)을 방문해 내용을 담당하는 업무에 대해 듣고 질문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국제노동기구에서 설명을 들었을 때는 그 구성이 노동자, 사용자 및 정부가 동일한 비율로 참여한다는 얘기에 국내에서의 대립적인 노사관계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유엔난민기구는 과거 사법시험 준비할 때 공부했던 국제법에 종종 나오던 국제기구여서 관심이 갔는데, 난민들에 대한 다양한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제가 이후 난민 관련 업무를 하게 된 것에 유엔난민기구를 방문했던 경험이 무의식중에 영향을 미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유엔기구 건물 인근에는 유엔 설립의 취지처럼 전 인류의 평화를 기원하는 의미의 조형물들과 기념비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제가 대학생 시절 대자보를 통해 알게 되었던 발칸전쟁 기간 중 있었던 비극인 스레브레니차 사건 기념비도 있었고, 전쟁에 사용되었던 포신이 묶인 포와 다리 하나가 부러진 의자도 있었습니다. 끔찍한 2차례의 세계대전을 겪고 나서야 교훈을 얻게 된 인간의 어리석음을 생각하면서, 저 역시 매일을 돌아보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Views: 17

사법연수원 겨울 유럽 여행 2

파리에서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는 생전 처음 미슐랭가이드 스타 식당에 가본 것이었습니다. 퓨전 일식의 점심 식사 코스요리가 나오는 곳이었는데, 먼저 식당에 들어가면 리셉션의 종업원이 코트를 받아서 별도의 코트룸에 코트를 보관해줬습니다. 종업원을 따라 자리에 앉으면 각자 메뉴를 고르고 식사를 하는데, 식사 도중 주방장이 나와서 자신의 요리가 어땠는지 물어보는 점이 이색적이었습니다. 음식도 괜찮았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리셉션에 근무하는 종업원의 당당한 태도였습니다. 처음 식당에 들어가 코트를 받아주고, 식당을 나설 때 직접 코트를 입혀주는데,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고 프로라는 자세로 당당하게 서비스를 한다는 느낌을 받아 저도 왠지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다음날 저를 비롯한 몇몇 일행들은 파리를 떠나 이른바 프랑스의 정원이라고 불리는 루아르로 고성 및 와이너리 투어를 갔습니다. 와인을 좋아하는 제가 일행 중 일부에게 제안을 해서 이루어진 것이었는데, 루아르 지방에 멋진 고성이 많고, 와인도 저렴하면서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좋은 와인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파리에서 이동하는데 거리가 좀 있기는 했지만, 오래된 성에서 보이는 멋진 풍경에 배가 고픈지도 모르고 열심히 가이드를 따라다녔습니다.

이동하는 도중에 프랑스 가정식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했는데, 푸짐하게 나온 식사와 이어진 와이너리 투어에서의 시음으로 기분이 더욱 즐거워졌습니다. 10년, 20년 가까이 된 화이트 와인인데도 여전히 풍부한 향과 맛을 간직하고 있는데, 가격은 한 변에 4, 5만원 정도여서 역시 국내에 알려지지 않았을 뿐 루아르 지방이 좋은 와인 산지라는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배부르게 식사를 한 후 와인을 마셨더니 이동하는 차 안에서 졸음이 쏟아졌는데, 투어 중 가장 아름답다는 성에 도착하니 멋진 모습에 잠이 달아났습니다.

루아르 지방 투어를 마치고 파리에 도착하니 늦은 밤이 되었고, 다음날 스위스로 이동해야 했기에 서둘러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Views: 534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 위원으로 일하면서 느끼는 것들

얼마 전에는 제가 위원으로 있는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 심리기일이 있었습니다. 행정심판위원회 위원은 변호사로서 일방 당사자를 대리하거나 변호하는 것이 아니라, 청구인과 피청구인 양측의 주장을 듣고 중립적인 위치에서 가장 합리적인 결론을 내리는 일인데 대한상사중재원의 조정위원과 좀 더 비슷한 역할입니다. 다만, 조정위원은 쌍방이 양보를 하지 않으면 다시 법원으로 사건을 돌려보내 변론절차가 진행되어 법관이 판결을 내리지만 행정심판위원회는 일단 행정소송에 이르기 전 단계의 최종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변호사는 자신의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 다양한 주장을 하는데, 그 주장이 타당한지 및 뒷받침하는 증거가 있는지는 법관이 판단하기 때문에 최종적인 판단의 정확성 여부에 대한 부담은 적은 편입니다. 물론, 전혀 논리적 타당성이 없거나, 근거가 없는 주장은 전체 주장의 신빙성을 약화시키기 때문에 그러한 주장을 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크므로 주의해야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행정심판위원회 위원으로서 결정문을 작성하는 것은 단순한 주장이 아니라 최종적 판단이 되는 것입니다. 자신의 판단에 따라 수많은 시민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행정청의 처분이 취소되기도 하고, 이에 따라 행정청이 다툴 수 없게 결론이 나기도 합니다. 이렇게 행정심판위원회 위원을 하다보니 법관이 느끼는 중압감이 어떤 것인지 느껴지기도 합니다. 변호사로서 법정에서 변론을 할 때 법대에서 변론을 듣는 법관들도 그러한 주장들의 당부에 대해서, 그리고 소송지휘와 관련해 어떠한 생각을 갖게 될지 예상이 됩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중단되었던 구두심리가 다시 시작되니, 청구인이나 피청구인이나 자신의 논리로 위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치열하게 다투는 것이 더욱 와닿기도 합니다. 심판 당사자들은 위원장님이 심판 상대방에게 발언 기회를 주면 자신도 동등하게 발언을 하고자 하는 의지도 강합니다. 하지만 수십개의 사건에 대한 결정을 해야 하는 위원회 일정상 한 없이 시간을 줄 수도 없습니다. 절차 진행에 있어 운영의 묘가 필요한 이유인 것 같은데, 저 역시도 법정에 당사자의 소송대리인이나 변호인으로 서게 되면 아마도 가급적 더 많은 시간 구두로 변론을 하고 싶을 것입니다.

이처럼 사람들은 각자 서 있는 위치에 따라 생각이나 이해관계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원이나 행정심판위원회가 있고, 법관이나 변호사도 있는 것일 겁니다. 다만, 어떤 위치에 서있더라도 최소한 그런 절차가 자신 혼자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 상대방이 있는 절차라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억울하고, 화가 나고, 답답하겠지만 상대방이 존재하는 절차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그러한 제도 자체가 운영될 수 없을 것이고, 우리 앞에는 오로지 말 그대로 ‘정글의 법칙’만 남게 될 것입니다.

Views: 16

사법연수원 겨울 유럽 여행 1

사법연수원에 입소해서는 강의를 듣고, 과제를 제출하며, 시험을 보면서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그렇게 바쁘게 1년을 보내고 나면, 1달 정도 일종의 겨울방학 같은 기간이 주어집니다. 연수생 중 어떤 부류는 이 기간 동안 시험준비를 하기도 하지만, 연수원에서 학회 활동을 했던 연수생들은 기관연수를 많이 가곤 하는데, 저 역시 사법연수원에서 인권법학회 활동을 했기 때문에 국제기구들을 방문하고, 틈틈히 여행도 하게 되었습니다.

학회원들이 업무 분담을 해서 방문할 국제기구들에 연락을 하고, 인터뷰를 준비하고, 숙소와 항공편을 예약하고, 숙소와 항공권을 예약하고… 등등 보람있고 알찬 연수 준비를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전체 일정은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해 이탈리아와 스위스에 있는 국제기구들을 방문하고, 자유시간에는 각자 여행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유럽에는 2002년 군 제대 당시 배낭 여행 이후 처음이라 이전에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게 된다는 기대도 많이 됐습니다.

마침내 비행기를 타고 13시간 이상 걸려 파리에 도착해 숙소에 짐을 풀었더니 저녁이 다 되었습니다. 예약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에펠탑의 야경을 보고 있자니, 예전에 파리를 여행할 당시 일들이 생각나 혼자 웃었습니다. 유람선을 타고 세느강을 내려가다보니 야간 조명을 비추는 주변 건물들이 아름다워 사진을 찍다가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제 여행 시계가 다시 빨리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날 오전에는 파리에 있는 법원을 방문하는 시간을 갖고, 루브르 박물관을 둘러봤습니다. 대학생 시절 파리에 갔을 때 루브르 박물관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여름철 휴가기간과 겹쳐서인지 관광객이 너무 많아 보고 싶은 작품을 제대로 보지 못해 아쉬웠기 때문입니다. 다시 찾은 루브르 박물관은 다행히 전보다는 좀 한가한 편이었기에 더 여유있게 전시품을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 봤던 개선문은 다시 보니 그 위용이 더 커 보였는데, 전에는 차를 타고 그냥 스쳐 지나갔던 것들도 다른 시간, 다른 마음으로 보면 달라 보이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 화재로 소실된 노트르담 대성당도 이름난 장미창 스테인드글래스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저녁 식사를 한 후 재즈 클럽을 찾아 음악을 듣다 보니, 파리에서의 또다른 하루가 그렇게 흘러갔습니다.

Views: 16

지적재산권 관련 형사고소 사건의 어려움

얼마 전 1년 반 가까이 걸렸던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한 형사 고소 대리 사건이 정식 공판 청구가 되었습니다. 고소 사건 상당수가 대부분 불기소처분으로 끝나곤 하는데, 수사기관에서는 고소인이 증거자료까지 다 수집해서 제출해주길 원해서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우스개소리로 밥상을 차려 떠먹여주기까지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기도 합다.

이번에 기소된 사건은 민사 사건도 함께 진행된 경우였는데, 출판계약에 따라 지급해야 할 인세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계약이 해지된 사건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피고인은 자신의 잘못으로 출판계약이 해지된 후에도 무단으로 제 의뢰인의 저작물들을 인쇄하여 유통시켰고, 이에 권리를 침해받은 의뢰인이 형사고소를 원했기에 의뢰인과 제가 다양한 증거를 수집해 고소장을 제출한 끝에 기소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는 피고인이 무단으로 제 의뢰인의 저작물들을 인쇄하여 유통시켰다는 점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를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저작물을 인쇄하고 유통시킨 업체들은 피고인과 밀접한 관계에 있어 그들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기가 어려웠는데, 수사기관에서는 계속 고소인인 제 의뢰인에게 증거를 찾아서 제출하라고 요구해서 곤혹스러웠습니다. 강제수사권이 없는 일반인이 증거를 모두 수집해 수사기관에 제출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수사기관의 이러한 태도는 우선 과중한 업무가 원인일 것입니다. 제가 사법연수생으로 검찰청에서 시보를 할 때도 처리해야 할 엄청나게 많은 사건 수에 깜짝 놀랐는데, 지금이라고 많이 나아지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복잡한 재산 관련 사건에서는 민법이나 지적재산권법 등 관련 법리를 충분히 이해하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수사기관에서도 변호사가 고소장을 작성해서 관련 법리와 증거자료까지 정리해서 주는 것을 좋아하는 것입니다.

그래도 이번 고소사건은 잘 마무리가 되어서 의뢰인이 저작권자로서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찾고, 경제적으로도 손해를 배상받을 길이 생겨서 다행입니다.

Views: 22

아직 순수함이 남아 있던 라오스 여행 3

방비엥에서 루앙프라방으로 가는 길에는 루앙프라방에 대한 기대감에 마음이 들떴습니다. 라오스 여행을 가기 전에 라오스 여행을 갔다온 분에게 가이드북을 선물 받았는데, 그 분이 루앙프라방에 대해서 극찬을 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조용하고 편안한 안식처 같은 곳이면서도, 다양한 즐길 거리가 있는 곳이라고도 했기 때문입니다.

루앙프라방에 도착해 숙소에 짐을 푼 후 멋진 일몰로 유명한 푸시산으로 향했습니다. 해질녘이 되어서인지 계단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많은 관광객들이 산을 올라 조용히 해가 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저도 좋은 위치를 잡고 바쁘기만 한 일상에서 벗어나 하늘이 노을로 물드는 것을 보면서 여유를 즐겼습니다.

푸시산에서 노을을 본 후 내려와 야시장을 둘러보고, 한 길거리 음식점에서 야식을 사먹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음식점이 특이했던 것이 마치 뷔페처럼 다양한 음식이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데, 그릇에 먹고 싶은 음식을 골라서 식당 주인에게 가져가면, 주인이 보고 계산해서 내야 할 금액을 알려줬습니다. 그런데 각 음식이 얼마인지는 표시가 되어 있지 않아서 혹시 바가지라도 쓰는 것이 아닌가 걱정했는데, 아직 라오스 주민들이 순수한 편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적은 금액이 나와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야식으로 배를 불린 후에는 방비엥에서 장시간 이동하느라 피곤해서 그런지 숙소에 가서 잠을 푹 잤습니다

다음날 아침에는 새벽에 일어나서 탁발 승려들에게 공양물을 주는데 참여했습니다. 탁발 승려들에게 주기 위해 전날 산 사탕과 바나나를 들고 나갔는데, 특히 귀여운 동자승들이 있어서 가져간 것들을 다 줘버려서 나중에는 줄 음식이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옆에 있는 여성이 자신이 갖고 온 밥을 대신 주라며 나눠주기에 고맙다고 말하고 줬는데, 막상 탁발이 다 끝나자 전날 산 사탕과 바나나보다도 많은 돈을 달라고 해서 좀 당황했습니다. ㅎㅎ 어쨌든 좋은 일을 하고 아침부터 기분을 망칠 필요는 없어서 돈을 주고 아침식사를 하러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오전에는 좀 쉬다가 루앙프라방에서 유명한 꽝시폭포로 가기 위해 오토바이를 개조한 툭툭을 탔습니다. 40분 정도 논밭이 옆으로 펼쳐진 길을 달려 꽝시폭포에 도착하니 우기라 그런지 물이 많았습니다. 물이 고인 라군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여행객들도 많이 보였는데, 저는 수영보다는 폭포를 보고 싶어서 바로 위에 있는 폭포로 올라갔습니다. 폭포로 가니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물도 많고, 올라가는 길도 일부 유실되어 있었습니다. 더 가까이 가니 폭포 소리가 요란하고, 바위를 타고 진주처럼 떨어지는 물방울들이 시원하게 떨어지는데 가슴이 뻥 뚫리는 것처럼 상쾌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꽝시폭포의 멋진 광경에 폭포 앞에서 한참 멍하니 물방울들을 보다가, 같이 간 일행과 함께 루앙프라방 시내로 돌아왔습니다. 루앙프라방 시내에는 유명한 사원이 하나 있는데, 사원 안에 있는 나가 5마리 형상의 가마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유명한 가마보다 사원 벽에 타일로 장식된 나무가 더 좋았습니다. 세계 여러 신화에 나오는 세계수와 같은 느낌의 나무였는데, 거친 듯 하면서도 묘한 매력이 있는 장식이었습니다.

라오스 가이드북을 준 분이 추천해 준 환타지아란 이름의 유명한 음식점이 있었는데, 인테리어도 독특하고 음악이나 조명도 몽환적인 느낌이어서 라오스에서의 마지막 밤을 즐겁게 보냈습니다. 특히 신발을 벗고 야외에 놓인 쿠션 같은 의자에 편하게 누워서 비어 라오를 마시다보니 하늘의 별도 보이고, 한국으로 돌아가기가 싫을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순수했던 라오스의 여행 마지막 밤이 흘러갔습니다.

Views: 725

주택재개발정비사업 관련 사건들 종료

지난 주에는 거의 2년 정도 걸렸던 주택재개발정비사업 관련 사건들을 마무리했습니다. 주택재개발 사업의 현금청산자였던 의뢰인들 10여명이 처음 의뢰했던 사건은 사업시행계획인가무효확인 사건이었는데, 이후 구청에서 인가한 관리처분계획에도 문제가 있어서 관리처분계획인가무효 사건도 함께 진행했습니다. 조합에서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는 과정에서는 제대로 절차를 거치지 않아 형사고소도 더불어 진행했습니다.

사업시행계획과 관리처분계획에 대한 인가는 법리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이미 사업이 많이 진행된 상태라면 행정소송의 성격상 정책적인 부분도 일부 판단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도시정비법상 사업시행계획과 관리처분계획의 하자가 법원에서 쉽게 인정되지 않는 이유는 이러한 부분도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다만, 이러한 법원의 태도는 조합의 위법하고 태만한 업무 수행에 면죄부를 주는 부작용 또한 낳게 되고는 합니다.

조합 관련 행정소송 중 법원이 가장 증거와 법리에 충실한 판단을 하는 것은 조합설립과 관련한 하자와 관련한 조합설립인가취소소송이나 조합설립인가무효확인소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조합의 설립 과정에서도 조합설립동의율이 법정 기준을 1%도 안 되는 차이로 넘겼기 때문에 조합설립동의서들과 관련한 중요한 하자가 있으면 정비사업이 중단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저는 의뢰인들과 함께 이 조합의 설립동의서 관련 중대한 하자들을 발견해 조합설립인가무효확인소송도 제기하였습니다.

이렇게 행정소송들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현금청산자들이었던 의뢰인의 토지와 건물이 수용되면서 제가 의뢰인들의 명도소송과 보상금 증액청구 소송까지 담당하였습니다. 명도소송 과정에서는 법리적으로 관련 행정소송 내용이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되기 때문에 이러한 내용을 주장하면서 치열하게 다투었습니다. 특히 조합에서 의뢰인들을 상대로 명도소송 소제기를 너무 조기에 하는 바람에 제가 이러한 소제기는 소권을 남용한 것이라는 항변을 했는데, 이러한 항변을 받아들여 한 명도사건에서는 조합의 청구를 명도청구를 인정하지 않은 결론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보상금 증액청구 소송에서는 일부 사건에서는 이의재결을 하지 않고, 바로 보상금 증액청구 소송을 한 것이었는데, 송달을 제대로 받지 못해 제소기간을 제대로 준수하였는지 문제가 된 사건도 있었습니다. 결국 유사한 사건과 관련 법령의 법리들을 주장해 제소기간 관련 문제를 해결하고, 화해권고결정을 받기도 했는데, 명확한 해석이 없어 일반적인 보상금 증액청구 사건처럼 감정만 문제가 된 것이 아니어서 쉽지 않은 사건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소송들이 함께 진행되면서 2년여 되는 시간이 흘렀고, 길어진 법적 분쟁에 지친 일부 의뢰인들은 조합과 합의를 하고 작년 가을경 먼저 사건들을 마무리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조합과 함께 마지막까지 다투던 의뢰인들 역시 이번 봄에 조합과 괜찮은 조건으로 합의를 하여 최종적으로 모든 사건들이 종료되었던 것입니다. 제가 조합에서 최종 합의서에 날인을 받아 의뢰인들에게 전달하면서 며칠 몸살을 앓으실 것이라고 말씀드렸는데, 역시 그동안 몸도, 마음도 많이 힘드셨는지 대부분 며칠 누웠다가 일어나셨다고 합니다.

저는 기존에 서울시에서 진행한 조합 업무와 관련해 실태점검을 5년 넘게 해왔는데, 이러한 경험이 관련 소송을 하면서 도움이 되기도 하고, 소송 과정에서 이론적으로 더욱 연구를 한 부분이 실태점검 과정에서 도움이 되기도 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이 조합 관련 사건들을 수행하면서 확실히 이론과 실무는 서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결국에는 하나로 연결되는 것이 맞다는 것을 경험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제 의뢰인들이 마음의 짐을 내려놨으니, 다시 편안한 일상의 기쁨을 누리면 좋겠습니다.

Views: 726

대학 친구와 지난 시절을 안주로 한 술자리

요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하도 어수선해서 저는 가급적 모임을 갖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런데, 며칠 전 대학 같은 과 친구가 갑자기 연락을 해서 건설 계약 관련해 자문을 받을 것이 있다고 하길래 검토해줬더니 식사를 사겠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랜만에 얼굴을 봤는데, 단 둘이서 만나서 그런지 새로 옮긴 회사 얘기 뿐만 아니라 가족들 얘기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대학시절부터 사귀던 여자친구와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낳아 잘 키우고 있었습니다. 벌써 큰 아이가 중학교 3학년을 다닌다고 하면서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저와는 많이 차이가 났습니다. 친구와 술잔을 기울이면서 대학 시절 얘기도 하고, 친구가 대학 졸업 후 취업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웠던 시절을 듣다보니 아직 한참 젊었을 나이인데 가정을 꾸린 후 감당해야 했을 마음 고생이 안타까웠습니다.

제가 대학교 2학년 때 과에서 반대표를 했었기 때문에 졸업한 후에도 나름 연락이 되는 같은 학번 친구들이 많은 편이라 과 동기들과 종종 모임을 가지려고 노력하곤 했습니다. 다들 회사일과 가정일로 바쁘다 보니 많은 친구들이 나오지는 못하는데, 그래도 단체 카톡방에서 각자 어떻게 지내는지 안부 정도 묻는 것으로도 빛나는 젊은 대학생 시절을 함께 보냈던 친구들이라 그런지 즐거워집니다.

대학 친구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모습으로 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Views: 617

아직 순수함이 남아 있던 라오스 여행 2

방비엥에 도착해서 첫날 묵은 숙소는 하룻밤에 3천원 정도 하는 숙소였습니다. 여러 숙소를 돌아봤는데, 놀랍게도 가장 싼 숙소는 하룻밤에 700원 하는 숙소도 있었습니다. 그 중 비록 에어컨은 없었지만 선풍기가 있는 나름 깔끔한 숙소를 골랐는데, 그 숙소에는 숙박객을 기다리는 다른 손님이 있었습니다. 바로… 엄지손가락만한 바퀴벌레였습니다….

방에 들어가 불을 켰는데, 바닥에 뭔가 검은 것이 있기에 처음에는 무슨 무늬인가 생각했지만, 가까이 가서 자세히 보니 바퀴벌레였습니다. 동남아시아에는 날아다니는 큰 바퀴벌레들이 있다는 말을 전에 들은 적이 있는데, 바로 그 바퀴벌레같았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바퀴벌레와 함께 잘 수는 없다는 생각에 비닐봉지를 들고 살금살금 다가가서 바퀴벌레를 잡은 후 방 밖으로 나와서 풀어줬더니 후두둑 하고 진짜 날아갔습니다. 핵전쟁에도 살아남는다는 바퀴벌레… 지금도 잘 살고 있겠죠.

버스 여행으로 지쳤기에 푹 쉰 후 아침에 일어나 자전거를 빌려 타고 주변을 돌아봤습니다. 방비엥은 다양한 액티비티로 유명하기 때문에 여행사를 찾아가 다음날 튜브를 타고 강물을 따라 내려오는 튜빙 예약을 한 후 음식점에서 맥주와 음식을 먹으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방콕 카오산로드에 가면 전세계 백수들이 다 모인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방비엥은 그보다도 더한 히피들이 모여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거의 모든 음식점들이 명작이긴 하지만 오래된 미드 프렌즈를 틀어놓고 있고, 여행객들은 다들 반쯤 누운 자세로 한 손에는 맥주를 들고, 안주를 먹으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음식값이 고기가 들어간 메뉴를 주문해도 한끼에 대략 3, 4천원 이내이고, 숙박료도 워낙 싸다보니, 장기간 머무는 여행객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특히 여유있게 여행하는 서양인들이 80% 가까이 되는 특이한 여행지였습니다. 음식점에서 프렌즈를 보면서 맥주 한 모금을 마시다보면, 달리 부러울 것이 없는 즐거운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마사지 받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 방비엥에서도 라오스식 마사지를 받았는데, 태국식보다 좀 부드럽게 마사지를 하는 것이 달랐습니다.

그 다음날에는 예약한 튜빙을 했는데, 튜빙이란 것이 상류로 차를 타고 올라가서 강가에 내려주면 각자 튜브를 타고 물길을 따라 내려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7월은 라오스에서는 우기라 방비엥을 가로지르는 쏭강에 물도 많고 유속도 상당히 빨랐습니다. 처음에는생각보다 강물이 빨라 좀 걱정도 됐는데, 튜브를 타고 내려가다보니 적응이 되어서 좀 괜찮아졌습니다. 튜빙의 재미는 튜브를 타고 내려가면서 곳곳에 설치된 카페에서 던져주는 구명튜브가 매달린 밧줄을 잡고 올라가 음료수나 맥주를 마시면서 음악을 듣고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튜브를 타고 2, 3곳의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튜브를 타고 내려가는데, 저 아래에서 사람들이 크게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곳으로 가보니, 다들 강물이 있는 쪽으로 점프하는 미끄럼틀을 타고 놀고 있었습니다. 저와 같이 여행하던 동행이 한번 타보겠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잘 미끄러지지 않자 주변에서 구경하던 다른 여행객들이 힘껏 밀어줬습니다. 신나게 날아가서 강물에 떨어진 것까지는 좋았는데, 이상하게 강물 위로 빨리 나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잠시 후 저를 비롯한 여행객들이 다들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강물 위로 올라왔는데, 그만 정신이 없었는지 던져준 구명튜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제 일행이 빠르게 흘러가는 흙탕물과 함께 구명조끼도 입지 않은 채 강물을 떠내려가는 것을 보자, 같이 웃고 떠들던 사람들이 갑자기 조용해졌습니다. 저는 순간적으로 일어나서 강변을 따라 떠내려가는 일행을 따라 정신없이 뛰기 시작했고, 구명튜브를 던져주는 역할을 하는 카페지기 소년도 카약을 타고 황급히 제 일행을 따라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5분 가까이 정신없이 달려가고 있는데, 다행히 카약을 타고 갔던 소년이 제 일행을 구해서 카약에 태우고 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천만다행이었습니다. 나중에 물어보니 물살이 너무 세서 수영을 하기는 어려워서 하늘을 본 자세로 그냥 힘을 빼고 떠내려가고 있었는데 카약이 와서 자기를 구해줬다고 했습니다. 저도 얼마나 놀랐는지… 그래도 다시 카페로 돌아가니 다들 박수를 치면서 환영해줬습니다. 저와 제 일행은 다시 튜브를 타고 내려가 하류까지 가서 튜브를 반납한 후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숙소로 돌아온 후 제 일행은 그제서야 긴장이 풀렸는지 다음날 하루종일 앓아누워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그 다음날에는 기운을 좀 차려서 경치 좋은 방비엥을 뒤로 하고 루앙프라방을 향해 다시 길을 떠났습니다.

Views: 72

양희철, 변호사로 의미를 남기는 삶
Privacy Overview

This website uses cookies so that we can provide you with the best user experience possible. Cookie information is stored in your browser and performs functions such as recognising you when you return to our website and helping our team to understand which sections of the website you find most interesting and usef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