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너리에서 돌아온 후 엑상 프로방스에서 마지막 날을 보냈습니다. 저녁식사를 하러 가는 길에 몇번 지나가는 동안 봤던 엑상 프로방스 대성당에 들렀습니다. 엑상 프로방스도 역사적으로 휴양지로 유명한 곳이라 대성당에 많은 공을 들인 것 같았습니다. 아내와 대성당 안을 여기저기 둘러보고 있는데 점점 사람들이 모여들어 무슨 일인가 했더니 갑자기 바이올린과 오르간 연주를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가만보니 원래 공연 일정이 잡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조용히 앉아서 연주를 듣고 있자니 천장에 소리가 잘 울려서인지, 은은한 조명 덕인지 뭔가 마음도 울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저녁 시간이 되어 배가 슬슬 고파져 대성당을 떠나 주변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엑상 프로방스가 대학교가 많은 도시라 그런지 대학생들이 좋아할 것 같은 햄버거를 파는 곳이 있었는데 먹음직스럽게 보여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아내가 좋아하는 프렌치 프라이도 곁들여 나왔는데 양도 푸짐했습니다. 엑상 프로방스의 명물인 분수에 들러 엑상 프로방스를 떠나기 전에 기념 사진도 하나 찍고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다음날 엑상 프로방스를 떠나 프랑스를 떠나기 전 마지막 도시인 마르세유로 향했습니다. 어렸을 적 엄마 찾아 삼만리라는 만화의 주인공 고향이자, 제가 좋아했던 컴퓨터 게임인 대항해시대에서 지중해 연안 프랑스 남부의 주요 도시로 설정되어 있는 마르세유는 현재도 프랑스 제2의 도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신혼여행의 마지막 숙박이라 아내가 좀 무리를 해서 마르세유 인터컨티넨탈 호텔로 잡았는데, 마르세유 항구가 바라보이는 18세기에 건축된 유서깊은 건물로 내부 인테리어나 외부 조경이 모두 훌륭했습니다. 특히 호텔 포토존에서는 마르세유의 상징인 대성당을 한눈에 조망하고 있었습니다.
호텔 리셉션에서 아비뇽 호텔에 놓고 온 물건이 우편물로 왔는지 확인했더니 다행히 그날 오전에 도착했다고 제게 물건을 건네줬습니다. 여행 동안 가슴 한켠에 있던 걱정거리가 해결되서 마음 편히 호텔을 나와 마르세유 시내 구경을 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가까운 곳에 있는 롱샴 궁전에 갔는데 계획과 달리 막상 도착하고 보니 박문관과 미술관들이 모두 휴관 상태였습니다. 애써 찾아왔는데 맥이 풀렸지만 햇살이 너무 좋아서 다른 사람들처럼 풀밭에 누워 여유를 즐겨보기로 했습니다.
잠시 햇살을 즐기다가 이번에는 마르세유 항구를 보러 가기로 했습니다. 마르세유 항구에 가보니 생각보다 요트들이 많아서 놀랐고, 오래된 구시가지라 그런지 거리도 좀 지저분해 보였습니다. 그래도 마르세유에 왔으니 여기에서 유명한 부야베스를 한번 먹어봐야 했습니다. 그런데 식당들이 대부분 문을 닫아서 간신히 문을 연 곳을 찾아 부야베스를 주문했습니다. 가만 보니 이 식당도 지역에서 유명한 맛집이었는데 다양한 해산물이 들어 있는 스프라 맛이 괜찮았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 주변 술집에 들러 마지막 밤을 기념해 아내와 술 한잔 하고 숙소에 들어가 푹 쉬었습니다.
공항에 가기 전에 마르세유 대성당을 구경하고 가기로 했습니다. 대성당에 도착해 안으로 들어가니 가장 먼저 예전에 방문했던 제노바 성당처럼 화려한 황금색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어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또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는 스테인드글라스의 화려한 색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이했던 것은 이 곳이 항구라서 그런지 배를 수호하는 성모마리아상이 세워져 있고, 천장에는 다양한 형태의 선박이 매달려 있었습니다. 밖으로 나오니 마르세유 시 전체 전망이 쫙 펼쳐져 있어서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았는데, 망원경으로 보니 소설 몽테 크리스토 백작에서 당테스가 갇혀 있던 이프섬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멋진 풍경을 보고 기분이 좋아져 공항으로 출발했습니다. 신혼여행을 마무리하기 위해 마르세유 공항에 도착했는데, 마르세유 공항의 천장 인테리어가 독특했습니다. 마르세유의 푸른 지중해와 같은 색상에 천장 가득 비춰드는 햇빛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출국 수속을 위해 항공사에 가서 탑승권을 발급받으려고 하는데, 갑자기 항공사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PCR 검사 증명서를 달라는 말을 했습니다. 저와 아내는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 다시 확인해달라고 했더니 한국에 귀국할 때 PCR 검사 증명서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갑자기 무슨 날벼락인가 해서 다시 알아봤더니 대한민국에 입국할 때 격리는 없지만 해외에서의 PCR 검사 증명서는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미리 PCR 검사를 받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프랑스에서 출국할 수 없어진 것입니다… ㅜㅜ
걱정이 많아진 아내를 잘 위로해 다시 항공권을 찾아보니 다행히 이틀 후 니스에서 출발하는 비행기가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이왕 이렇게 된 바에는 아내가 가장 좋아했던 니스로 다시 돌아가서 일정이 바빠 가지 못했던 마티스 미술관도 가고, 다른 곳들도 둘러 보기로 했습니다. 서둘러 공항에서 PCR 검사를 받은 후 렌트카를 반납했던 사무실로 돌아가 사정을 얘기하고 다시 차를 빌리려고 하니 이제는 하이브리드카만 남았다고 해서 얼른 그것이라도 빌렸습니다. 2시간 반 동안 정신없이 고속도로를 달려 니스에 있는 호텔에 도착해 저녁을 먹었는데, 프랑스에서 마침내 크림 브륄레를 먹어서 다소 위안이 됐습니다.
다음날은 마티스 미술관에 갔습니다. 지난 번에 방문했던 도시라 도심에서는 주차가 어렵다는 교훈을 이미 얻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렌트카는 호텔에 두고 시내버스를 타고 가볍게 이동했습니다. 마티스 미술관은 기대처럼 멋진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마티스의 자화상 같은 회화 작품이나 강렬한 원색의 면직물 같은 작품도 좋았지만 얇은 십자가 조각상이 특히 제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십자가에 매달려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형태를 보고 있자니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마티스 미술관을 나와 옆에 있는 공터에 갔는데 그 곳은 오래된 유적지 같았습니다. 로마시대의 유적지인 원형 경기장이나 극장 같았는데 곳곳에 이런 유적이 남아 있다니 프랑스도 이탈리아처럼 조상들의 덕을 좀 보는 듯 합니다. 시간이 좀 있어서 도심에 있는 라기올이라는 나이프 전문점에 들렀습니다. 저는 예전에 와인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했는데, 괜찮은 소믈리에 나이프를 하나 갖고 싶었지만 가격이 좀 비싸서 망설이다가 이번에 프랑스 현지에 와서 구입을 하게 됐습니다. 다 좋아 보여서 한참을 고르다가 손잡이가 스네이크 우드로 된 것이 마음에 들어 선택을 했습니다.
늦은 오후가 되자 하루 종일 돌아다녀서 그런지 저와 아내 모두 배가 고팠습니다. 전에 니스에 왔을 때 예약을 하지 못해 가지 못한 해산물 전문점이 있었는데 아내가 좋아하는 굴을 파는 곳이었습니다. 이번에는 다행히 예약을 할 수 있어서 시간을 맞춰 식당을 찾았습니다. 맛있어 보이는 굴과 새우 등 음식들을 주문한 후 추천을 받은 화이트 와인과 함께 먹어 보니 우리나라에서 먹은 굴보다 바다의 향이 더 강하게 나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즐거운 만찬을 마지막으로 의도치 않게 추가로 얻은 이틀의 휴가를 즐긴 후 다음날 저와 아내는 마침내 PCR 검사 증명서를 가지고 니스 공항을 떠날 수 있었습니다. 아내는 마음에 들었던 니스를 떠나는 것이 아쉬웠는지 니스 상징물 앞에서 기념 사진도 하나 찍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는 진짜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ㅎㅎ 처음에는 떠나기 아쉬웠지만, 막상 한번 발목을 잡혀 프랑스를 떠나질 못하니 비행기가 이륙을 할 때 기분이 묘했습니다. 앞으로 언제 다시 올지 알 수 없지만, 그때까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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