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를 내뱉는 자들과 우리 사회의 대응

이희호 여사가 며칠 전 96세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자신이 우리 사회에서 소외받았던 여성들의 권리를 위해 싸웠던 운동가이자, 민주화운동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매진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이기도 했던 이희호 여사는 죽음을 앞두고 국민들의 화합과 민족의 평화통일을 기원하겠다는 유언을 남겼습니다.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우리 사회를 위해 많은 기여를 한 이희호 여사가 떠나는 길에 많은 사람들이 조문으로 애도의 마음을 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이희호 여사의 마지막 바람마저도 외면하고, 마지막 길에도 조롱과 저주의 말을 퍼붓고 있습니다.

이렇게 혐오로 자신의 존재 의의를 확인하려고 하는 무리나 세력들은 역사 속에서 계속 존재해왔습니다. 그들은 혐오라는 독을 내뱉으면서 자신의 근거없는 우월성을 과시하고자 하거나, 특정한 정치적 목적에 알게 모르게 종사해왔습니다. 그런 무리 중 10여년 전부터 자주 들리는 단어가 일간베스트, 줄여서 ‘일베’라는 사이트 이용자들일 것입니다.

일베에 대해서 피상적으로 들어보기만 했던 제가 일베 무리들과 직접 대면하게 된 것은 대한변호사협회 세월호 유가족 법률지원단으로 활동하던 중 광화문에서 유가족의 단식농성장에 현장대응반으로 대기하면서였습니다. 당시 세월호 유가족들은 세월호 사고가 발생하게 된 사실관계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면서 광화문 광장에서 목숨을 건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한낮의 뜨거운 햇볕이 아스팔트를 달궈 그 열기가 광화문 농성장을 감싸고 돌던 오후, 일베가 이른바 ‘폭식투쟁’을 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돌연 농성장에 전해졌습니다. 그 전에도 한번 일베가 광화문에서 단식농성을 하는 유가족들을 조롱하기 위해 단식농성장 옆에서 피자와 치킨을 나눠먹는 ‘폭식투쟁’을 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제가 광화문에 없었기 때문에 정확한 상황을 알지는 못했고, 언론 기사를 통해서만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광화문에서 지원활동을 맡은 날 일베가 온다고 하기에 저는 유가족분들과 자원활동가들에게 물리적 충돌이나 폭언 등 일베가 유도하고자 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당부를 했습니다. 

일베가 모이기로 했다는 오후 5시 정도 되자, 10대 후반에서 20대 초중반 정도 되는 청년과 소년들 무리가 광화문 광장으로 몰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음식을 햄버거 봉지를 들고 있고, 다른 사람은 치킨 박스를 들고 있기도 했는데, 유가족들이 단식농성을 하는 천막 근처로 무리지어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배치되어 있던 경찰병력과 자원활동가들이 무슨 용무냐고 물으면서 그들의 접근을 막기 시작했고, 저 역시 그들에게 다가갔습니다.

제가 다가가 무슨 일로 왔냐고 물으니, 한 청년은 광화문 광장에 김밥 먹으러 왔는데 음식 먹는데도 무슨 허락을 받아야 되냐고 반문하기에, 그럼 저 옆에 있는 의자에서 먹는 것이 어떻냐고 했더니 자기가 먹고 싶은 곳에서 먹겠다면서 단식 농성 천막 바로 뒤로 다가갔습니다. 이것을 본 자원활동가들이 뭐하는 거냐면서 언성을 높이자, 충돌을 막기 위해 경찰병력이 다가와 가운데서 차단하면서 그 청년을 옆에 있는 의자로 가도록 했고, 결국 그 청년은 그 의자에서 김밥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 모습을 보고 흥분하는 자원활동가들과 유가족들에게 저들이 원하는 것이 바로 그렇게 화내고 물리적 충돌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진정시켰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옆에서 치킨 박스를 들고 이런 모습을 보고 있던 3, 4명의 청년들에게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았더니, 어떤 사람은 안양에서 왔다고도 하고 다른 사람은 자기가 어디서 왔는지 왜 알려줘야 하냐면서 퉁명스럽게 대꾸하더니 옆에 있던 경찰관에게 이런 걸 물어보는 것이 사생활을 침해하는 불법적인 것이 아니냐는 황당한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 날은 처음 폭식투쟁 후 여론의 뭇매를 맞은 후라 그런지 우려했던 것보다는 적은 인원이 온 것으로 보였는데, 저는 그래도 그들의 생각이 알아보려고 뭔가 대화를 해보려고 했지만, 계속 말꼬리만 잡고 늘어지거나, 자신들이 왜 왔는지는 숨기고 그냥 음식을 먹으러 왔다면서 우리나라에 그런 자유가 없냐는 뻔히 보이는 거짓말만 반복할 뿐이었습니다.

그들을 보면서 문득 떠오른 것은 나치 돌격대였습니다. 히틀러의 나치당이 정권을 잡기 위해 백색테러를 저질렀을 당시 돌격대는 그 선봉에서 활동을 했고, 그 구성원들은 사회 현실에 불만을 품은 젊은 청년들이었습니다. 광화문에서 이른바 ‘폭식투쟁’이란 것을 하고 있는 저들이 지금 사회에 가지고 있는 불만은 어떤 것이고, 그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이런 방법이 진정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일지도 궁금했고, 자신들이 누군가의 목적을 위한 도구로 이용당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도 묻고 싶었습니다.

나치 돌격대는 히틀러의 나치당이 정권을 장악한 후에도 그 세련되지 못한 폭력성을 계속 노출했고, 이제는 그런 모습이 부담스러워진 히틀러에 의해 수백명의 간부들이 즉결 처형되는 등 숙청됨으로써 그 효용을 사실상 다하게 되었습니다. 오늘을 비추는 거울인 역사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를 잊은 저들을 저렇게 만든 것이 누구일까,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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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싸운다는 것

오늘은 한달에 한 번 서울시 마을변호사로 상담을 하는 날이었는데, 주민센터에 상담을 하러 오신 분이 저에게 자신이 기억나냐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전 잘 기억이 나지 않아 전에 오셨냐고 답하면서 언제 오셨냐고 물었더니 1년 전에 왔었다면서 자신이 아니라 오빠의 사건 때문에 왔었는데, 1년 동안 재판을 받고 다시 상담을 받으러 왔다는 것이었습니다.

상담자가 하는 얘기를 듣다보니 전에 들었던 사연이 생각났는데, 대략적인 내용은 공무집행방해 사건이었습니다. 술을 마신 오빠가 인도에서 길을 막고 다른 사람을 체포하고 있었던 경찰관에게 길을 비켜달라고 하면서 시작된 사건이었습니다.

전에 상담하면서 무죄를 다투고 싶다고 하기에 목격자 진술을 확보해 대응하라고 했는데, 실제 공판에서는 재판장이 주변에서 상황을 본 가게 주인의 진술은 배척하고, 동료 경찰관의 진술을 믿어 유죄를 선고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경찰관이 상황을 오해하고 범죄를 저지르지도 않은 의뢰인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상해를 입힌 것과 관련해 국가배상청구 사건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를 상대로 싸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많이 느낀 바 있습니다.

일단, 법원은 경찰이나 공무원들은 기본적으로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을 것인데,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일 때가 있습니다. 판사 스스로가 보통 법을 잘 지킬 뿐 아니라, 같은 공무원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동료의식이 작용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나아가 설령 그런 잘못을 했더라도 국가재정을 생각하면 배상까지 인정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도 보입니다. 다른 변호사들과 얘기하다보면 종종 판사가 법 해석이라는 자신의 역할을 넘어 국가재정을 지키는 수비선수 역할을 자임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까지 하게 되기도 합니다.

사실관계 확정에 있어 완전히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자세를 유지한다는 것이 인간인 판사로서도 쉽지 않겠지만, 신의 역할을 대신한다고도 하는 판사들은 이러한 세간의 의심마저도 잘못된 것이었다는 깨닫게 해주는 판결을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서울에는 각 동별로 마을변호사가 있어서 법적 문제에 대해 상담을 하고 있습니다. 간단한 사안이나, 경제적으로 법률 상담료를 지급하기 어려운 분들은 한번 이용해보시는 것도 좋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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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살아가며

우리는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생각을 합니다.

군대에서 저를 가장 힘들게 한 것 중 하나가 생각을 하지 말라는 말이었습니다.

아마 엄격한 계급체계와 상명하복이 필요한 군대의 특성상 군인 개개인이 판단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생각하는 갈대일 수는 있지만 생각없는 인간일 수 없는 우리는 오늘도 많은 생각을 하고, 우리의 문명도 그렇게 일어섰습니다.

이 곳은 오늘을 살아가는 제가 언론기사나, 일상에서 겪는 일들, 때로는 그냥 문득 떠오르는 것들에 대해 적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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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철, 변호사로 의미를 남기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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