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선한 후배와의 영원한 이별

봄철인 요새는 새로운 기운이 움트는 시기라 결혼식 소식이 자주 들리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계절이 바뀌는 시기라 그런지 지인들로부터 갑작스런 비보도 들려오곤 합니다. 최근에는 제가 맡고 있는 사건의 사건관계인이 사망하시기도 하고, 대학 후배의 장인이 돌아가시기도 하는 등 안타까운 일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며칠 전에는 친했던 후배의 부고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대학교 동아리에서 만났던 후배인데, 제 고등학교 후배이기도 하고 그 형이 저와 동창이기도 한 여러 인연이 얽혀 있는 후배입니다. 대학 다닐 때부터 심성이 착하고, 인상도 밝아서 저도 잘 챙겨주려고 했는데 마침 제가 신림동에서 사법시험 준비를 할 때 그 후배도 변리사 시험 공부를 해서 신림동을 지나다니며 가끔 보기도 했습니다.

이후 저와 후배가 시험에 합격해 각자 개업을 하고 지낼 때 제가 주최하는 와인 모임에 초대하기도 했고, 서로 일하는 영역의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기도 하면서 도움을 주고받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한 4년 정도 전에 후배에게 맡길 만한 일이 있어 연락을 했는데 전화를 받지 않고, 이후 전화가 오지도 않아서 업무가 많이 바쁜가 했습니다. 시간이 좀 흐른 후 후배한테 전화가 왔는데 몸이 안 좋아서 사무실도 닫고 쉬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 통화를 할 때는 잘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하길래 좀 건강이 회복되면 얼굴 한번 보자고 얘기를 했습니다. 그렇게 몇 달에 한번 정도 간간이 통화를 했는데 작년 봄에는 다행히 많이 회복이 됐다고 해서 같이 식사도 한번 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서 많은 얘기를 하다가 더 몸이 좋아지면 전처럼 와인도 같이 한 잔 하자는 약속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갑자기 부고가 와서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동아리 선후배들과 언제 조문을 할지 조율하다가 저는 시간이 맞지 않아 점심 때 장례식장을 찾았습니다. 장례식장을 들어가는 제 손에는 후배와 마시자고 했던 와인 한 병이 들려 있었습니다. 절을 한 후 후배의 부인, 형과 후배와 있었던 얘기를 하면서 들고 온 와인을 건네면서 장지에 뿌려 달라고 말하는데, 자꾸 눈물이 났습니다. 후배 부인도 와인을 받더니 후배가 아직 살아 있는 것 같다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고등학교 친구 중 참 착한 친구 한 명도 너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는데, 신은 좋은 사람들을 먼저 데려간다고 하더니 후배도 그렇게 선택을 받았나 봅니다. 기화야, 더 좋은 곳에서 아프지 말고 편안하게 쉬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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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아내를 기다린 소테른(Sauternes) 와인 개봉

2015년 엄청 고생도 많이 하고, 덕분에 추억도 엄청 남은 몽골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베이징 공항 면세점에서 와인을 한 병 샀습니다. 디저트 와인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소테른(Sauternes) 지방 와인인데, 양조용 포도를 늦게 수확하면 보트리티스 곰팡이에 걸린 포도가 귀부화되어 반 정도 건포도가 됩니다. 이렇게 농축된 포도알을 수확해 와인을 만들면 열대 과일, 버터, 꿀 등 감미롭고 다양한 향과 풍미를 가진 와인이 됩니다.

소테른 지역 와인 중 가장 유명한 샤토 디켐은 가격도 엄청나지만, 높은 당도로 인해 100년 이상 경우에 따라서는 200년까지도 보관이 가능할 정도입니다. 그런 비싼 와인은 아니지만 제가 산 Chateau Suduiraut Sauternes 와인도 평점이 좋은 편입니다. 2011년 빈티지인데, 이제 마시기 좋게 숙성됐습니다. 이 와인을 사면서 앞으로 결혼을 하거나 크게 축하할 일이 있으면 소중한 사람과 함께 마시려고 10년 가까이 계속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면세점에서 구입 당시 10만원 조금 넘었던 가격이 그동안 좀 올랐나 봅니다.

지난 달은 결혼기념일이자 아내가 출산한 후 처음 술을 마신 날이기도 합니다. 아기를 위해서 좋아하던 술을 참았던 아내를 위해 제가 오랫동안 보관했던 와인을 딸만한 순간이었습니다. 이 날을 기념하기 위해 와인 코르크도 아내가 신혼여행에서 사준 소믈리에 나이프로 땄습니다. 와인을 개봉한 후 이 와인에 얽힌 얘기를 해주자 아내는 지금 마시기에 아깝지 않냐고 말했지만, 한 모금 마시더니 달지만 느끼하지 않다면서 참 맛있다고 좋아했습니다. 앞으로도 아내와 함께 할 행복한 시간이 더 풍부해지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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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국선변호사건 일부 무죄 파기환송 판결

여행을 하다보면 목적지를 찾아 처음 가는 길을 걷고는 합니다. 그러다 간혹 이쪽 모퉁이에서 만나 같은 골목길을 걷다가 갈래길에서 서로 다른 방향으로 헤어졌던 다른 여행객을 한참 떨어진 목적지에서 마주치기도 합니다. 가는 방향이 달라도 마지막에 도착하는 목적지는 같은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제가 맡은 소송에서도 그런 일이 생기고는 합니다.

지난 주에는 대법원에서 상고심 선고가 있었습니다. 제가 국선변호인으로 맡았던 사건이었는데, 소송기록을 보며 상고이유서를 작성할 때부터 기존 1심, 2심 판결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여러 범행 중 실제로 다툼이 있었던 것은 사기죄 인정 여부에서 임대차계약이 종료한 후 임차인의 점유권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저는 피고인이 잘못을 한 것은 맞지만 이런 문제는 민사적으로 해결해야지,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을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언뜻 생각하면 임대차계약이 종료한 후라도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반환받을 권리와 임차건물 반환이 동시이행 관계에 있으니 임차권도 여전히 인정될 듯 합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보증금이 없는 임대차계약도 있을 수 있고, 보증금이 소액이고 월세가 고액이면 보증금의 이자 상당액과 차임이 등가관계가 아닐 수도 있어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을 하고 있는 것으로도 보입니다. 결국 이렇게 임차건물을 반환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물권인 점유권의 존재 때문인지 아니면 단지 동시이행항변권이라는 채권에 근거해 반환 거부가 위법하지 않기 때문인지 고민이 됐습니다.

원래 상고심 형사사건은 징역 10년 이상의 중대한 형이 선고된 경우에만 대법원에서 심판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물론 사실관계나 법리적인 쟁점이 있는 경우는 예외적으로 판단을 받기도 하는데 그런 경우가 흔하지는 않습니다. 이 사건도 양형으로는 대법원에서 다룰 사건이 아니었지만 법리적인 쟁점이 있는 사건이라 국선변호인으로서 상고이유서 작성에 공을 들였습니다. 물론 예전에 했던 다른 사건에서도 법리적인 문제가 있었지만 대법원에서 그냥 기각이 되어서 너무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대법원에서 사기죄와 관련해 기존 1심과 2심 판결이 잘못되었다고 판단해 파기하고, 다시 재판을 하라고 원심법원으로 돌려보내는 일부 무죄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저는 기쁜 마음에 얼른 판결문을 발급받아 내용을 살펴보니 사기죄의 보호법익에서 재물의 사용수익은 제외하기 때문에 점유권에 대해서는 사기죄로 인정할 수 없다는 기존의 2012년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한 판단이었습니다.

제가 원래 생각했던 논리와는 차이가 있었지만, 점유권의 성격에 대한 제 고민이 결과적으로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대법관의 관심을 끌었나 봅니다. 결국 제 의뢰인은 이번 대법원의 파기환송판결로 일부 범행이 무죄로 인정되어 형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비록 목적지로 가는 길은 처음 계획과 다소 달랐지만, 제가 처음 가고자 했던 목적지에 도착했으니 제 의뢰인에게는 참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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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속에 핀 북방의 장미를 만나다, 태국 치앙마이 1

태국의 제2도시인 치앙마이(Chiang Mai)는 오랫동안 가보고 싶었던 곳입니다. 태국을 3번 정도 여행하면서 항상 방콕을 통해 입국했기 때문에 북부에 있어 거리가 먼 치앙마이까지 가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방콕보다 여유가 있고, 란나 왕국의 문화를 물려받은 치앙마이는 은근히 마음을 당기는 여행지였습니다. 아내가 여름 휴가를 가자고 해서 적당한 후보지를 고르다가 동남아시아에서 너무 덥지 않고, 덜 붐비는 곳으로 적당해 보였습니다.

이번에는 마음 먹고 방콕을 거쳐 치앙마이로 향했습니다. 숙소도 주로 작은 부티크 호텔로 정해서 치앙마이 고유의 분위기를 느껴보려고 했습니다. 처음 도착한 곳도 하얀 색 외관에 섬세한 조각으로 치장된 부티크 호텔입니다. 오랜 시간 비행에 지쳤는데, 친절한 호텔 직원들의 미소와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애프터눈 티세트에 고단함이 확 풀렸습니다. 시원한 음료수와 각종 케이크로 배를 채운 후 호텔 수영장에 가서 더위를 식혔습니다.

방안에 들어가 짐을 푼 후 주변에 있는 사원을 찾아갔습니다. 아내가 사원을 보고 싶다고 해서 좀 늦기는 했지만 유명한 사원을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밤이라 오히려 방문객들이 없어 좋았는데, 조명에 비친 개금된 불상과 도금된 벽장식이 화려하면서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사원을 다 돌아본 후에 사원 밖으로 나갔더니 사거리에 허리에 띠를 두른 세 왕의 조각상이 서있었습니다. 과거 수코타이, 파야오, 란나 세 왕국의 왕들이 평화협정을 맺은 것을 기념하기 위한 것입니다. 밤이 되니 기온도 낮아 시원했고, 사람들도 적어 한적한 거리를 산책하다 숙소에 들어와 쉬었습니다.

다음날에는 미리 예약한 현지 투어를 갔습니다. 다국적 여행객들이 미니 버스에 타고 미리 예정된 관광지들을 도는 것이었는데, 짧은 시간 내에 다양한 곳을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목적지는 치앙마이에서 가장 유명한 도이 인타논 국립공원이었는데, 첫번째로 와치라탄 폭포에 갔습니다. 저는 마침 우의를 입고 갔는데, 바람에 날리는 폭포수가 너무 거세서 하마터면 완전히 물에 빠진 생쥐가 될 뻔했습니다. 폭포 앞에서 안개로 인해 생긴 무지개도 봤는데 이렇게 가깝게 무지개를 본 것은 오랜만이었습니다.

폭포 옆 계단을 오르다가 오른쪽 발목을 살짝 삐기도 했는데, 여행 중 다소 불편하긴 했지만 다행히 투어 당일 트레킹에는 큰 지장이 없었습니다. 젖은 머리를 말리고 본격적인 트레킹을 시작했는데, 사람 크기만 한 바나나잎을 헤치며 걸어가니 다시 멋진 폭포가 나왔습니다. 다시 길을 걷다 보니 다시 멋진 폭포가… 나왔고… 그렇게 사진을 찍다 걷다 하다가 마침내 널찍하게 계단식 논이 펼쳐진 탁 트인 공간으로 나왔습니다. 온통 녹색으로 아래까지 펼쳐진 논이 참 평화롭게 보였습니다.

논둑길을 걸어 내려오니 반갑게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미니 버스가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얼른 차에 올라 이번에는 소수 민족인 화이트 카렌족 마을로 향했습니다. 마을에 도착해 현지인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커피와 차를 한 잔씩 마시며 얘기를 들어보니 그 마을은 과거에는 아편을 재배해 판매하는 것으로 생계를 유지했었답니다. 그런데 몇 년 전 돌아가신 국왕이 커피와 차 묘목을 재배할 수 있도록 지원해줘서 이제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커피와 차를 판매하고, 해외에 수출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부업으로 화려한 패턴과 색감의 수제 옷감도 지어 팔고 있었는데, 저와 아내는 원단 가게에서 늘어지게 자고 있는 강아지에 더 관심이 갔습니다.

소수 민족 마을을 떠나 다음 목적지인 태국의 최고봉으로 향했습니다. 고도가 100m 높아질수록 0.5도씩 기온이 떨어지는 원리에 따라 도이 인타논 국립공원의 최고봉은 열대인 태국답지 않게 춥고, 안개가 많이 낀 곳이었습니다. 안개 때문인지 나무와 조각상에는 이끼가 가득했는데, 예상보다 추워서 벗었던 겉옷을 다시 입어야 했습니다. 정상부를 둘러본 후 호텔로 오는 길에 저와 아내는 미리 저녁식사를 예약해둔 식당 근처에서 따로 내렸습니다. 적당한 시간에 도착한 식당에서 진저 에일에 망고와 스테이크를 먹고, 하루의 피로를 푼 후 호텔로 돌아와 노곤하게 잠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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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구 주거정비전문가 자문위원 위촉식 참석

지난 주에는 금천구 주거정비전문가 자문위원 위촉식에 참석했습니다. 금천구는 제가 유치원 시절부터 중학생 때까지 살았던 곳이라 어린 시절 추억이 어려 있는 곳이고, 학창 시절 친구들이 아직도 살고 있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제가 변호사가 된 후에는 금천구청을 방문해서 자원봉사로 법률상담을 하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코로나로 구청에서 하는 상담이 전면 중단되기 전까지 7년 정도 상담을 했는데, 참 많은 주민분들을 만났습니다. 상담이 많은 날에는 오전에 10명 넘게 상담을 하기도 했는데, 다양한 법적 분쟁에 대해 고민했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아마 그 기간 동안 수천명은 상담을 한 것 같습니다.

코로나로 상담을 중단한 후 금천구청에서 다른 위원회의 위원을 맡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주거정비사업과 관련한 자문을 하게 됐습니다. 제가 원래 서울시 도시정비사업에 대한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데, 금천구청에서 서울시로부터 자문위원 명단을 받아 이메일을 보낸 것이었습니다.

위촉식에 가보니 예상보다 훨씬 많은 정비사업이 계획되어 있어 놀랐습니다. 구청장님의 인사말을 듣고 위원들이 한마디씩 의견을 얘기할 때 서울시 정비사업의 현황에 대해 말하면서 향후 주민들의 민원이 많아질 것이니 담당자와 구청장님이 세심하게 살펴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앞으로 제가 어린 시절을 보낸 금천구가 보다 살기좋게 변화하는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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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대한변호사협회 인권보고대회 – AI와 인권 발표

지난 주에는 저희 협회에서 개최한 인권보고대회에서 인공지능(AI)과 인권을 주제로 발표를 했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에서는 매년 인권보고서를 발표하는데 작년에 인권보고서 간행소위 위원장님이 제가 인공지능 관련 연구와 업무에 관심이 많은 것을 알고 특집 주제 작성을 제안하였습니다. 예전에 제가 대학원에서 ‘인공지능 로봇의 법적 지위’라는 주제로 학위를 받았는데, 학위 논문을 드렸더니 마침 제가 생각나셨나 봅니다.

작년에 인권보고서를 작성하면서 기존에 알고 있던 내용에 대해서는 보다 깊이 연구하는 계기가 되었고, 잘 알지 못했던 내용에 대해서도 관련 자료들을 찾아보면서 배우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최종적으로 인권보고서에 포함된 다양한 주제들 중 어떤 주제를 보고대회에서 발표할지 논의하는 위원회 자리에서 선뜻 나서는 분이 없어서 제가 첫 번째로 발표를 하게 되었습니다.

인권보고대회를 준비하면서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문정욱 실장님과 지능정보산업협회 장홍성 협회장님께 토론자로 참석을 부탁드렸는데 흔쾌히 승낙을 해주셔서 더욱 풍성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자리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제가 발표한 것처럼 인공지능이 앞으로 우리 인류의 삶을 크게 바꿔 나갈 것은 분명합니다. 다만, 인공지능을 잘 활용해 우리에게 보다 이롭게 할 것인지는 우리가 어떻게 준비를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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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경제학사 산책 – 새뮤얼슨 vs 프리드먼, 그림동화 완역본

  • 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경영학과에 입학했습니다. 경영학과에서는 경제학이 전공 필수과목이라 미시경제학과 거시경제학을 배웠는데, 당시 아주 오래된 고전 경제학에 대한 내용을 주로 배우고 케인즈학파나 통화주의에 대해서는 별로 배운 기억이 없습니다. 물론, 이젠 너무 오랜 시간이 흘러 다른 내용도 많이 기억이 나지는 않습니다. 도서관에서 새뮤얼슨 vs 프리드먼이라는 제목을 봤을 때 이 책을 집어들게 된 것은 사실 프리드먼이라는 이름 때문이었습니다.

이 책에서도 나와 있는 것처럼 사실 프리드먼은 통화주의를 전파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경제학에서는 많은 유산을 남기지는 못했고, 오히려 정치에 관심이 많아 정치를 통해 더 알려진 것 같습니다. 저도 폴 새뮤얼슨보다는 밀턴 프리드먼이 훨씬 익숙한 이름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니 제가 잘 몰랐던 폴 새뮤얼슨이란 경제학자가 참 많은 업적을 남겼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더욱 흥미로웠던 것은 경제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이 있다는 것과 경제 상황에 따라 적용될 수 있는 해법이 달라 그 중 어떤 것도 정답이 될 수는 없었다는 것입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경제적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보다 나은 방법론은 자유주의를 강조한 밀턴 프리드먼의 이론이 아니라 폴 새뮤얼슨의 케인즈주의 통합이었다는 내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때 정치와 경제에서 자유주의의 물결이 거세게 몰아쳤지만 개개인의 자유 추구만을 이상사회가 도래할 것이라는 선전은 제 경험과는 달랐기 때문입니다.

만일 대학에서 경제학 이론을 배우기 전 역사적인 경제 상황의 변동과 그에 따른 경제학 이론의 대응을 알 수 있는 경제학사를 먼저 배웠다면 경제학 공부를 훨씬 더 재밌게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어렸을 적 그림동화 중 일부 발췌본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에는 유럽의 민담이 우리와는 좀 다르다는 느낌 정도였는데 나이가 들어 어디선가 그림동화가 어린이들이 읽기에는 너무 잔인한 내용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좀 잔인한 내용들이 있었던 것도 같았습니다. 또 하나 놀랐던 건 제가 그림동화라고 알고 있었던 책의 제목이 책의 저자였던 야코프 그림과 빌헬름 그림 형제의 이름에서 왔다는 것입니다. 사실 전 그때까지 동화에 삽화가 많이 있어 즉, 그림이 있어서 그림동화라고 잘못 알고 있었습니다.

어쨌든 200년 전 그림형제가 모은 벨기에, 독일 등 유럽 전역에서 모은 민담들을 번역해 2권의 두툼한 책으로 출간했는데, 원래 이런 내용이었나 싶은 것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어렸을 때 읽어서인지 이야기의 뒷부분이 생각나지 않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다른 내용으로 기억하기도 했습니다. 알고 보니 그림동화 자체도 개정이 이루어지면서 내용들이 조금씩 변화되어 제가 읽은 판본과 완역본의 내용이 다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최초 그림형제가 출간했던 민단의 내용 그대로 읽는다는 것은 당시 유럽 사회의 실상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듯 합니다. 그나저나 계모는 어디서나 악인으로 묘사되는데, 뭔가 문화권 사이에서도 상호 영향을 받은 것인지 아니면 원래 인간이 보편적으로 그런 상황에서는 그렇게 행동하는 것인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어른들도 생각할 것들이 많이 생기니 이제 아이들에게만 그림동화를 읽으라고 할 것이 아니라 다시 한번 읽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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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에서 인생의 새로운 화살표를 그리다 6

와이너리에서 돌아온 후 엑상 프로방스에서 마지막 날을 보냈습니다. 저녁식사를 하러 가는 길에 몇번 지나가는 동안 봤던 엑상 프로방스 대성당에 들렀습니다. 엑상 프로방스도 역사적으로 휴양지로 유명한 곳이라 대성당에 많은 공을 들인 것 같았습니다. 아내와 대성당 안을 여기저기 둘러보고 있는데 점점 사람들이 모여들어 무슨 일인가 했더니 갑자기 바이올린과 오르간 연주를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가만보니 원래 공연 일정이 잡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조용히 앉아서 연주를 듣고 있자니 천장에 소리가 잘 울려서인지, 은은한 조명 덕인지 뭔가 마음도 울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저녁 시간이 되어 배가 슬슬 고파져 대성당을 떠나 주변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엑상 프로방스가 대학교가 많은 도시라 그런지 대학생들이 좋아할 것 같은 햄버거를 파는 곳이 있었는데 먹음직스럽게 보여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아내가 좋아하는 프렌치 프라이도 곁들여 나왔는데 양도 푸짐했습니다. 엑상 프로방스의 명물인 분수에 들러 엑상 프로방스를 떠나기 전에 기념 사진도 하나 찍고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다음날 엑상 프로방스를 떠나 프랑스를 떠나기 전 마지막 도시인 마르세유로 향했습니다. 어렸을 적 엄마 찾아 삼만리라는 만화의 주인공 고향이자, 제가 좋아했던 컴퓨터 게임인 대항해시대에서 지중해 연안 프랑스 남부의 주요 도시로 설정되어 있는 마르세유는 현재도 프랑스 제2의 도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신혼여행의 마지막 숙박이라 아내가 좀 무리를 해서 마르세유 인터컨티넨탈 호텔로 잡았는데, 마르세유 항구가 바라보이는 18세기에 건축된 유서깊은 건물로 내부 인테리어나 외부 조경이 모두 훌륭했습니다. 특히 호텔 포토존에서는 마르세유의 상징인 대성당을 한눈에 조망하고 있었습니다.

호텔 리셉션에서 아비뇽 호텔에 놓고 온 물건이 우편물로 왔는지 확인했더니 다행히 그날 오전에 도착했다고 제게 물건을 건네줬습니다. 여행 동안 가슴 한켠에 있던 걱정거리가 해결되서 마음 편히 호텔을 나와 마르세유 시내 구경을 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가까운 곳에 있는 롱샴 궁전에 갔는데 계획과 달리 막상 도착하고 보니 박문관과 미술관들이 모두 휴관 상태였습니다. 애써 찾아왔는데 맥이 풀렸지만 햇살이 너무 좋아서 다른 사람들처럼 풀밭에 누워 여유를 즐겨보기로 했습니다.

잠시 햇살을 즐기다가 이번에는 마르세유 항구를 보러 가기로 했습니다. 마르세유 항구에 가보니 생각보다 요트들이 많아서 놀랐고, 오래된 구시가지라 그런지 거리도 좀 지저분해 보였습니다. 그래도 마르세유에 왔으니 여기에서 유명한 부야베스를 한번 먹어봐야 했습니다. 그런데 식당들이 대부분 문을 닫아서 간신히 문을 연 곳을 찾아 부야베스를 주문했습니다. 가만 보니 이 식당도 지역에서 유명한 맛집이었는데 다양한 해산물이 들어 있는 스프라 맛이 괜찮았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 주변 술집에 들러 마지막 밤을 기념해 아내와 술 한잔 하고 숙소에 들어가 푹 쉬었습니다.

공항에 가기 전에 마르세유 대성당을 구경하고 가기로 했습니다. 대성당에 도착해 안으로 들어가니 가장 먼저 예전에 방문했던 제노바 성당처럼 화려한 황금색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어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또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는 스테인드글라스의 화려한 색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이했던 것은 이 곳이 항구라서 그런지 배를 수호하는 성모마리아상이 세워져 있고, 천장에는 다양한 형태의 선박이 매달려 있었습니다. 밖으로 나오니 마르세유 시 전체 전망이 쫙 펼쳐져 있어서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았는데, 망원경으로 보니 소설 몽테 크리스토 백작에서 당테스가 갇혀 있던 이프섬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멋진 풍경을 보고 기분이 좋아져 공항으로 출발했습니다. 신혼여행을 마무리하기 위해 마르세유 공항에 도착했는데, 마르세유 공항의 천장 인테리어가 독특했습니다. 마르세유의 푸른 지중해와 같은 색상에 천장 가득 비춰드는 햇빛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출국 수속을 위해 항공사에 가서 탑승권을 발급받으려고 하는데, 갑자기 항공사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PCR 검사 증명서를 달라는 말을 했습니다. 저와 아내는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 다시 확인해달라고 했더니 한국에 귀국할 때 PCR 검사 증명서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갑자기 무슨 날벼락인가 해서 다시 알아봤더니 대한민국에 입국할 때 격리는 없지만 해외에서의 PCR 검사 증명서는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미리 PCR 검사를 받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프랑스에서 출국할 수 없어진 것입니다… ㅜㅜ

걱정이 많아진 아내를 잘 위로해 다시 항공권을 찾아보니 다행히 이틀 후 니스에서 출발하는 비행기가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이왕 이렇게 된 바에는 아내가 가장 좋아했던 니스로 다시 돌아가서 일정이 바빠 가지 못했던 마티스 미술관도 가고, 다른 곳들도 둘러 보기로 했습니다. 서둘러 공항에서 PCR 검사를 받은 후 렌트카를 반납했던 사무실로 돌아가 사정을 얘기하고 다시 차를 빌리려고 하니 이제는 하이브리드카만 남았다고 해서 얼른 그것이라도 빌렸습니다. 2시간 반 동안 정신없이 고속도로를 달려 니스에 있는 호텔에 도착해 저녁을 먹었는데, 프랑스에서 마침내 크림 브륄레를 먹어서 다소 위안이 됐습니다.

다음날은 마티스 미술관에 갔습니다. 지난 번에 방문했던 도시라 도심에서는 주차가 어렵다는 교훈을 이미 얻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렌트카는 호텔에 두고 시내버스를 타고 가볍게 이동했습니다. 마티스 미술관은 기대처럼 멋진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마티스의 자화상 같은 회화 작품이나 강렬한 원색의 면직물 같은 작품도 좋았지만 얇은 십자가 조각상이 특히 제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십자가에 매달려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형태를 보고 있자니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마티스 미술관을 나와 옆에 있는 공터에 갔는데 그 곳은 오래된 유적지 같았습니다. 로마시대의 유적지인 원형 경기장이나 극장 같았는데 곳곳에 이런 유적이 남아 있다니 프랑스도 이탈리아처럼 조상들의 덕을 좀 보는 듯 합니다. 시간이 좀 있어서 도심에 있는 라기올이라는 나이프 전문점에 들렀습니다. 저는 예전에 와인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했는데, 괜찮은 소믈리에 나이프를 하나 갖고 싶었지만 가격이 좀 비싸서 망설이다가 이번에 프랑스 현지에 와서 구입을 하게 됐습니다. 다 좋아 보여서 한참을 고르다가 손잡이가 스네이크 우드로 된 것이 마음에 들어 선택을 했습니다.

늦은 오후가 되자 하루 종일 돌아다녀서 그런지 저와 아내 모두 배가 고팠습니다. 전에 니스에 왔을 때 예약을 하지 못해 가지 못한 해산물 전문점이 있었는데 아내가 좋아하는 굴을 파는 곳이었습니다. 이번에는 다행히 예약을 할 수 있어서 시간을 맞춰 식당을 찾았습니다. 맛있어 보이는 굴과 새우 등 음식들을 주문한 후 추천을 받은 화이트 와인과 함께 먹어 보니 우리나라에서 먹은 굴보다 바다의 향이 더 강하게 나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즐거운 만찬을 마지막으로 의도치 않게 추가로 얻은 이틀의 휴가를 즐긴 후 다음날 저와 아내는 마침내 PCR 검사 증명서를 가지고 니스 공항을 떠날 수 있었습니다. 아내는 마음에 들었던 니스를 떠나는 것이 아쉬웠는지 니스 상징물 앞에서 기념 사진도 하나 찍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는 진짜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ㅎㅎ 처음에는 떠나기 아쉬웠지만, 막상 한번 발목을 잡혀 프랑스를 떠나질 못하니 비행기가 이륙을 할 때 기분이 묘했습니다. 앞으로 언제 다시 올지 알 수 없지만, 그때까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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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이 걸린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대법원 무죄 확정 판결

설 연휴가 되어 시간적 여유가 생기니 영화 한편을 보게 됐습니다. 제목은 ‘브라이언 뱅크스’, 촉망받던 미식축구 선수였던 브라이언이 거짓 피해 진술로 누명을 쓰고 수감생활을 한 뒤 각고의 노력 끝에 마침내 자신의 무고함을 증명하는 내용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시스템이 한번 잘못된 방향으로 굴러가기 시작하면 한 사람의 인생이 어떻게 망가지는지, 그것을 회복하는데 얼마나 많은 힘이 드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비단 미국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올해 1월말에 제 의뢰인은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문재인 정권 1호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으로 언론에도 많이 보도됐었던 사건인데, 저를 포함한 변호인단이 2018년 1심부터 담당했던 사건입니다. 치열한 법정 다툼 속에서 1심에서는 유죄로 징역 4년이 나와 의뢰인이 법정 구속되었다가 항소심에서 보석으로 석방된 후 1심 판결이 완전히 뒤집혀 전부 무죄판결을 받았습니다. 그야말로 지옥과 천당을 오간 시간이었는데, 항소심에서 형사법의 원칙에 충실한 판결문을 읽고 국가보안법 사건에서도 이런 결론이 나와서 놀랍기도 하고 변호인으로서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동안 의뢰인만이 아니라 변호인들도 1심과 항소심의 결론이 달라 혹시라도 항소심 판결이 뒤집히지는 않을까 다소의 불안감이 있었습니다. 저는 마침 대법원 선고기일에 지방에 재판이 있어 선고를 듣지는 못했는데, 선고를 들은 변호사님이 공유한 소식은 검사의 상고기각. 6년의 짧지 않은 기간 의뢰인과 변호인들의 마음이 마침내 자유를 찾은 순간이었습니다.

공판 기간동안 국가보안법과 남북교류협력법에 관한 법리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범죄사실 확인에 있어 컴퓨터, 통신 기술 측면에서도 참 많은 의견서와 증인신문, 공방이 오간 사건이었습니다. 의뢰인과 변호인의 모든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끝이 좋으면 다 좋은 법’입니다. 다만, 1심 유죄 판결에는 언론사들에서 수십개의 기사가 쏟아졌는데, 항소심 무죄 판결에는 고작 몇 개의 기사만 나왔고,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확정되었지만 해당 판결을 다룬 기사는 단 1개도 없는 것을 보면 우리 언론사들이 과연 진실을 전달할 의무를 다하고 있는지 물음표가 그려집니다.

제 의뢰인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는 동안 자신이 구치소에서 겪었던 고통스러운 수감생활 뿐만이 아니라 십여년이란 오랜 기간 공을 들인 사업이 모두 망가져 이제는 공사 현장에서 노무로 생계를 유지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음에도 가족들의 생활비와 자녀들의 학비, 병원비를 벌기 위해 의뢰인이 또 다른 생계수단을 찾을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처럼 한 사람의 인생이 철저히 망가져 버렸는데, 이런 상황을 만든 수사기관이나 사법체계는 제대로 된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피고인이 무죄판결을 받는 경우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상을 하고 있지만 구금으로 인한 보상에 그칠 뿐이고, 피고인이 구속되어 직장을 잃거나 사업이 망한 부분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더구나 무죄 판결문을 법무부 홈페이지에 공시하는 것 외에 기존에 손상되었던 피고인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다른 조치들이 없습니다. 이미 잘못된 정보들이 세상에 퍼졌는데 다시 돌이키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이제는 이런 상황을 바꿔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됩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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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2. 1. 에너지경제신문 칼럼 기고 – 미래산업 발목잡는 R&D 예산 삭감

새해의 시작과 함께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도 커져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작년부터 말이 나왔던 올해 연구 및 개발을 위한 정부의 예산 삭감은 그 정도가 심각해 곳곳에서 아우성입니다. 제가 평소 교류하던 기업들이나 교수님들과 술자리나 식사 자리에서 했던 얘기들이 이제 현실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학계에서는 정부와 함께 진행하던 사업의 예산이 대폭 삭감되거나 올해 진행 예정이던 후속 사업이 시작될 기미가 없다고 걱정이고, 중소벤처기업들은 없는 살림에 그나마 정부에서 지원을 받아 기술 개발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예산이 줄어 이미 늘어난 인건비를 어떻게 충당할지 근심이 가득합니다.

정부에서는 이른바 연구개발 카르텔을 척결하겠다는 명목으로 예산을 삭감했다는데, 예산 삭감 이외에 카르텔을 없애기 위한 감사나 수사 등 어떤 후속 조치가 이어지고 있는지 체감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런 후속 조치가 없다면 카르텔을 통해 지위와 권력을 확보하고 있던 인사나 조직이 예산 삭감의 고통을 최소한으로 겪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나타날 것입니다. 정부가 의도했던 바와는 전혀 다른 결과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 답답해서 이번 칼럼을 써봤습니다. 작년에 이미 많은 곳에서 정부에 의견을 개진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올해 상황이 별로 달라진 것이 없어 누군가는 얘기를 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극심한 가뭄이 들어도 씨감자는 먹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경제의 미래를 위한 연구개발 예산을 보다 소중하게 다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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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철, 변호사로 의미를 남기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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