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인격권과 복지국가의 과제 국회 정책 세미나

최근 계속되는 전쟁으로 전세계가 대립과 불안에 휩싸여 있습니다.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하면서 전쟁에 사용되는 인공지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자동으로 표적을 식별하는 시스템은 인간의 최종 의사결정이 단지 기계적 승인에 그칠지도 수 있다는 걱정이 들게 합니다. 인공지능 모델 개발사인 엔트로픽이 자사 인공지능 모델의 군사적 이용을 반대하며 미국 국방부와 충돌한 사건은 현실이 되고 있는 자율살상무기체계(LAWS, Lethal Autonomous Weapons Systems)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관련 업무를 하는 저도 이런 상황에 대한 확인과 규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얼마 전 개최된 국회 정책 세미나에 참석하게 됐습니다. 이번 세미나에는 제가 소속되어 있는 대한변호사협회에서 토론자로 저를 추천해서 인공지능과 인격권, 복지국가를 주제로 토론을 하게 됐습니다. 아마도 대한변호사협회가 좌장을 맡으신 이우영 교수님이 회장으로 계신 한국입법학회, 국회의원실과 함께 개최한 것으로 보입니다.

기조발제는 대법관을 마치고 다시 학교로 돌아오신 김재형 교수님이 맡으셨는데, 민법에 조예가 깊으셔서 인격권이 어떻게 민사법적으로 발현되는지를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주제발표에서는 인공지능에 기반한 복지행정이 가져다 줄 효용과 함께 국민 개인의 데이터가 복지수급을 위해 과도하게 제공되는 것을 막을 제어 장치로서 인격권을 설정하는 것으로 서울대 법학연구소 연구원인 정란 박사님의 견해가 제시되었습니다.

저도 원래 대학원에서 헌법을 전공하던 입장이었기에 인격권이 도출되는 헌법 10조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시대에 어떤 방식으로 인격권이 발현될 수 있는지, 또한 인공지능 활용으로 인격권이 형해화되지 않도록 어떻게 규율을 할지를 중심으로 토론문을 작성했습니다. 물론, 인공지능 관련 실무를 하면서 느낀 행정법적 절차에서 발생할 실질적인 장애에 대한 내용 역시 함께 논의했습니다.

이번 세미나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김재형 교수님의 기조 발제에 제 학위 논문 주제이자, 이후 출간한 저서의 주된 내용인 인공지능의 인격과 책임 문제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아직도 이런 문제가 현실화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흘러야 할 것이나, 제가 관심을 가진 내용에 대해 우연히 참석한 세미나에서 듣게 되어 더욱 반가웠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칠 인공지능 관련 논의가 풍부하게 이뤄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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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이별하기엔 너무 이른 시기

얼마 전 부산에 다녀왔습니다. 몇 년 전 부산에 업무차 갔다가 들렀던 고등학교 시절 절친했던 친구의 한의원을 다시 찾기 위해서였습니다. 제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제수씨가 문을 열고, 짐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친구가 없는 조용한 공간에 들어서는데, 환하게 웃으며 저를 맞아주었던 친구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장례식장 사진에서도 그렇게 밝게 웃고 있던 친구가 일했던 곳을 제수씨와 함께 정리하며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수씨가 친구의 한의원을 정리하는 것을 돕기 위해 부산에 내려갔던 것인데, 다행히 법적인 문제까지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아직 다른 법적 부분들까지 끝내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지만 이제 혼자서 자녀들까지 챙기며 헤쳐가야 할 제수씨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서 다행입니다.

몇 년 전 친했던 후배가 세상을 떠난 것도 그렇고, 친구도 그렇게 떠나고 나니 제가 세상에 남길 것은 무엇일까 하는 고민도 되었습니다.

제가 아내와 함께 여행을 갔을 때 주말에 시간을 내서 부산 여행까지 안내해줬던 친구… 복길아 편히 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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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방위가 마침내 정당해진 세상

사법시험을 준비하면서 형법을 공부할 때 가장 기본인 내용 중 하나가 형사적으로 의율할 수 있는 행위의 구성요건해당성, 위법성 조각, 책임 조각의 문제입니다. 이 중 정당방위, 긴급피난, 정당행위 등 위법성 조각 항목에서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습니다. 제가 대학원에서 인공지능 관련 논문을 쓸 때 법철학과 관련해 고민했던 트롤리 딜레마도 위법성 조각 관련 내용이라 조금은 철학적인 이론적인 바탕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런 위법성 조각 사유 중 대표적인 것이 정당방위입니다. 형법 제21조가 규정하고 있는 정당방위는 ‘현재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法益)을 방위하기 위하여 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 법원이 이 정당방위를 너무 소극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20대에 처음 형법을 공부하면서 이해할 수 없었던 판결 중 하나가 정당방위의 요건을 과도하게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는 판례의 태도였습니다. 한창 혈기가 왕성했던 시기라 더욱 그랬는지 모르지만 상대방이 먼저 폭행을 하는데도 이를 피하거나 소극적으로 막기만 해야지 정당방위를 인정하고, 조금이라도 상대방에게 유형력을 행사하는 기미만 보이면 일단 쌍방폭행으로 처벌하는 것이 부당하게 느껴졌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피해자인 제3자를 돕기 위해 나서는 경우도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기도 해서 더욱 그랬습니다.

이와 관련해 특히 이상했던 판례가 있었습니다. 이번에 재심결과 대법원 파기 환송을 거쳐 부산지법에서 무죄가 인정된 강간을 피하고자 강간범의 혀를 깨물었다가 유죄가 인정된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었습니다. 제가 판결문을 읽었을 때 이미 40년이 넘었던 사건이니 벌써 우리 사회 법현실과 많이 차이가 나는 사건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도 그 판결이 바뀌는데 다시 20년이 걸렸습니다. 그 60년이 넘는 오랜 시간 자신의 성명까지 알려졌던 피해자의 억울함이 과연 이 재심 판결 하나로 풀어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재심 판결을 기사로 접하면서 잘못된 판결이라 마침내 바로잡혔다는 것을 확인하는 기쁜 순간이면서 동시에 법조계에 있는 사람으로서 하나의 사건이 갖는 무게감을 다시 한번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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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술선지’, ‘연결하라’는 세종대왕 말씀

얼마 전 아무런 예고 없이 제 사무실에 액자 한 점이 도착했습니다. 제가 이사로 있는 공익법인의 예전 이사장이셨던 대표님이 보내신 것이었습니다. 사업에 바쁘셔서 한동안 연락이 뜸했었는데 우연히 저희 법인의 다른 변호사님과 만나서 제 얘기를 듣고 선물을 보내셨다는 것입니다.

제가 받은 액자는 캘리그래피 작가로 유명한 강병인 작가의 작품이었는데, 액자에는 한글로 ‘연결하라’고 써있습니다. 강병인 작가는 드라마 ‘미생’과 소주 ‘참이슬’, 전통주 ‘화요’ 글씨를 개성있게 쓴 분입니다. 추사 김정희 선생으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하셔서 그런지 추사체처럼 글씨체가 현대적인 형태에 무게를 더한 느낌입니다.

액자의 ‘연결하라’는 문구는 세종실록에 있는 ‘소술선지(紹述先志)’라는 문구의 의미를 재해석한 것이라 합니다. 소술선지는 글자 그대로는 옛 뜻을 이어받아 이룬다는 것으로 세종대왕이 여러 인재들과 교류하며 뜻을 모아 새로운 성취를 이룬 것을 의미합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말처럼 선례와 전통을 중시하는 법학도 그렇지만, 기존의 것을 시대에 맞도록 다듬어 새로운 것으로 빚어내는 것이 가장 큰 성과를 내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저도 프로젝트를 하면서 시공간을 종횡으로 살펴 이전 자료를 참조해 새로운 자료를 만들고, 제가 아는 네트워크에서 함께 할 구성원들을 찾고는 하는데, 이 또한 같은 이치가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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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Deep Seek)의 출현과 대중국 기술 봉쇄의 한계

이번 설 연휴에는 딥시크라는 중국 스타트업이 개발한 AI 모델이 전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좀 더 세세히 들여다봐야 하긴 하겠지만 서양의 빅테크 기업들이 들인 비용과 노력의 1/10도 안 되는 수준으로 더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는 것이 큰 충격을 줬던 것 같습니다.

특히나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의 AI 개발을 막기 위해 최첨단 기술과 반도체 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봉쇄를 했는데도 낮은 성능의 반도체로도 이 정도로 뛰어난 AI 모델을 만들었다는 것이 더 충격적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강대국들이 자신들의 핵무기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만든 NPT 체제를 거부한 인도가 서방 강대국들의 경제 제재로 인해 오히려 성냥에서 인공위성까지 자체적으로 만드는 기술력을 갖추게 된 것처럼 중국에 대한 기술이나 첨단 산업 부품 수출 제한도 마찬가지로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이미 세계 2위의 내수 시장에, 14억이 넘는 인구와 다양한 자원이 부존하는 세계 4위의 국토 면적을 가진 중국의 첨단 기술 산업 발전을 억제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오히려 철 지난 중상주의 정책으로 동맹국들을 옥죄려 하는 미국의 최근 행보는 세계 리더로서의 지위를 스스로 흔드는 자충수로 보입니다.

일반/범용 인공지능의 출현이 임박했다는 여러 주장들이 나오는 현 시점에서 과연 어느 국가가 미래 인류 문명의 방향을 설정할지 궁금해집니다. 또한, 이 격변의 시점에 우리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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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3일 위헌, 위법적 비상계엄 선포와 헌법 질서 회복

2024년 12월 3일 밤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습니다. 아내는 아이를 재우고 있었고, 저는 다른 방에서 밀린 업무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인터넷 검색 중 이상한 기사가 속보로 뜨는 것을 보게 됐습니다. “윤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처음에는 가짜 뉴스인가 했습니다. 하지만 진짜였습니다.

처음에는 어처구니가 없었는데,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방송을 보다 보니 역사책에서 봤던 비상계엄 상황에 언뜻 두려움이 엄습했습니다. 그러다 계속 진행되는 상황을 보면서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분노가 솟구치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국민들을 우습게 봤으면 무려 2024년에 국민들이 선출한 대통령이 자신의 장기 집권을 위해 군대를 동원해 국민들을 살해하고 헌법 질서를 파괴하는 친위 쿠데타를 일으킨단 말인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화가 나지 않는다면 이상할 정도였습니다.

다행히 국회의원들이 빠르게 대응해서 헌법 절차에 따라 계엄 해제가 의결되었고, 몇 시간 지체되긴 했지만 계엄이 해제됐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실패한 쿠데타의 결과로 당연히 이루어져야 할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 의결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육아로 바빠서 1차 국회 탄핵 의결 때는 집회에 참여하지 못했는데, 더 이상 두고 봤다가는 정치만이 아니라 경제도 엉망이 될 것 같아 2차 탄핵 의결 시점에 맞춰 여의도 국회 앞 집회에 참석했습니다.

저는 기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대통령을 너무 자주 탄핵하는 것은 국가에 혼란을 가져온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주변에서 윤대통령의 거듭되는 실정으로 탄핵을 말할 때도 반대하는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비상계엄은 그 자체로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것이었기에 대통령을 탄핵하고 다시 대통령을 선출하는 것이 오히려 국가를 안정시키는 길이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여의도 집회는 국회의사당 앞부터 여의도 역까지 집회 인파가 가득 들어찰 정도로 엄청난 인원이 모여 있었습니다. 그런 국민들의 마음이 전달됐는지 다행히 2차 탄핵 의결은 가결되었고, 집회에 참석했던 저를 포함한 국민들은 가결 204표라는 국회의장의 발표에 다들 환호를 했습니다.

물론 마음 한 구석에는 생각보다 너무 적은 찬성표로 인한 실망감도 있었지만 그래도 이제 다시 법에 정한 절차대로 나라가 운영될 것이란 기대를 갖게 됐기 때문입니다. 많은 인원이 모여서 집에 가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여의도를 떠나며 하늘에 뜬 달을 보니 그래도 우리나라가 다시 방향을 제대로 잡은 것 같아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을 기념하기 위해 국회의사당을 촬영하고 귀가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국회의 탄핵 의결 이후 예상보다도 더 휘청거리며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윤대통령의 권한대행이었던 총리 역시 이 사태를 정리할 모든 방안을 거부하다 마찬가지로 탄핵이 됐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2024년 마지막 날 드디어 그 다음 권한대행인 경제 부총리가 탄핵심판을 심리하고 결정할 헌법재판관 2인을 임명한 것입니다. 이런 결정에 찬반이 엇갈리고 있지만 최소한 탄핵심판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게 되어 한숨 돌리게 된 것 같습니다. 빨리 이 상황이 정리되어 경제도 제자리를 찾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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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데이터 산업 포럼 패널 참석

지난 주에는 의료 데이터 산업의 현황과 생태계 조성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포럼에 참석했습니다. 제가 몇 년 전부터 참여하고 있는 대한의료데이터협회가 한국산업연합포럼과 함께 개최한 포럼이었는데, 저는 전체 주제 중 제가 많이 관여하고 있는 인공지능 관련 내용에 대한 지정토론을 맡게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의료계 등 보건복지 업무를 담당했던 분들과 데이터를 활용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 업무를 담당했던 분들이 함께 한 자리다 보니 현장의 경험과 법 제도적 개선 방안에 대해 풍부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제가 맡았던 인공지능의 경우 의료 빅데이터가 인공지능 학습 데이터 세트로 이용되기 때문에 해당 분야에 대한 관심도 높았습니다.

제가 발표한 내용은 인공지능 학습용 의료 데이터 구축을 위한 제도와 학습용 의료 데이터 세트의 품질 확보가 필요하다는 내용과 향후 해당 분야 발전을 위한 제언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가명화 등 비식별화 방안 및 마이데이터 사업에 대한 내용, 의료 데이터의 소유권, 기 구축 의료 데이터의 품질 평가 필요성 및 향후 구축할 의료 데이터의 품질 향상을 위한 인센티브 제공 등 내용을 포괄하는 것이었습니다.

산업이 발전하려면 민간 업계도 시장을 만들어가는데 노력해야 하지만 행정부와 입법부에서도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지원 정책을 마련해줘야 미성숙한 시장에 진출하는 기업들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포럼에 보건복지 분야와 의료 데이터에 관심이 있는 국회의원과 관계 정부 부처에서 참석한 것을 보고 저도 의료 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 기반 산업 발전에 대한 기대가 좀 더 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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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선한 후배와의 영원한 이별

봄철인 요새는 새로운 기운이 움트는 시기라 결혼식 소식이 자주 들리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계절이 바뀌는 시기라 그런지 지인들로부터 갑작스런 비보도 들려오곤 합니다. 최근에는 제가 맡고 있는 사건의 사건관계인이 사망하시기도 하고, 대학 후배의 장인이 돌아가시기도 하는 등 안타까운 일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며칠 전에는 친했던 후배의 부고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대학교 동아리에서 만났던 후배인데, 제 고등학교 후배이기도 하고 그 형이 저와 동창이기도 한 여러 인연이 얽혀 있는 후배입니다. 대학 다닐 때부터 심성이 착하고, 인상도 밝아서 저도 잘 챙겨주려고 했는데 마침 제가 신림동에서 사법시험 준비를 할 때 그 후배도 변리사 시험 공부를 해서 신림동을 지나다니며 가끔 보기도 했습니다.

이후 저와 후배가 시험에 합격해 각자 개업을 하고 지낼 때 제가 주최하는 와인 모임에 초대하기도 했고, 서로 일하는 영역의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기도 하면서 도움을 주고받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한 4년 정도 전에 후배에게 맡길 만한 일이 있어 연락을 했는데 전화를 받지 않고, 이후 전화가 오지도 않아서 업무가 많이 바쁜가 했습니다. 시간이 좀 흐른 후 후배한테 전화가 왔는데 몸이 안 좋아서 사무실도 닫고 쉬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 통화를 할 때는 잘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하길래 좀 건강이 회복되면 얼굴 한번 보자고 얘기를 했습니다. 그렇게 몇 달에 한번 정도 간간이 통화를 했는데 작년 봄에는 다행히 많이 회복이 됐다고 해서 같이 식사도 한번 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서 많은 얘기를 하다가 더 몸이 좋아지면 전처럼 와인도 같이 한 잔 하자는 약속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갑자기 부고가 와서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동아리 선후배들과 언제 조문을 할지 조율하다가 저는 시간이 맞지 않아 점심 때 장례식장을 찾았습니다. 장례식장을 들어가는 제 손에는 후배와 마시자고 했던 와인 한 병이 들려 있었습니다. 절을 한 후 후배의 부인, 형과 후배와 있었던 얘기를 하면서 들고 온 와인을 건네면서 장지에 뿌려 달라고 말하는데, 자꾸 눈물이 났습니다. 후배 부인도 와인을 받더니 후배가 아직 살아 있는 것 같다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고등학교 친구 중 참 착한 친구 한 명도 너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는데, 신은 좋은 사람들을 먼저 데려간다고 하더니 후배도 그렇게 선택을 받았나 봅니다. 기화야, 더 좋은 곳에서 아프지 말고 편안하게 쉬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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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경제학사 산책 – 새뮤얼슨 vs 프리드먼, 그림동화 완역본

  • 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경영학과에 입학했습니다. 경영학과에서는 경제학이 전공 필수과목이라 미시경제학과 거시경제학을 배웠는데, 당시 아주 오래된 고전 경제학에 대한 내용을 주로 배우고 케인즈학파나 통화주의에 대해서는 별로 배운 기억이 없습니다. 물론, 이젠 너무 오랜 시간이 흘러 다른 내용도 많이 기억이 나지는 않습니다. 도서관에서 새뮤얼슨 vs 프리드먼이라는 제목을 봤을 때 이 책을 집어들게 된 것은 사실 프리드먼이라는 이름 때문이었습니다.

이 책에서도 나와 있는 것처럼 사실 프리드먼은 통화주의를 전파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경제학에서는 많은 유산을 남기지는 못했고, 오히려 정치에 관심이 많아 정치를 통해 더 알려진 것 같습니다. 저도 폴 새뮤얼슨보다는 밀턴 프리드먼이 훨씬 익숙한 이름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니 제가 잘 몰랐던 폴 새뮤얼슨이란 경제학자가 참 많은 업적을 남겼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더욱 흥미로웠던 것은 경제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이 있다는 것과 경제 상황에 따라 적용될 수 있는 해법이 달라 그 중 어떤 것도 정답이 될 수는 없었다는 것입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경제적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보다 나은 방법론은 자유주의를 강조한 밀턴 프리드먼의 이론이 아니라 폴 새뮤얼슨의 케인즈주의 통합이었다는 내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때 정치와 경제에서 자유주의의 물결이 거세게 몰아쳤지만 개개인의 자유 추구만을 이상사회가 도래할 것이라는 선전은 제 경험과는 달랐기 때문입니다.

만일 대학에서 경제학 이론을 배우기 전 역사적인 경제 상황의 변동과 그에 따른 경제학 이론의 대응을 알 수 있는 경제학사를 먼저 배웠다면 경제학 공부를 훨씬 더 재밌게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렸을 적 그림동화 중 일부 발췌본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에는 유럽의 민담이 우리와는 좀 다르다는 느낌 정도였는데 나이가 들어 어디선가 그림동화가 어린이들이 읽기에는 너무 잔인한 내용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좀 잔인한 내용들이 있었던 것도 같았습니다. 또 하나 놀랐던 건 제가 그림동화라고 알고 있었던 책의 제목이 책의 저자였던 야코프 그림과 빌헬름 그림 형제의 이름에서 왔다는 것입니다. 사실 전 그때까지 동화에 삽화가 많이 있어 즉, 그림이 있어서 그림동화라고 잘못 알고 있었습니다.

어쨌든 200년 전 그림형제가 모은 벨기에, 독일 등 유럽 전역에서 모은 민담들을 번역해 2권의 두툼한 책으로 출간했는데, 원래 이런 내용이었나 싶은 것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어렸을 때 읽어서인지 이야기의 뒷부분이 생각나지 않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다른 내용으로 기억하기도 했습니다. 알고 보니 그림동화 자체도 개정이 이루어지면서 내용들이 조금씩 변화되어 제가 읽은 판본과 완역본의 내용이 다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최초 그림형제가 출간했던 민단의 내용 그대로 읽는다는 것은 당시 유럽 사회의 실상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듯 합니다. 그나저나 계모는 어디서나 악인으로 묘사되는데, 뭔가 문화권 사이에서도 상호 영향을 받은 것인지 아니면 원래 인간이 보편적으로 그런 상황에서는 그렇게 행동하는 것인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어른들도 생각할 것들이 많이 생기니 이제 아이들에게만 그림동화를 읽으라고 할 것이 아니라 다시 한번 읽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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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그 이름의 무게

얼마 전에 제 딸이 태어났습니다. 아내와 결혼한 지 2년이 조금 안 되었는데, 딸이 태어나자 아내가 이제 진짜 가족이 된 것 같다는 말에 다시금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봤습니다. 부부가 된 후 다시 자녀가 태어나 3인 가족이 되는데 주변에서는 이제 많은 것들이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들을 합니다.

아마도 우리 모두는 태어났을 때 마치 제 딸처럼 머리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로 지내다가 가족, 친척 및 사회의 도움을 받아 어엿한 사람으로서 살아가고 있을 겁니다. 동물들은 태어나자마자 걷기도 한다는 데, 그렇게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며 살아갈 수 있는 모습이 되기까지 사람은 참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 같습니다.

밥을 먹다가 잠이 들고, 잠을 자다가 방긋 웃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한 제 딸이 가정과 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을 하며 살아갈 때까지 뒤에서 지켜봐 주는 것이 제가 앞으로 할 역할이 아닐까 합니다. 아마 이 시간에도 많은 아빠들이 자녀들의 웃는 행복을 지켜주기 위해 애쓰고 있을 겁니다. 이제 저도 아내와 함께 사랑스러운 딸의 미소를 보기 위해 최선을 다해보려고 합니다.

세상의 모든 부모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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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철, 변호사로 의미를 남기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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