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데이터 산업 포럼 패널 참석

지난 주에는 의료 데이터 산업의 현황과 생태계 조성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포럼에 참석했습니다. 제가 몇 년 전부터 참여하고 있는 대한의료데이터협회가 한국산업연합포럼과 함께 개최한 포럼이었는데, 저는 전체 주제 중 제가 많이 관여하고 있는 인공지능 관련 내용에 대한 지정토론을 맡게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의료계 등 보건복지 업무를 담당했던 분들과 데이터를 활용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 업무를 담당했던 분들이 함께 한 자리다 보니 현장의 경험과 법 제도적 개선 방안에 대해 풍부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제가 맡았던 인공지능의 경우 의료 빅데이터가 인공지능 학습 데이터 세트로 이용되기 때문에 해당 분야에 대한 관심도 높았습니다.

제가 발표한 내용은 인공지능 학습용 의료 데이터 구축을 위한 제도와 학습용 의료 데이터 세트의 품질 확보가 필요하다는 내용과 향후 해당 분야 발전을 위한 제언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가명화 등 비식별화 방안 및 마이데이터 사업에 대한 내용, 의료 데이터의 소유권, 기 구축 의료 데이터의 품질 평가 필요성 및 향후 구축할 의료 데이터의 품질 향상을 위한 인센티브 제공 등 내용을 포괄하는 것이었습니다.

산업이 발전하려면 민간 업계도 시장을 만들어가는데 노력해야 하지만 행정부와 입법부에서도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지원 정책을 마련해줘야 미성숙한 시장에 진출하는 기업들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포럼에 보건복지 분야와 의료 데이터에 관심이 있는 국회의원과 관계 정부 부처에서 참석한 것을 보고 저도 의료 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 기반 산업 발전에 대한 기대가 좀 더 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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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양수도에 의한 기업 지분 양수금 청구 사건

얼마 전에는 작년 말에 수임했었던 주식 양수도 사건 관련 사건의 선고가 있었습니다.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방법이 주주로부터 보유 지분을 양수하는 것인데, 이번에 맡았던 소송 사건은 동업해 회사를 설립했던 주주 겸 임원이 회사를 퇴사하면서 역시 주주 겸 대표이사였던 제 의뢰인에게 주식을 양수하라며 소를 제기한 것이었습니다.

처음 상담을 하러 온 의뢰인과 얘기를 하다 보니 자신은 상대방이 퇴사하면서 주식도 인수해달라고 하여 자신이 인수할 수 있는지 회사의 세무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세무사에게 회사의 가치평가를 해달라고 했던 것일 뿐 자신이 확정적으로 주식을 양수하겠다고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의뢰인은 막상 세무사가 평가한 회사의 지분 가치가 자신의 생각보다 많이 높았고, 개인적으로 그 정도 자금 여력이 없어 지분을 인수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의뢰인으로부터 이런 내용을 듣다 보니 작년에 1년 가까이 진행하다가 거래 막판에 틀어졌던 식품 회사의 인수합병 건이 생각났습니다. 당시 인수를 위해 대략적인 매매가액에 합의가 된 상태에서 회계와 법률 실사를 진행 중이었는데도 실사 과정에서 일부 우발 부채가 확인되고, 매도인이 매도 가액을 올리고, 원하는 매도 시점을 변경해 최종적으로 계약이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기업 지분을 양수도하는 경우 언제라도 가액을 비롯해 계약 조건이 변경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의뢰인의 얘기에 따르면 상대방은 세무사에게 주식 가치평가를 해보자는 의뢰인의 말을 세무사가 평가한 가액으로 의뢰인이 양수하겠다는 확정적인 계약이 체결된 것이라고 주장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런 상대방의 주장은 주식 양수도 실무와 전혀 맞지 않는 얘기일 뿐 아니라 인수할 주식 가액도 알지 못하고 계약이 체결되었다는 것으로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어려운 일이라 판단되어 사건을 수임했습니다.

이후 실제 사건을 진행하면서 상대방은 의뢰인 주장대로 세무사에게 주식 가치 평가를 맡긴 것만으로 계약이 체결된 것이라고 일관되게 말했는데, 제가 이에 대해 여러 증거를 들어 반박하자 처음에는 전혀 주장하지 않았던 전혀 엉뚱한 내용들을 공들여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상대방은 자신이 제기한 소인 주식 양수도와는 별 관련이 없는 주장들을 남발하며 시간을 소모하다가 얼마 전 패소판결을 받은 후 항소하지 않아 사건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제가 마지막 준비서면에도 기재했지만 생각해보면 상대방이 이처럼 무리한 소를 제기한 것은 아마도 퇴사한 후 자신의 지분을 제3자에게 매각하려고 했는데, 이것이 여의치 않자 제 의뢰인을 상대로 다소 억지를 부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 의뢰인은 생전 처음 송사를 치르느라 밤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는데, 다행히 이제는 비록 열대야라도 편안한 밤을 보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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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7. 17. 에너지경제신문 칼럼 기고 – 인공지능 산업 변화와 장기 정책 마련 필요성

며칠 전에는 신문에 칼럼 기고를 했습니다. 요새는 누구나 관심을 갖고 있는 인공지능 산업 관련 내용인데, 아직 시장이 제대로 성숙되지 않아 실제 수익이 나지는 않는 상황입니다. 더구나 국내에서는 인공지능 산업 발전에 필수적인 반도체 산업이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다보니 하드웨어에 보다 많은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인공지능 산업의 핵심은 소프트웨어가 될 것이고, 미래에는 수익도 주로 소프트웨어 쪽에서 발생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아직 정부 차원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와 지원은 미흡해 보입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향후 인공지능 산업의 발전 방향과 이를 대비하는 정부의 장기적인 정책에 대해 제안을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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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구 주거정비 아카데미 강의

지난 주에는 금천구청 대강당에서 진행된 주거정비 아카데미에서 강사로 도시정비법에 대한 강의를 했습니다. 금천구는 제가 어렸을 때 학창시절을 보낸 지역으로, 변호사가 된 후에는 오랜 기간 무료 법률상담을 했던 개인적인 인연이 깊은 곳이기도 합니다.

저는 원래 서울시 주거정비 자문위원을 하고 있었는데, 금천구에서 주거정비사업 관련 자문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서울시에 자문위원 후보를 요청해서 금천구에서도 서울시와 같은 분들이 자문위원회에 많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자문위원이 된지 얼마 되지 않아 긴급한 자문 안건에 대한 회의를 한번 했고, 그 후 이번에 강의를 하게 된 주거정비 아카데미를 맡게 됐습니다.

강의를 하게 되면 먼저 주제 뿐만 아니라 수강생이 누구인지도 고려해야 합니다. 관련 업무를 해서 실무를 알고 있는 수강생과 생전 처음 강의에서 해당 내용을 듣는 경우는 강의의 난이도와 내용을 조절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이번 강의를 준비하는 금천구청 주무관님에게 물어보니 정비사업 조합에서 일하거나, 조합 업무에 관심이 많은 조합원이나 토지등소유자들이 주로 수강을 한다고 하여 이론보다는 실무적으로 중요한 내용 위주로 강의를 해야겠다고 계획을 했습니다.

아카데미의 다른 강의 제목을 보니 이론적인 내용이 이미 편성되어 있어서 저는 마음먹은 대로 조합을 운영하면서 겪을 수 있는 법적인 문제들에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목을 ‘도시정비법 해설과 사업추진 갈등사례’라고 정하고, 제가 10년 동안 서울시나 안양시 등에 위치한 조합운영 실태점검을 하면서 직접 현장에서 경험했던 위법하거나 부적정한 조합행정이나 선거, 계약 등 법적인 문제에 대해 다양한 사례들을 들어 설명했습니다.

실제 정비사업조합이 설립되어 운영되는 과정에서 다른 입장을 갖고 있는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충돌하기도 합니다. 즉, 토지등소유자나 조합원, 추진위원회나 조합, 지방자치단체나 정부부처, 시공사 등 협력업체가 각자 자신의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조율된 입장을 통해 정비사업 추진 과정에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려고 합니다. 결국 조합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위치에서는 이러한 갈등관계를 어떻게 풀어가느냐 하는 것이 빠른 사업 추진과 수익성 있는 사업 달성의 주된 관건이라 할 것입니다.

2시간으로 예정된 주거정비 아카데미를 수강하는 분들을 보니 주로 연세가 있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1시간 강의가 끝난 후 휴식시간에 강단에서 내려가 수강생분들에게 내용이 너무 어려운 것은 아닌지 확인을 했더니 어떤 분들은 보통이라고 하셨지만, 제가 쉽게 설명하려고 했는데도 역시 법적인 내용이 많아서인지 어렵다는 분들도 좀 계셨습니다.

두번째 시간에는 좀더 쉽게 설명을 하려고 노력을 했는데, 그러다보니 계획했던 것보다 약간은 강의 시간이 더 소요됐습니다. 그래서 원래는 질의, 응답 시간을 좀 길게 하려고 했는데 아쉽게도 10분 정도 3개의 질문만 받고 답변을 하는 것으로 강의를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막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려고 하는 구역에서 오신 분들도 있는 것으로 보였는데, 이번 강의를 통해 큰 무리 없이 정비사업을 잘 운영해서 조합 청산까지 마치시길 빌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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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속에 핀 북방의 장미를 만나다, 태국 치앙마이 2

전날 투어를 갔더니 피곤해서 그런지 숙소에서 늘어지게 잔 후 가벼워진 몸으로 일어나 여유있게 식사를 했습니다. 조식으로 나온 음식의 플레이팅이 예뻐서 기대감이 커졌습니다. 과일과 채소를 중심으로 부담스럽지 않은 식사로 눈과 배가 기대치보다 모두 만족스러웠습니다.

이 날은 아내와 느긋하게 시내를 돌아다니며 지역 맛집들을 탐방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간 곳은 빵을 좋아하는 아내가 일찌감치 찍어 놓은 베이커리 카페였습니다. 가는 길에 더위가 심해서 에어컨이 있는 실내에서 좀 시간을 보내다가 밖에 있는 기다란 테이블에 앉아서 아내와 얘기를 하며 빵을 먹었습니다. 빵 맛은 나쁘지 않았는데 인기가 많은 곳이라 자꾸 사람들이 옆에 기다리고 있어서 서둘러 일어나 다시 쇼핑몰이 있는 시내로 향했습니다. 쇼핑몰에서 아내 귀걸이를 하나 사주고, 최신 인테리어의 카페에서 인기 있는 음료를 마시며 음악을 듣기도 했습니다.

호텔로 돌아와 짐을 챙긴 후 Na Nirand란 이름의 다른 리조트로 옮겼습니다. 새로 옮긴 숙소가 마음에 들어 아내와 함께 숙소 내부를 돌아다녔습니다. 방도 마음에 들었지만 정원에 제가 좋아하는 큰 나무가 있어서 기념으로 사진도 한 장 찍었습니다. 설명을 들어보니 수령이 무려 100년이 넘은 나무로 이 리조트를 처음 지은 사람이 심었다고 하는데, 이후 세월이 흘러 이 곳의 상징이 됐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날 저녁은 편안하게 휴식을 취한 후 일찍 자고, 다음날 또 다른 투어를 위해 체력을 비축했습니다. 다음날 아침부터 차를 타고 출발해 치앙마이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사원을 찾았습니다. 사원은 다양한 불상과 건물, 불화 등 아름다움이 가득한 곳이었습니다. 다만, 처음 들어갈 때 신발을 벗어야 한다고 해서 신발과 양말을 다 벗긴 했는데 비가 계속 와서 나중에 다시 양말을 신을 때 좀 찝찝한 기분이 들긴 했습니다. 그래도 저 멀리 안개 사이로 보이는 치앙마이 시내의 전망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다시 차를 타고 이번에는 치앙마이에 있는 태국 왕실의 여름 궁전을 방문했습니다. 이 곳은 장미 정원을 비롯해 궁전 건물보다는 궁전을 둘러싼 정원이 유명한 곳이었습니다. 아마 태국 왕실도 여름에 덥고 습한 방콕보다는 기온도 시원하고 뽀송뽀송한 느낌이 드는 치앙마이가 좋을 것 같았습니다. 슬슬 정원을 걷다가 다양한 색상의 장미꽃도 보고, 조각상도 보면서 산책하며 여유를 즐겼습니다.

오전에 투어를 빨리 마치고, 오후에는 시내를 돌아다니며 아내는 망고주스를, 저는 좋아하는 수박주스를 마시고 다시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제가 머물던 숙소에는 한가운데 수영장이 있었는데 선베드가 있어서 여유있게 아내와 함께 물에 들락날락하며 햇살도 즐겼습니다. 수영장에서 한참 시간을 보내고 나니 배가 고파져서 슬슬 옷을 챙겨입고 숙소 주변의 야시장을 찾았습니다. 북적북적한 야시장을 둘러보다가 굴전과 치킨볶음밥을 사서 아내와 함께 나눠 먹은 뒤 모기에 쫓겨 서둘러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숙소에 도착하니 수영장에 숙박객이 아무도 없어서 낮에는 찍지 못한 멋진 수영장 사진 한 장을 건져서 객실로 들어갔습니다.

떠나는 날 아침이 되니 머물렀던 숙소의 주변 풍경이 멋져서 그냥 체크아웃을 하기 아쉬웠습니다. 조식을 먹고 아내와 함께 정원을 둘러보면서 나중에 다시 기회가 되면 가족들과 함께 와서 묵어가자고 얘기했습니다. 아내와 함께 얘기를 한 후 숙소 옆을 유유히 흐르는 물결이 아름다워 추억으로 사진을 남겼습니다.

숙소를 떠나 방콕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방콕을 방문한 것이 몇 년 지나지 않았지만 코로나 때문인지 이런저런 변화가 많은 것 같았습니다. 숙소 주변을 둘러보다가 마음에 드는 식당이 있어 들어갔는데, 가수가 기타를 치면서 라이브 음악을 하는 곳이었는데 꽤나 노래를 잘 불렀습니다. 마침 신청곡도 받고 있어서 태국의 마지막 밤에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술도 한잔 기울이며 행복하게 보냈습니다.

방콕에서는 아내와 함께라 전에 다녔던 곳과 좀 다른 곳들로 찾아다녔는데 쇼핑몰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쇼핑몰은 제가 좋아하는 망고스틴을 사기 위해서였는데, 여러 곳을 가봐도 제철이 아닌지 통 망고스틴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건조 망고스틴 한 봉지를 대신 사고, 전에 사먹지 않았던 두리안을 골라봤습니다. 연유와 두리안을 쌀밥에 섞어 먹는 것이었는데, 생각보다 별로 냄새도 나지 않고 맛이 아주 좋아서 놀랐습니다. 남은 태국 바트화로 마지막 저녁식사도 푸짐하게 한 후 아내와 귀국하는 비행기를 타러 공항으로 총총총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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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선한 후배와의 영원한 이별

봄철인 요새는 새로운 기운이 움트는 시기라 결혼식 소식이 자주 들리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계절이 바뀌는 시기라 그런지 지인들로부터 갑작스런 비보도 들려오곤 합니다. 최근에는 제가 맡고 있는 사건의 사건관계인이 사망하시기도 하고, 대학 후배의 장인이 돌아가시기도 하는 등 안타까운 일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며칠 전에는 친했던 후배의 부고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대학교 동아리에서 만났던 후배인데, 제 고등학교 후배이기도 하고 그 형이 저와 동창이기도 한 여러 인연이 얽혀 있는 후배입니다. 대학 다닐 때부터 심성이 착하고, 인상도 밝아서 저도 잘 챙겨주려고 했는데 마침 제가 신림동에서 사법시험 준비를 할 때 그 후배도 변리사 시험 공부를 해서 신림동을 지나다니며 가끔 보기도 했습니다.

이후 저와 후배가 시험에 합격해 각자 개업을 하고 지낼 때 제가 주최하는 와인 모임에 초대하기도 했고, 서로 일하는 영역의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기도 하면서 도움을 주고받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한 4년 정도 전에 후배에게 맡길 만한 일이 있어 연락을 했는데 전화를 받지 않고, 이후 전화가 오지도 않아서 업무가 많이 바쁜가 했습니다. 시간이 좀 흐른 후 후배한테 전화가 왔는데 몸이 안 좋아서 사무실도 닫고 쉬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 통화를 할 때는 잘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하길래 좀 건강이 회복되면 얼굴 한번 보자고 얘기를 했습니다. 그렇게 몇 달에 한번 정도 간간이 통화를 했는데 작년 봄에는 다행히 많이 회복이 됐다고 해서 같이 식사도 한번 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서 많은 얘기를 하다가 더 몸이 좋아지면 전처럼 와인도 같이 한 잔 하자는 약속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갑자기 부고가 와서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동아리 선후배들과 언제 조문을 할지 조율하다가 저는 시간이 맞지 않아 점심 때 장례식장을 찾았습니다. 장례식장을 들어가는 제 손에는 후배와 마시자고 했던 와인 한 병이 들려 있었습니다. 절을 한 후 후배의 부인, 형과 후배와 있었던 얘기를 하면서 들고 온 와인을 건네면서 장지에 뿌려 달라고 말하는데, 자꾸 눈물이 났습니다. 후배 부인도 와인을 받더니 후배가 아직 살아 있는 것 같다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고등학교 친구 중 참 착한 친구 한 명도 너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는데, 신은 좋은 사람들을 먼저 데려간다고 하더니 후배도 그렇게 선택을 받았나 봅니다. 기화야, 더 좋은 곳에서 아프지 말고 편안하게 쉬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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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아내를 기다린 소테른(Sauternes) 와인 개봉

2015년 엄청 고생도 많이 하고, 덕분에 추억도 엄청 남은 몽골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베이징 공항 면세점에서 와인을 한 병 샀습니다. 디저트 와인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소테른(Sauternes) 지방 와인인데, 양조용 포도를 늦게 수확하면 보트리티스 곰팡이에 걸린 포도가 귀부화되어 반 정도 건포도가 됩니다. 이렇게 농축된 포도알을 수확해 와인을 만들면 열대 과일, 버터, 꿀 등 감미롭고 다양한 향과 풍미를 가진 와인이 됩니다.

소테른 지역 와인 중 가장 유명한 샤토 디켐은 가격도 엄청나지만, 높은 당도로 인해 100년 이상 경우에 따라서는 200년까지도 보관이 가능할 정도입니다. 그런 비싼 와인은 아니지만 제가 산 Chateau Suduiraut Sauternes 와인도 평점이 좋은 편입니다. 2011년 빈티지인데, 이제 마시기 좋게 숙성됐습니다. 이 와인을 사면서 앞으로 결혼을 하거나 크게 축하할 일이 있으면 소중한 사람과 함께 마시려고 10년 가까이 계속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면세점에서 구입 당시 10만원 조금 넘었던 가격이 그동안 좀 올랐나 봅니다.

지난 달은 결혼기념일이자 아내가 출산한 후 처음 술을 마신 날이기도 합니다. 아기를 위해서 좋아하던 술을 참았던 아내를 위해 제가 오랫동안 보관했던 와인을 딸만한 순간이었습니다. 이 날을 기념하기 위해 와인 코르크도 아내가 신혼여행에서 사준 소믈리에 나이프로 땄습니다. 와인을 개봉한 후 이 와인에 얽힌 얘기를 해주자 아내는 지금 마시기에 아깝지 않냐고 말했지만, 한 모금 마시더니 달지만 느끼하지 않다면서 참 맛있다고 좋아했습니다. 앞으로도 아내와 함께 할 행복한 시간이 더 풍부해지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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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국선변호사건 일부 무죄 파기환송 판결

여행을 하다보면 목적지를 찾아 처음 가는 길을 걷고는 합니다. 그러다 간혹 이쪽 모퉁이에서 만나 같은 골목길을 걷다가 갈래길에서 서로 다른 방향으로 헤어졌던 다른 여행객을 한참 떨어진 목적지에서 마주치기도 합니다. 가는 방향이 달라도 마지막에 도착하는 목적지는 같은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제가 맡은 소송에서도 그런 일이 생기고는 합니다.

지난 주에는 대법원에서 상고심 선고가 있었습니다. 제가 국선변호인으로 맡았던 사건이었는데, 소송기록을 보며 상고이유서를 작성할 때부터 기존 1심, 2심 판결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여러 범행 중 실제로 다툼이 있었던 것은 사기죄 인정 여부에서 임대차계약이 종료한 후 임차인의 점유권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저는 피고인이 잘못을 한 것은 맞지만 이런 문제는 민사적으로 해결해야지,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을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언뜻 생각하면 임대차계약이 종료한 후라도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반환받을 권리와 임차건물 반환이 동시이행 관계에 있으니 임차권도 여전히 인정될 듯 합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보증금이 없는 임대차계약도 있을 수 있고, 보증금이 소액이고 월세가 고액이면 보증금의 이자 상당액과 차임이 등가관계가 아닐 수도 있어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을 하고 있는 것으로도 보입니다. 결국 이렇게 임차건물을 반환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물권인 점유권의 존재 때문인지 아니면 단지 동시이행항변권이라는 채권에 근거해 반환 거부가 위법하지 않기 때문인지 고민이 됐습니다.

원래 상고심 형사사건은 징역 10년 이상의 중대한 형이 선고된 경우에만 대법원에서 심판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물론 사실관계나 법리적인 쟁점이 있는 경우는 예외적으로 판단을 받기도 하는데 그런 경우가 흔하지는 않습니다. 이 사건도 양형으로는 대법원에서 다룰 사건이 아니었지만 법리적인 쟁점이 있는 사건이라 국선변호인으로서 상고이유서 작성에 공을 들였습니다. 물론 예전에 했던 다른 사건에서도 법리적인 문제가 있었지만 대법원에서 그냥 기각이 되어서 너무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대법원에서 사기죄와 관련해 기존 1심과 2심 판결이 잘못되었다고 판단해 파기하고, 다시 재판을 하라고 원심법원으로 돌려보내는 일부 무죄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저는 기쁜 마음에 얼른 판결문을 발급받아 내용을 살펴보니 사기죄의 보호법익에서 재물의 사용수익은 제외하기 때문에 점유권에 대해서는 사기죄로 인정할 수 없다는 기존의 2012년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한 판단이었습니다.

제가 원래 생각했던 논리와는 차이가 있었지만, 점유권의 성격에 대한 제 고민이 결과적으로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대법관의 관심을 끌었나 봅니다. 결국 제 의뢰인은 이번 대법원의 파기환송판결로 일부 범행이 무죄로 인정되어 형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비록 목적지로 가는 길은 처음 계획과 다소 달랐지만, 제가 처음 가고자 했던 목적지에 도착했으니 제 의뢰인에게는 참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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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속에 핀 북방의 장미를 만나다, 태국 치앙마이 1

태국의 제2도시인 치앙마이(Chiang Mai)는 오랫동안 가보고 싶었던 곳입니다. 태국을 3번 정도 여행하면서 항상 방콕을 통해 입국했기 때문에 북부에 있어 거리가 먼 치앙마이까지 가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방콕보다 여유가 있고, 란나 왕국의 문화를 물려받은 치앙마이는 은근히 마음을 당기는 여행지였습니다. 아내가 여름 휴가를 가자고 해서 적당한 후보지를 고르다가 동남아시아에서 너무 덥지 않고, 덜 붐비는 곳으로 적당해 보였습니다.

이번에는 마음 먹고 방콕을 거쳐 치앙마이로 향했습니다. 숙소도 주로 작은 부티크 호텔로 정해서 치앙마이 고유의 분위기를 느껴보려고 했습니다. 처음 도착한 곳도 하얀 색 외관에 섬세한 조각으로 치장된 부티크 호텔입니다. 오랜 시간 비행에 지쳤는데, 친절한 호텔 직원들의 미소와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애프터눈 티세트에 고단함이 확 풀렸습니다. 시원한 음료수와 각종 케이크로 배를 채운 후 호텔 수영장에 가서 더위를 식혔습니다.

방안에 들어가 짐을 푼 후 주변에 있는 사원을 찾아갔습니다. 아내가 사원을 보고 싶다고 해서 좀 늦기는 했지만 유명한 사원을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밤이라 오히려 방문객들이 없어 좋았는데, 조명에 비친 개금된 불상과 도금된 벽장식이 화려하면서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사원을 다 돌아본 후에 사원 밖으로 나갔더니 사거리에 허리에 띠를 두른 세 왕의 조각상이 서있었습니다. 과거 수코타이, 파야오, 란나 세 왕국의 왕들이 평화협정을 맺은 것을 기념하기 위한 것입니다. 밤이 되니 기온도 낮아 시원했고, 사람들도 적어 한적한 거리를 산책하다 숙소에 들어와 쉬었습니다.

다음날에는 미리 예약한 현지 투어를 갔습니다. 다국적 여행객들이 미니 버스에 타고 미리 예정된 관광지들을 도는 것이었는데, 짧은 시간 내에 다양한 곳을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목적지는 치앙마이에서 가장 유명한 도이 인타논 국립공원이었는데, 첫번째로 와치라탄 폭포에 갔습니다. 저는 마침 우의를 입고 갔는데, 바람에 날리는 폭포수가 너무 거세서 하마터면 완전히 물에 빠진 생쥐가 될 뻔했습니다. 폭포 앞에서 안개로 인해 생긴 무지개도 봤는데 이렇게 가깝게 무지개를 본 것은 오랜만이었습니다.

폭포 옆 계단을 오르다가 오른쪽 발목을 살짝 삐기도 했는데, 여행 중 다소 불편하긴 했지만 다행히 투어 당일 트레킹에는 큰 지장이 없었습니다. 젖은 머리를 말리고 본격적인 트레킹을 시작했는데, 사람 크기만 한 바나나잎을 헤치며 걸어가니 다시 멋진 폭포가 나왔습니다. 다시 길을 걷다 보니 다시 멋진 폭포가… 나왔고… 그렇게 사진을 찍다 걷다 하다가 마침내 널찍하게 계단식 논이 펼쳐진 탁 트인 공간으로 나왔습니다. 온통 녹색으로 아래까지 펼쳐진 논이 참 평화롭게 보였습니다.

논둑길을 걸어 내려오니 반갑게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미니 버스가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얼른 차에 올라 이번에는 소수 민족인 화이트 카렌족 마을로 향했습니다. 마을에 도착해 현지인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커피와 차를 한 잔씩 마시며 얘기를 들어보니 그 마을은 과거에는 아편을 재배해 판매하는 것으로 생계를 유지했었답니다. 그런데 몇 년 전 돌아가신 국왕이 커피와 차 묘목을 재배할 수 있도록 지원해줘서 이제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커피와 차를 판매하고, 해외에 수출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부업으로 화려한 패턴과 색감의 수제 옷감도 지어 팔고 있었는데, 저와 아내는 원단 가게에서 늘어지게 자고 있는 강아지에 더 관심이 갔습니다.

소수 민족 마을을 떠나 다음 목적지인 태국의 최고봉으로 향했습니다. 고도가 100m 높아질수록 0.5도씩 기온이 떨어지는 원리에 따라 도이 인타논 국립공원의 최고봉은 열대인 태국답지 않게 춥고, 안개가 많이 낀 곳이었습니다. 안개 때문인지 나무와 조각상에는 이끼가 가득했는데, 예상보다 추워서 벗었던 겉옷을 다시 입어야 했습니다. 정상부를 둘러본 후 호텔로 오는 길에 저와 아내는 미리 저녁식사를 예약해둔 식당 근처에서 따로 내렸습니다. 적당한 시간에 도착한 식당에서 진저 에일에 망고와 스테이크를 먹고, 하루의 피로를 푼 후 호텔로 돌아와 노곤하게 잠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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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구 주거정비전문가 자문위원 위촉식 참석

지난 주에는 금천구 주거정비전문가 자문위원 위촉식에 참석했습니다. 금천구는 제가 유치원 시절부터 중학생 때까지 살았던 곳이라 어린 시절 추억이 어려 있는 곳이고, 학창 시절 친구들이 아직도 살고 있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제가 변호사가 된 후에는 금천구청을 방문해서 자원봉사로 법률상담을 하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코로나로 구청에서 하는 상담이 전면 중단되기 전까지 7년 정도 상담을 했는데, 참 많은 주민분들을 만났습니다. 상담이 많은 날에는 오전에 10명 넘게 상담을 하기도 했는데, 다양한 법적 분쟁에 대해 고민했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아마 그 기간 동안 수천명은 상담을 한 것 같습니다.

코로나로 상담을 중단한 후 금천구청에서 다른 위원회의 위원을 맡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주거정비사업과 관련한 자문을 하게 됐습니다. 제가 원래 서울시 도시정비사업에 대한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데, 금천구청에서 서울시로부터 자문위원 명단을 받아 이메일을 보낸 것이었습니다.

위촉식에 가보니 예상보다 훨씬 많은 정비사업이 계획되어 있어 놀랐습니다. 구청장님의 인사말을 듣고 위원들이 한마디씩 의견을 얘기할 때 서울시 정비사업의 현황에 대해 말하면서 향후 주민들의 민원이 많아질 것이니 담당자와 구청장님이 세심하게 살펴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앞으로 제가 어린 시절을 보낸 금천구가 보다 살기좋게 변화하는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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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철, 변호사로 의미를 남기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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