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2년 간의 행정심판위원회에서의 위촉 기간이 지났습니다. 약 2달 정도에 한번의 회의였지만, 사건의 주심과 부심으로서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법리적 판단을 해서 결정문 초안을 작성하는 것이 생각보다 많은 고민이 되고, 까다롭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회의 때마다 많게는 7, 8개, 적게는 3, 4개의 주심, 부심 사건을 준비하고, 간이한 일반 사건 10개 정도를 일주일 정도의 기간 동안 정리하는 것이 그리 간단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특히 기존에 진행되고 있는 송무 사건이나 자문 사건을 무리없이 진행하면서, 추가로 행정심판위원회 사건들까지 진행하는 것은 제게는 주말에 추가적인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으면 쉽지 않은 일이기도 했습니다. 어떤 위원분들은 이런 행정심판위원 임기를 4년, 6년까지도 하시기도 하는데, 남들이 별로 알아주지 않는데도 묵묵히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는 그 노력과 헌신에 놀라기도 했습니다.
행정심판위원회 위원을 하면서 느낀 것이 여러 가지 있지만, 역시 행정사건은 근거 법령이나 법리가 복잡할 뿐 아니라 행정재량의 영역이 커서 해결이 쉽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국민들과 행정청의 처분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라 하나의 사건에 대한 결정이 미치는 파급력이 일반 민사 사건이나 형사 사건보다 크기도 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행정심판위원회 위원들도 아무래도 심판청구에 대해 보수적으로 판단하게 되어 인용 결정을 내리는데 부담을 내리는 것 같습니다. 행정심판위원회의 인용 결정에는 행정청이 다시 행정소송으로 다투지 못하게 되어 있다는 점 역시 이런 판단 경향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돌아보면, 비록 행정심판위원회가 행정청에 속해 있기는 하지만 그 설립 취지 자체가 국민의 권리 구제를 위한 것이므로 행정청의 입장보다는 심판을 청구한 국민의 구제에 더욱 중점을 두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제가 위원회에서 여러 위원들과 의견을 교환하거나 사건에 대해 의결을 하다보면 자꾸 벽에 부딪히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런 아쉬움이 남는 부분에 대해서는 계속 위원으로 결정을 하시는 분들이나 새로 위원으로 위촉되시는 분들은 이런 부분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는데 더욱 귀를 기울여 주셨으면 합니다. 앞으로 행정심판위원회 운영은 행정청에 대한 견제와 국민의 권리 및 이익 구제라는 설립 목적에 천착해 보다 많은 국민들이 정당하게 권리 구제를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작년 하반기에는 자동차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자율협력주행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자율주행자동차 사용화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약칭 ‘자율주행자동차법’의 개정과 그 하위 시행령, 시행규칙의 개정을 위한 프로젝트 자문에 집중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20년 자율주행자동차법이 제정됐는데, 기존 내용에 자율협력주행과 관련한 보안성을 갖춘 인증관리체계를 추가해 실질적인 자율주행이 가능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하는 작업이었습니다.
자율협력주행은 현재 자율주행을 표방하는 자동차들이 자체적인 센서에만 의존해 주행을 하고 있다는 한계를 넘어, 도로를 운행하는 다른 자동차들이나 도로변에 있는 설치된 시설이 수집한 주행에 필요한 정보들까지 실시간으로 공유하면서 주행을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V2X라고 간단히 부를 수 있는 이 시스템을 통해 V2V인 다른 자동차들의 예상 주행 경로, V2I인 노면 상태나 노면의 장애물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보다 안전하고, 진정한 의미의 자율주행이 가능하게 할 수 있습니다.
‘자율주행자동차법’ 개정안 29일 국회 본회의 통과
국토교통부는 자율협력주행 인증관리체계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위한 ‘자율주행자동차법’과 자동차사고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고 자동차 손해배상 정책 수립·지원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개정안이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자율주행자동차법 개정안은 안전하고 신뢰할…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제가 법적 자문을 했던 O정 OOMG만이 아니라 OO전자인증, OO SDS, 한국OOOO공단, 국토교통부의 많은 담당자들과 전체 사업계획의 방향과 실무적인 내용을 함께 고민하고 준비했습니다. 특히 사업 계획이나 실무를 고려해 법적인 자문을 하면서, 원래 제가 알고 있었던 인공지능 관련 법적 내용이나 일반적인 법 지식 외에도 법률이나 시행령, 시행규칙, 고시 등 국회나 행정부 입법의 실무적 절차나 구체적인 개정안 작성과 관련해 많은 것을 더욱 깊이 있게 아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특히 이런 큰 규모의 프로젝트를 하게 되면 다른 조직에 속한 많은 인원들이 협업을 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좋은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서로 다른 이해관계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송무 사건에서도 많은 변호사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경우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다행히 법률과 시행령, 시행규칙이 기한 내 개정되어 올해 초 시행되게 되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하면서 변호사들이 일반적으로 알지 못하는 인공지능(AI)이나 인증 관련 실무적인 내용과 법령 제정 과정을 많이 알게 됐다는 점도 좋았고, 앞으로 진정한 의미의 자율주행자동차가 상용화되었을 때 그 자율주행차를 타면서 그 운행에 제가 일조를 했다는 보람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프로젝트 일정이 빠듯해 개인적으로 어려운 점들도 있었지만, 저에겐 업무능력이나 인간관계 등 여러모로 남은 것이 많은 프로젝트였습니다.
어렸을 적 과학잡지에서 보았던 앙코르와트의 모습은 마치 영화 인디아나 존스에 나오는 탐험의 대상처럼 느껴졌습니다. 이후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지면서 주변에서 하나 둘 앙코르와트를 방문한 사람이 생겼고, 크메르루즈의 악명으로 더 유명해진 크메르 제국이 남긴 영광의 상징인 앙코르와트에 가보고 싶다는 저의 바램은 점점 더 커져갔습니다. 본격적인 학위 논문 작성과 심사을 앞두고 얼마쯤 푹 쉬면서 심신의 휴식이 필요했던 저는 훌쩍 캄보디아로 떠나기로 했습니다.
예전에 친한 친구가 앙코르와트가 있는 시엠립을 다녀오는데 태국에서 버스를 타고 8시간인가 걸려서 고생을 많이 했다고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 시엠립 옆에는 공항이 따로 하나 있을 정도가 되었으니 상전벽해라 할만 합니다. 저는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 몸과 마음을 편히 쉴 곳을 찾았는데, 너무 크고 화려한 호텔이 아닌 조용하고 안락한 Butterfly Pea라는 이름의 부티크 호텔이었습니다. 동남아시아에 많이 피는 보라빛깔의 꽃 이름인데, 보라색을 좋아하는 제 마음에도 쏙 들었습니다.
시엠립 공항을 나와 택시를 타고 숙소에 도착하니 웰컴 드링크 한잔을 주고, 체크인 후 방으로 안내를 받았습니다. 방에는 몇가지 과일이 든 바구니가 하나 있었는데, 사실 제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과일들도 있어서 숙소를 떠날 때까지 그대로 둔 과일도 있습니다. 짐을 푼 후 리셉션에서 다음날 투어를 예약한 저는 간단히 식사를 한 후 밤거리를 구경하러 나갔습니다. 제가 머문 숙소는 도시를 관통하는 강변에 위치해 있었는데, 조금만 걸어가면 번화한 중심거리가 나와 쇼핑을 하거나 식사를 하기에도 좋았습니다. 다만, 호텔을 나갈 때마다 길가 한쪽에 서있는 직업 여성들이 자꾸 “오빠 멋있어요~”라고 하면서 다가오는 것이 좀 부담스럽기는 했습니다. ㅎㅎ
첫날 푹 잠을 잔 저는 다음날 일찍 앙코르와트 투어를 하기 위해 가이드와 함께 일찍 길을 나섰습니다. 보통 앙코르와트 투어는 그랜드 투어, 스몰 투어로 나뉘는데 저는 그랜드 투어를 선택해서 많은 곳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처음 앙코르톰으로 들어가는 길에 있는 있는 데바과 아수라들이 나가를 당기면서 ‘우유의 바다’ 장면을 연출하고 있는데, 그 모습에서 진지한 사원의 느낌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앙코르와트와 앙코르톰, 바이욘 사원 등 건물에는 사방에 제가 좋아하는 조각들이 전체적으로 새겨져 있어 그 조각들을 감상하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됐습니다. 그래서 자꾸 가이드가 다른 곳에 가자면서 끌고 가는 것이 좀 아쉽게도 느껴졌습니다. 가이드 투어를 하는 경우 더 시간을 두고 감상하지 못해서 아쉽기는 했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더 좋은 곳들이 있으니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앙코르톰을 지나 관세음보살상이나 자야바르만 7세의 얼굴이라고도 알려진 평화로운 얼굴 조각이 있는 바이욘 사원에 도착했습니다. 바이욘 사원과 다른 장소에서 가이드가 자신만의 기술로 찍어준 사진을 보면 가이드 투어도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도 됩니다.
바이욘 사원은 아름다운 조각상들로 유명한데 특히 햇빛이 비치는 가운데 드러나는 음영의 대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또 사원 앞에 있는 와불은 노란 장삼 한장만을 걸쳤는데 무언가 쓸쓸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바이욘 사원의 문을 보면 마찬가지로 석재를 사용해 끼워맞춘 잉카문명의 문이 연상되기도 했습니다. 사원 내부는 바깥보다 좀 조용한 편이었고 다산을 상징하는 남근석과 조용히 명상을 하고 있는 듯한 불상이 있는데, 가만히 보고 있으면 고요하면서도 알 수 없는 울림이 전달되는 것 같았습니다.
제 안내를 맡았던 가이드는 일종의 트릭 사진 같은 것에 관심이 많았는지, 아이폰의 파노라마 기능을 이용해 신기한 사진들을 더 많이 남겨주었습니다.
바이욘 사원 벽에는 아름답게 부조된 조각들이 많아서 계속 넋을 잃고 조각상들을 보다가 가이드를 놓치기도 했습니다.
바이욘 사원을 둘러본 후에는 큰 불상이 보관되어 있는 전각을 지나 무지개 다리를 통해 바푸온 사원으로 갔습니다. 원래는 시바신을 모시는 사원이었는데, 이후 불교 사원으로 바뀌면서 탑의 일부가 훼손되기도 했습니다. 바푸온 사원에서는 특히 통로 위 천장을 아치 모양으로 만들었는데, 햇빛이 스며드는 벽 기둥 사이로 보이는 완벽한 아치가 특히나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치 유럽 고딕양식처럼 대칭의 둥근 아치와 빛을 이용한 아름다움이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다만, 가이드로부터 사원에 대한 설명을 듣다가 보니, 처음에는 사원의 가장 꼭대기에 시바신을 상징하는 남근상을 세워두었었다고 하는데 힌두교의 시바신은 브라흐마신처럼 창조의 신이 아닌 파괴의 신인데 시바신의 상징이 다산과 창조를 의미하는 남근상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기는 했습니다. 소멸이 있어야 새로운 생성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의미인지…
바푸온 사원의 정상까지 올라가 주변을 내려다보니 정글이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주변에 나무들이 무성했습니다. 다시 넓은 길가로 나와서 보니 코끼리 테라스와 문둥왕 테라스가 보였는데, 테라스들에도 섬세한 부조가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었습니다. 문둥왕이란 이름은 테라스 위에 있는 좌상이 이끼 때문에 얼룩덜룩하게 보여 나병으로 죽은 야소바르만 1세를 연상해서 지어진 것이라는데, 알고 보니 좌상에 새겨진 15세기의 글을 보면 좌상은 죽음의 신인 야마(Yama)라는 겁니다. 그런데 이미 문둥왕 테라스로 널리 알려져서 그 후로도 계속 문둥왕 테라스라고 불린다니 역시 이름은 한번 정해지면 바꾸기가 힘들긴 한가 봅니다.
크메르 제국의 왕들이 연회와 행진을 즐겼다는 테라스를 지나다 보니 어떻게 사원 건축이 이뤄졌는지 알 수 있는 벽의 구조가 노출된 것이 보였습니다. 동남아시아에 많은 라테라이트라는 흙이 햇볕을 받고 건조해지면 붉은 색의 매우 단단한 재질이 되는데, 이 흙으로 벽돌을 만든 후 그 위에 화려하게 장식으로 조각된 부드러운 사암을 붙이는 식이라는 겁니다. 다른 사원에서는 사암과 테라코타가 확연히 구분되지 않았는데, 테라스를 보고 있자니 밝은 빛 속에서 마치 화이트 초코 케이크 한 쪽이 흘러내려 안의 빵이 보이는 것 같은 장면이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널찍한 길을 따라 가루다상이 있는 앙코르 톰의 문을 지나서 다시 프레아 칸이라는 사원에 도착했습니다. 프레아 칸은 원래 불교 사원이었지만, 일부는 힌두교에서 유지의 신으로 불리는 비슈누에게, 또 다른 부분은 파괴의 신인 시바에게 바쳐진 특이한 곳입니다. 우리나라 사찰의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각에서 산신이나 북두칠성, 용왕을 기리고 있는 것과 비슷해보였는데, 불교의 포용력이 보편적으로 컸던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프레아 칸은 관광객들이 많이 오지 않는지 조용한 편이었습니다. 특히 사원 천장 가까이에 난 창을 통해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데 그 빛을 받아 탑인 스투파가 빛나고 있어 신비로움을 더해 줬습니다. 다른 사원과 다른 건물들도 눈에 띄었는데, 장경각은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프레아 칸 사원에는 건물에 뿌리박고 하늘을 향해 곧게 서있는 나무가 인상적인데, 제가 찍은 사진들만 봐도 이제는 관광객들에게 사원보다 나무가 더 눈길을 끄는 것도 같습니다.
아침부터 바쁘게 돌아다녔더니 배도 고프고, 점점 더워지는 것도 같은 차에, 마침 가이드가 점심식사를 하고 가자고 해서 오전 투어는 이렇게 마무리를 하고 배를 채운 후 다시 오후 투어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달 말에는 3년 반 가까이 진행되었던 형사사건의 선고가 있었습니다. 전형적인 국가보안법 사건과 달리 검사의 주장처럼 인공지능을 활용한 시각 인식 프로그램 개발 및 유통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중국에 있는 사업가와 주고받은 개발자금과 프로그램을 국가보안법상 금품수수와 자진지원이라고 기소한 사건이었고, 문재인 정부에서 기소된 1호 국가보안법 사건이라는 의미도 있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해서는 이미 여러 언론사의 기사가 보도된 적이 있습니다.
‘스트레이트’ 현 정권 1호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그 실체는?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가 12월 2일 현 정권 들어 첫 국가보안법으로 구속 기소된 ‘김호 사건’을 다뤘다. 지난 8월 IT 사업가 김호 씨는 이른 아침 집으로 찾아온 경찰에 체포됐다. 그가 끌려간 곳은 서울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 신정동 분실. 김 씨는 결국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현 정권 들어 첫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
피고인은 중국 현지 사업가와 동업으로 시각 인식 프로그램을 개발했는데, 중국 사업가의 산하에 북한의 프로그램 개발팀이 있어 문제가 된 사건입니다. 재판부가 판단한 것처럼 이러한 프로그램 개발과 그 유통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이 사건 판결에서는 법리나 기술적 측면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이 있고, 그 중 가장 문제가 있는 부분들은 아래와 같은 내용들입니다.
먼저, 피고인의 사업을 남북교류협력법의 대상이 아니라고 보면서 피고인이 프로그램 개발을 한 것이 남북교류협력의 목적이 아니라 피고인의 경제적 이익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든 것입니다. 재판부의 논리대로라면 향후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라 이루어질 수 있는 남한의 경제 사업은 경제적 이익을 취하지 않는 자선사업만 해야 한다는 것인지 의아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해석론이라면 앞으로 남북관계가 다시 완화되더라도 누구도 남북교류협력사업을 할 엄두를 낼 수 없어 오히려 남북교류협력법의 제정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라 볼 수밖에 없습니다.
다음으로 피고인은 자신의 사업 파트너인 중국 현지 사업가와 10년 넘게 수많은 이메일과 메시지를 주고받았는데, 그 대화 내용을 살펴보면 피고인의 프로그램 개발사업이 어떤 목적으로 어떤 조직과 업무지시 체계를 갖고 있는지 명확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수백쪽에 달하는 전체 대화 내용 중 문맥과 전후 사정을 무시한 채 오로지 한두번 언급된 단어만으로 사실관계를 단정하고, 그 외 수십 차례에 달하는 다른 증거들은 외면했으니 증거를 취사선택하는데 오류를 범해 사실관계를 잘못 확정한 것이라 볼 수밖에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기술적 부분에 있어서 검찰이 제시한 수사기관과 협력기관들의 보고서만을 믿었을 뿐, 코딩이나 프로그램 개발에 있어 일반적인 상식으로 통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막연하게 믿을 수 없다며 배척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가 판결의 근거로 든 보고서의 내용들은 이미 재판 과정에서 그 기술적 내용에 문제가 있다는 증언과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서류 등으로 반박이 된 것임에도 이러한 기술적 내용들에 대해 편향된 의도를 갖고 작성된 보고서의 내용만을 믿고 내린 잘못된 판단이라 보입니다.
최종적으로 피고인 2명 중 1명이 무죄 판결을 받긴 했지만, 1심 진행 중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었던 피고인이 1심 선고와 함께 법정구속이 되어 선고를 듣고 있던 제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국가보안법 사건의 경우 법원이 ‘유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판단한다는 씁쓸한 농담을 하기도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는 미리 결론을 정해 놓고 그에 맞는 증거들만을 택해 판결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까지 들어 더욱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구속된 피고인이 가족들과 변호인단에 보낸 편지를 읽다보니 국가보안법이 옥죄고 있는 우리의 삶을 더욱 절절히 느끼게 됩니다. 항소심에서는 보다 냉정하게 증거를 검토해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법리를 적용할 수 있는 재판부를 만나길 기대해봅니다. 만일 이러한 판결과 법 해석이 굳어진다면 향후 남북간 긴장이 완화된 후 경제협력사업을 추진하려고 하는 누구도 국가보안법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게 될 것이고, 이는 남북관계의 발전에 큰 장애물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고독사하신 분들의 장례를 지원하는 나눔과나눔이라는 단체가 있습니다. 현재는 법인이 되어 제가 이사직을 맡고 있기도 한데, 몇년 전에는 그냥 공익단체로 종종 법률자문을 해주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눔과나눔의 사무국장님이 함께 고독사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는 프로젝트를 함께 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하셔서 프로젝트 준비를 위해 일본으로 연수를 가게 되었습니다. 저는 전체 프로젝트에서 고독사한 분들이 생전에 자신의 사망 이후 법률관계를 미리 결정할 수 있는 사후자기결정권에 관한 내용을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연수는 원래 알고 있던 사무국장님만이 아니라 다른 분들까지 함께 준비를 해서 일본으로 가게 되었는데, 일본에서 오랫동안 유학을 했던 교수님이 주로 일정을 계획했는데, 일본에 지인들도 많고 여러 곳에 미리 약속을 잡아서 무리없이 계획대로 일정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프로룸젝트의 주제는 “내 맘대로 장례, 내 뜻대로 장례”로 정했습니다.
처음 목적지인 오사카 가마카사키는 일본의 고도성장기에 지방에서 올라와 정착했던 노동자들이 많이 거주하던 곳인데 그 중 재일동포도 많았습니다. 우리 연수팀의 첫 숙소는 코코로룸이란 곳이었는데, 인테리어나 식사 메뉴가 독특한 곳이었습니다. 숙소 주변에는 가마카사키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위한 곳들이 많이 있었는데, 노숙인들이나 실업자들을 위한 시설들도 있었습니다. 근처에는 오래된 유곽도 있었는데, 저녁이 되니 독특한 색의 조명을 비추고 여성 한 명이 앉아서 영업을 하는 것이 특이한 느낌이었습니다. 해방 이후 재일동포들이 많이 정착한 곳이기 해서 가슴 한켠이 아프기도 했습니다.
주변을 둘러본 후에는 고양이 신사에 들러 운세를 점치기도 하고, 도톤보리에서 구경을 하다가 오사카에서 유명한 오코노미야키 맛집에서 식사도 했습니다. 길을 걷다 보니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서 광고판 사진을 찍고 있는 곳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글리코맨이라는 글리코 제과회사의 유명한 광고판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저게 무슨 대단한 거라고 그렇게 사람들이 몰려드나 싶었는데, 일본을 넘어 세계적인 명물이라고 합니다.
다음날부터는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는데, 노숙인 쉼터 센터장, 오랫동안 고독사 장례를 지내왔던 스님, 실업자 지원단체 NPO 대표을 비롯해 우리 숙소인 코코로룸 이사장까지 많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저녁에는 술을 즐기시는 교수님 덕분에 가마카사키 거리의 여러 술집을 순례하면서 주민들과 어울리기도 했습니다.
그 다음날에는 일본의 고도로 유명한 교토로 갔습니다. 교토의 오래된 절인 청수사에 가는 길에는 마침 일본의 명절이었는지 전통복장인 유카타를 입은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녔습니다. 청수사는 층층이 높은 목조건물이었는데, 공중에 매달려 있는 바람개비와 소원을 비는 종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청수사를 방문한 날은 너무 날이 뜨거워서 사실 많이 돌아다니지 못하고, 햇빛을 피해 그늘을 찾아다니면서 길거리의 상점들에서 기념품을 사기도 했는데 곳곳에 예쁜 사찰들이 있어서 이리저리 살펴보느라 바빴습니다.
청수사를 떠나 일본에서 만난 재일동포 중 한 분이 운영하는 곳에서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저녁식사를 하면서 얘기를 나눠보니 재일동포였던 그 분의 사촌오빠가 한국에서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어 국가보안법으로 인해 오랫동안 감옥에 수감됐었던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대학교로 와서 유학 중 공작의 희생물이 되어 옥고를 치렀다가 수십년 후 재심재판에서 마침내 무죄를 선고받기는 했지만, 40년 가까운 시절 그 가족들이 겪었던 고통이란 짐작하기도 어려울 겁니다.
오사카로 돌아와 휴식을 취한 후 아침에 다시 임의후견과 장례 지원을 하는 단체가 있는 나고야로 출발했습니다. 나고야 성 근처에 있는 기즈나노회는 후견계약을 맺고, 피후견인의 재산과 신변관리를 해주는 단체인데 사망 후 법률관계도 관리해주는 곳이었습니다. 단체를 방문해 법률관계를 담당하는 변호사와 미팅을 했는데 덕분에 우리와 다른 일본의 법률 실무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미팅 후에는 나고야에서 유명한 미소라멘집에서 식사를 한 후 이제 다시 도쿄로 이동했습니다.
도쿄로 이동한 날 저녁은 신쥬쿠에서 초밥을 먹고, 야경을 본 후 다소 이색적인 게이바에 갔습니다. 일본에서는 일반인들도 게이바에서 술을 마시는 것이 하나의 이색적인 문화라는데 지하에 있는 게이바에 가보니 실제로 남녀 연인들이 함께 놀러와서 술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게이바의 바텐더는 쇼맨쉽이 좋았는데, 손님들과 대화를 하면서도 우리에게 계속 진로를 팔면서 매상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막상 게이바에 가니 원래 예상했던 것과 달리 가장 힘들었던 것이 게이바가 지하에 있는데, 사방에서 담배를 피어대는 통에 완전히 두더지굴이 따로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예쁘게 생긴 냅킨 하나를 기념품으로 챙긴 후 적당한 시간에 숙소로 향했습니다.
전날 밤 마신 소주로 인한 숙취를 이겨내고 다음날에는 리스 시스템을 방문했습니다. 리스 시스템의 대표님은 일제시대 대구에서 태어나 해방 이후 일본으로 건너갔는데, 사업으로 돈을 번 후 후견과 장례 관련 단체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엇습니다. 우리 프로젝트 주제와 매우 비슷해서 연구 보고서를 작성하는데만이 아니라 나눔과나눔의 미래 비전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리스 시스템을 나와서 평화 영원이라는 공동묘지를 방문했는데, 태평양 전쟁 당시 방공호에 숨어 있다가 폭격으로 사망한 아이들을 위한 나비 추모공원도 함께 있었습니다.
이후에도 사회복지사 출신인 동경가정대학 교수님을 만나 일본의 생활보호법과 묘지 매장에 관한 법률 등에 대해 들었는데, 우리의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의 모태라 그런지 내용이 매우 유사했습니다. 법률사무소에 들러서는 일본의 성년 후견제도와 임의 후견제도에 대해 일본 변호사님으로부터 어떻게 제도가 운영되는지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프로젝트 관련 업무가 어느 정도 정리된 후 우리 연수팀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요코하마로 바다를 보러 갔습니다.
요코하마에서 예쁜 벽돌로 만든 쇼핑몰을 둘러본 후 도쿄로 복귀해 야키니쿠로 일본에서의 마지막 저녁 만찬을 즐겼습니다. 생각해보면 일본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곳을 방문하면서 느꼈던 것들이 많았습니다. 연수팀 중 일부와 먼저 귀국하면서 마지막으로 신사의 앞을 지나가는데 생각보다 두껍고 큰 목재로 만든 신사의 문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본의 여러 곳을 다니면서 느낀 것처럼 일본의 정치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신사 문의 나무처럼 일본의 곳곳을 받치고 있는 시민들의 힘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다음에 일본을 방문했을 때는 더 다양한 면을 많이 즐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주에는 서울지방변호사회 중국소위원회에서 한영호 중국변호사님을 모시고 중국변호사들의 삶과 업무에 대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한영호 중국변호사님은 국내에 처음 진출한 중국법인인 리팡법률사무소에서 일하고 계시는데 중국에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일본에서도 법학대학원을 다니고, 국내에서 오랜 시간 업무를 하고 계셔서 3개국의 법률 실무에 대해 비교하면서 잘 설명해주셨습니다. 최근 큰 변화가 있었던 중국 변호사업에 대해서는 대해서도 많은 얘기를 해주셔서 중국 법조계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제가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중국소위원회 위원으로 있은지도 이제 5년 정도가 지난 것 같습니다. 2년 임기의 위원을 3번 정도 하고 있는데, 처음 2번은 소위원회에서 간사를 맡았었고, 현재는 소위원장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동안 중국소위원회 여러 위원분들과 함께 업무를 하면서 배운 것들도 많이 있고, 특히 중국변호사회와 교류회를 하면서 좋은 경험과 애정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저는 중국소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던 2018년 서울지방변호사회와 중국 북경율사회와 교류회가 있어 북경을 방문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때 북경을 방문하면서 중국변호사들과 나눴던 대화나 여러 경험이 제가 중국소위원회에서 더 활발하게 활동한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당시 북경율사회, 북경대 법학원, 중국 법원을 방문했는데, 우리나라와 다른 점도 있고 일부 자동화된 시스템은 우리보다도 더 발달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중국에 법치주의가 엄격히 정착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분명히 과거보다 많은 발전이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중국이 정치나 경제적으로 우리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국가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법조계에 있는 저로서는 앞으로 중국의 법치주의가 발전해 법조 영역에서도 상호 교류가 더욱 활성화되길 빕니다.
며칠 전에는 인간 생명의 존엄성과 가치 증진 및 수호 활동을 기리기 위해 천주교 생명위원회에서 수여하는 생명의 신비상 수상식에 참석했습니다. 제가 이사로 있는 사단법인 나눔과나눔이 무연고 사망자분들에 대한 장례지원 활동을 인정받아 생명의 신비상을 받게 되어 실무를 담당하는 임원분들 및 직원분들과 함께 참석한 것입니다.
생명의 신비상은 천주교에서 중요시하는 생명과 관련해 생명과학분야, 인문사회과학분야, 활동분야 3개로 나뉘는데, 항상 3개 분야의 수상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적합한 후보가 있으면 상을 수여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떤 해에는 대상이 있고, 다른 해에는 대상이 없는 경우도 있으며, 3개 분야 수상자도 해마다 있는 것이 아니어서 그만큼 자격이 있는 후보자들만 수상을 하는 것이라 더 뜻깊었습니다.
제16회 생명의 신비상 시상식…2년 만에 대상 탄생
[앵커]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수호한 사람들을 격려하기 위해 제정된 생명의 신비상.열여섯 번째 시상식이 열렸습니다.최고의 영예인 대상은 반 세기 넘게 소외된 여성들을 보듬어온 착한목자수녀회에 돌아갔습니다.시상식 소식 전해드립니다.[기자] 생명 문화 건설에 앞장선 사람들을 격려하는 생명의 신비상 시상식이 서울 로얄호텔에서 열렸습니다.올해 시상식에선 2년 만에…
서울시청에서 다른 일정이 있어 조금 일찍 도착한 시상식장에는 나눔과나눔 직원분들과 천주교 관계자들이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나눔과나눔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역대 수상자들에 대한 게시글을 읽다가 시상식이 시작될 즈음 자리로 가니 이사장님과 다른 이사님들도 도착하셨습니다. 시상식이 시작되고, 무려 5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어려움에 처한 여성들을 도와온 착한목자수녀회가 대상을, 성체줄기세포 연구로 포스텍 신유근 교수님이 생명과학분야 본상을, 학대피해 노인을 조력해온 서울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이 활동분야 본상을 받았고, 나눔과나눔도 활동분야 장려상을 받았습니다.
[생명의 신비상](3) 무연고자 공영장례 돕는 ‘나눔과나눔’
[앵커] ‘생명의 신비상’ 수상자를 만나보는 순서죠.오늘은 `활동분야 장려상`을 받은 사단법인 나눔과나눔입니다. 나눔과나눔은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를 치르고 공영장례 지원 조례 제정에 일조한 단체입니다.존엄한 죽음을 고민하는 단체 나눔과나눔을 전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40대 초반의 한 여성이 화재 사고로 인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납니다. 그 여성의 …
각 수상자들의 수상 소감을 듣고 있다보니, 자신의 영역에서 타인을 위해 헌신해온 삶의 경험들이 들어 있어서 그런지 다른 시상식에서 들었던 수상 소감보다 훨씬 뭉클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법을 다루면서도 생명의 소중함이나 생명권에 대해서 많이 얘기를 하곤 했지만, 그것을 추상적인 개념이 아닌 구체적인 사실로 풀어내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몸으로 체득한 지식과 경험의 소중함을 느끼는 자리기도 했습니다.
시상식이 끝나고 식사를 하는데 미사를 드릴 때 사용하는 미사주가 반주로 나와서 신자가 아닌 저도 미사주를 먹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기도 했습니다. 와인을 좋아하는 저는 전에 마주앙을 마셔본 적도 있습니다. 다른 마주앙은 와인 원액을 수입해서 병입만 해서 파는 것이 많다고 알고 있는데, 이 미사주는 특이하게 국내산 포도를 사용해 와인을 만든 것이었습니다.
나눔과나눔에서 실무를 하는 직원분들의 노고 덕분에 이사로서 큰 도움은 드리지 못하고 있는 저도 함께 시상식에 참여해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게 되어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앞으로도 힘을 내서 우리 사회를 밝혀주는 역할을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들어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가 늘어나고, 사생활 보호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개인정보를 다루는 영역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습니다. 제가 하는 자문업무에서도 개인정보와 관련한 검토 요청들을 많이 하는데, 국내 개인정보 관련 법령이 개정을 하고 있기도 하고,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업무가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제가 자문을 하고 있는 자율주행자동차법령 개정 작업에서도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한 이슈가 있어 해결방안을 찾느라 고생을 좀 했는데, 얼마 전에는 다른 자문업체에서 마찬가지로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한 이슈에 대한 검토 요청이 왔습니다. 인공지능 학습 데이터 관련 영상에 대한 개인정보 보호 문제와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 양식이 적정한 것인지 검토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요청받은대로 저는 관련 법규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가이드라인 등을 바탕으로 문제가 있는 부분들에 대해 검토한 자문의견을 보냈습니다.
비단 이렇게 자문 업무을 할 때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개인정보는 이제 자본, 노동, 토지라는 과거의 3대 생산요소와 함께 제4의 생산요소로도 인식되고 있습니다. 사회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하려는 시도들이 많아지고, 정부에서도 디지털 뉴딜 정책의 핵심으로 인공지능 개발과 활용 가능한 데이터 확보 및 구축을 추진하면서 인공지능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에 포함되거나 포함될 수 있는 개인정보를 어떻게 수집해서 이용하고, 제공할 수 있는지가 중대한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보통 우리나라에서는 규제가 많아서 법이 산업을 만든다고 하는데, 최근 개인정보보호와 관련해서는 개인정보의 주체인 개인들이 점점 더 개인정보 보호를 중시하다보니 그에 맞춰 법제도가 따라가는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개인정보가 유출되어 실제로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피해가 발생하는 일이 반복되다보니 이제는 법도 그런 피해자들을 무시할 수가 없게 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과거에는 학교 졸업앨범에도 개인 주소와 전화번호까지도 모두 기재했었는데, 지금은 다들 그런 정보를 기재하는 것에 매우 민감해졌으니 그만큼 우리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것이란 생각도 듭니다. 아마 앞으로는 데이터와 관련한 지식재산권이나 인격권 관련 논의가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이고, 관련 산업도 발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고양시 마두역 바로 옆에 있는 건물이 붕괴 위험이 있다는 기사가 나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찾아보니 제가 마두역 인근에 있는 사법연수원에서 연수를 받을 때 가끔 지나갔던 건물이었던 것 같은데, 꽤 큰 건물의 기둥이 갈라져 붕괴 위험이 있다니 안전 문제는 여전히 후순위인가 하는 안타까움이 들었습니다. 며칠 전에는 광주에서 건축 중이던 아파트의 외벽이 붕괴되면서 작업하던 분들이 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공기 단축을 위해 양생 기간을 단축하다가 발생한 사고라는 기사도 나오는 것을 보면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은 언제나 개선될지 답답합니다.
저는 2015년부터 서울시에서 실시하는 재개발, 재건축조합에 대한 실태점검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도시정비법에 근거한 실태점검은 쉽게 말하면 감사의 일종이라고 보면 되는데, 지금까지 40개 가까운 조합들의 업무 절차와 계약 내용에 대해 살펴봐왔습니다. 그런데 작년에는 광주에서 있었던 철거현장 붕괴사고로 인해 서울시에서도 안전문제가 부각되어 재개발, 재건축을 위한 철거현장에 대한 실태점검도 하게 되었습니다.
기존에 해왔던 실태점검과 달리 도시정비법이 아닌 철거와 관련된 건설산업기본법, 하도급법, 폐기물 관련 법 등 다른 법령을 기초로 위법사항을 찾아내 개선할 점을 찾는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점검을 하면서 하나씩 살펴보니, 건설업계에서도 계약이나 감독이 가장 허술한 곳이 철거 관련 업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법령에 관련 규정이 미비한 곳이 많고, 심지어 법령에 정해진 내용과 실제 실무가 서로 다르게 이루어진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번에 철거라는 새로운 영역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점검을 하면서 새롭게 배운 것도 많습니다.
기존에 공사대금 사건이나, 하자보수 사건 등 건설업 관련 소송사건을 하면서 건설업에서는 수억에 이르는 계약을 구두로 체결하고, 관련 근거도 별로 남기지 않는 등 법적으로 미비한 점이 많다는 것을 많이 느꼈지만 철거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로 보였습니다. 건설업계에는 때로는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들로 들러리를 세워서 경쟁입찰의 형식을 맞추고, 낙찰을 받은 후에는 대다수 공정을 하도급주는 등 건축 품질을 저하시키는 고질적인 문제들이 많이 있는데, 이러한 문제들이 결국은 안전문제로 연결되는 것이라 보입니다.
이러한 문제들이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수익이라는 경제적 관점으로만 보는 우리 사회 일각의 사고에 변화가 필요합니다. 물론, 개인이나 기업이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이익이 중요함은 당연하지만, 단기적으로 최대의 이익만 추구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업무의 충실도와 결과의 품질을 높여 고객의 신뢰와 만족도를 높이는 길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를 위해서는 소비자도 낮은 가격만을 의사결정의 최고 기준으로 삼는 태도도 변화가 필요하고, 판매자도 정당한 대가를 받아 자신의 업무에 소명의식을 갖고 일해야 합니다.
그렇게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 믿을 수 있는 상황이 되면 더 이상 겉으로는 멀쩡해보였던 건물이나 다리가 무너지는 일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제가 하는 점검을 통해 어이없는 사고로 인명이 상하는 일이 조금이라도 줄어드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지난 해 말에는 대한변호사협회, 이수진 국회의원, 난민인권네트워크와 유엔난민기구가 공동으로 개최한 외국인 보호시설 내 인권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표를 맡았습니다. 제가 부위원장으로 있는 대한변호사협회 난민이주외국인특위가 토론회 준비를 주도했는데, 준비하시는 위원분의 요청이 있어서 제가 1주제인 외국인보호시설 내 처우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발표하게 된 것입니다.
외국인보호시설 내 처우와 관련해서는 대한변협에서 과거 2차례에 걸쳐 실태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는데, 제가 당시에 모두 참여했었기 때문에 관련 실태에 대해 나름 지식와 경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토론회가 열리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최근 화성 외국인보호소에서 발생했던 이른바 ‘새우꺾기’라는 가혹행위 때문이지만, 비단 그 사건 말고도 외국인보호시설은 꾸준히 문제가 되어 왔었습니다. 특히 단기적인 체류를 목적으로 설치되고 운영되는 외국인보호시설이 장기간 구금되는 외국인에게는 어떤 처우를 할지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점과 외국인보호는 행정구금에 불과한데 형사적 구금과 동일시하는 점이 대표적입니다.
제가 맡았던 부분은 외국인보호시설의 실제 현황과 최근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발생한 추가적인 문제들을 살펴보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검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맡은 주제의 발표를 준비하면서 외국인 지원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시민단체와 변호사분들로부터 관련 정보를 추가적으로 들으면서 발표문을 준비했는데, 역시 제가 잘 알지 못했던 실태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습니다.
발표할 때에도 준비한 발표문의 내용들을 충실히 전달하려고 하다 발표시간을 꽤 넘기기도 했습니다. 저도 세미나 사회를 많이 봤는데, 사회자나 좌장 입장에서는 시간을 제대로 맞춰 진행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막상 제가 발표를 하다보니 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그래도 다행히 토론회 좌장을 맡은 변호사님이 약간 시간을 주셔서 발표를 모두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제 발표가 끝난 후에도 다른 분들의 발표와 토론을 듣다보니 보다 많은 것을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