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의 휴양지, 인도네시아 발리 여행 1

한 때 드라마의 배경으로도 나왔던 인도네시아 발리. 신혼여행이나 개인 배낭여행객들이 많이 찾았던 여행지입니다. 더불어 가족들이 함께 가서 쉬기에도 좋은 리조트들이 해변을 따라 늘어서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특히나 어린 아이들을 맡아서 관리해주는 자체 프로그램이 있어서 부모들이 아이들을 맡기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클럽메드 리조트도 있는데, 제 조카를 맡기고 푹 쉴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부모님과 누나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갔습니다.

리조트와 항공권이 포함된 여행상품을 구매했더니 발리 공항에 도착하자 리조트로 가는 버스를 안내하는 가이드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늦은 저녁, 약간은 긴 비행시간에 지쳐서 버스에 얼른 몸을 싣고 리조트로 향했습니다. 버스에서 잠시 졸았나 싶었는데 리조트에 도착해서 가족들이 머물 방을 안내받았습니다. 부모님, 누나 부부, 저와 제 남자 조카가 방을 같이 쓰게 되었는데, 리조트 상품에 식사와 음료, 주류 등 모든 것이 포함되어 있어서 서둘러 저녁식사를 하러 식당으로 갔습니다.

식당은 뷔페식과 예약이 필요한 레스토랑들이 있었는데, 첫날이라 예약을 하지는 못해 뷔페식당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기내식을 먹어 배가 많이 고프지는 않았지만, 음식이 기대보다 다양하고 맛도 괜찮아서 가족들과 즐겁게 식사를 마쳤습니다. 배가 부르니 소화를 시키고 싶어 리조트 내부를 산책 겸 한번 둘러본 후 다음날 일정을 정한 후 각자 방으로 들어가 쉬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느긋하게 일어나 아침 식사를 하러 가는데 식당으로 가는 데크 다리 아래쪽에 도마뱀 한 마리가 느긋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방 천장과 벽에도 작은 도마뱀들이 붙어서 걸어다니는 걸 본 터라 잠자는 동안 달려들지나 않을까 약간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도마뱀도 아침 햇살을 즐기는 것을 보면서 저도 휴양지에 왔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침 식사를 한 후에는 전날 계획한 것처럼 리조트 안에 있는 다양한 체육시설을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클럽메드는 전세계에 많은 리조트가 있는데, 각 리조트마다 특색이 있어서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나 프로그램들이 달랐습니다. 발리 리조트에는 리조트 내에 양궁, 테니스, 골프 등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아버지, 매형이 한 팀, 저와 조카가 한 팀으로 양궁 경기를 하기도 하고, 짧은 Par 3 9홀 골프를 치기도 했습니다. 이전에는 가족들이 그렇게 함께 운동을 해본 적이 없어서 지금 생각해도 기억에 남는 추억이 되었습니다.

더운 낮에 계속 운동을 해서 땀이 좀 나서 음료수를 무제한으로 제공해주는 장소에 갔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수박주스와 망고주스를 마시면서 그곳에서 좀 쉬다가 숙소로 가보니 누나와 어머니는 낮잠을 자면서 쉬고 있었습니다. 저는 누나와 다음날 계획인 래프팅, 원숭이 사원 방문에 대해 의논을 한 후 제 방에 가서 쉬다가 매형과 함께 주변 마트에서 장을 봐오기로 했습니다. 스마트폰의 구글지도에 의지해서 리조트 인근 쇼핑몰에 다녀오면서 괜찮은 식당이나 마사지샵이 있는지도 함께 확인해보기로 했습니다.

발리의 마트에 가서도 제가 좋아하는 망고스틴을 파는지 열심히 찾아보았는데, 아쉽게도 망고스틴 철이 아니라 마트에 들어오는 양이 매우 제한적이어서 아침에 들어오자마자 모두 판매가 되었다고 했습니다. 아쉽지만 물, 맥주 등 음료와 다른 과일, 과자 등 안주와 다른 필요한 물품들을 사서 리조트로 돌아가는데, 마침 깔끔한 마사지샵이 보이길래 가격을 알아보고 명함도 하나 챙겨서 돌아갔습니다. 리조트에 돌아가서는 가족들이 모여서 맥주를 한잔씩 하면서 얘기를 나누다가 다음날 래프팅과 시내 관광을 기대하면서 잠이 들었습니다.

발리에 가기 전에 가족들이 다같이 여행을 가니 함께 할 수 있는 액티비티를 하나 정도 해보자고 했는데, 부모님이 마침 래프팅을 해보신 적이 없어서 래프팅을 골랐습니다. 리조트에서 출발하여 택시를 탔는데 기사에게 래프팅을 할 수 있는 여행사에 가자고 하니, 자신이 아는 곳을 소개해준다길래 그 여행사로 갔더니 제가 알아본 가격보다 한참 비싼 가격을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누나와 상의해서 너무 비싸니 다른 곳으로 가자고 했더니 기사가 흥정을 해서 다소 가격을 할인받았습니다. 원래 그 가격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부모님도 함께 돌아다니다보니 다른 여행사를 다시 찾아보는 것이 힘들다는 생각에 결국 마음에 쏙 들지는 않았지만 그 여행사에서 래프팅을 하기로 했습니다.

가족들이 모두 가이드가 나눠주는 구명조끼와 노를 들고 차를 탄 후 강 상류로 이동해서 계곡을 내려가는데 땡볕에 예상보다 많이 걷게 되어서 부모님이 약간 걱정이 되었습니다. 특히나 아버지는 당시 폐가 안 좋으셔서 호흡이 가쁜 편이라 등산이 힘든 상황이었기에 일부러 가족들이 천천히 걷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일단 강가에 도착해 보트를 타자 다들 즐겁게 급류를 즐기면서 래프팅을 했고, 항상 그렇듯 다른 보트와 물 튀기기 놀이도 하면서 순식간에 하류에 도달했습니다. 부모님은 기대했던 것보다 재미있었다고 얘기하셔서 준비했던 저도 기분이 좋았고, 다시 택시를 타고 가벼운 마음으로 발리 시내 여행을 가게 되었습니다.

발리 시내에서는 원숭이 사원을 가기로 했는데, 들어가는 길에 주의 표지판이 많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주의사항은 원숭이들이 물건을 훔쳐갈 수 있으니 먹을 것이나 모자, 안경 등 물건을 잘 간수하라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원숭이 하나에게 먹을 것을 주면 다른 원숭이들도 달려들 수 있어 조심하라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웃긴 것이 그 표지판 옆에서는 원숭이들에게 주라면서 바나나를 팔고 있었습니다. 주라는 건지 주지 말라는 건지…

가족들이 일단 사원 안 쪽으로 걸어들어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가 소리를 지르는 것이 들렸습니다. 무슨 일인가 뒤를 돌아봤더니, 제 조카가 바나나를 들고 가는데 큰 원숭이 한 마리가 나타나서 제 조카한테서 바나나를 빼앗아가려고 달려들고 있었습니다. 당시 제 조카는 초등학교 6학년 정도여서 겁에 질려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얼른 조카에게 달려가서 일단 조카가 들고 있는 바나나를 달라고 해서 제가 들고, 조카는 누나에게 보냈습니다.

하지만 바나나를 한번 본 원숭이는 쉽게 포기를 하지 않고 계속 따라왔는데 제가 쉽사리 주지 않으면서 눈싸움을 하니, 이번에는 제 바지를 잡고 늘어지면서 바나나를 달라고 시위를 했습니다. 가만보니 덩치도 상당히 커서 두목 원숭이 같았는데, 손톱이 날카로워서 제 바지를 잡고 늘어지니 바지에 구멍이 뚫릴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바나나를 한번에 주지는 않고, 조그맣게 잘라서 몇 번 준 후 나머지 바나나를 풀숲으로 던졌더니 두목 원숭이는 몰려드는 다른 원숭이들을 물리치고 바나나를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앞을 보니 제 매형한테도 원숭이가 매달려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ㅎㅎ

두목 원숭이를 뒤로 하고 원숭이 사원 내부를 둘러보니 관광객한테서 얻었는지 공을 가지고 노는 원숭이의 모습도 보였습니다. 이슬람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 특이하게 힌두교를 믿는 발리섬이라 그런지 원숭이 사원 내부에는 여기 저기 힌두교를 상징하는 문양들과 조각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원숭이 커플이 나란히 다리 난간에 앉아 있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더 안 쪽으로 가보니 원숭이 가족들이 사원 담장 위에 다 같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었는데, 서로 꼭 끌어안고 있기도 하고, 털을 골라주고 있기도 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원숭이들도 사람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원숭이 사원을 나와서는 시내를 둘러보고 간단히 쇼핑을 한 후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숙소에 돌아가서는 옷을 갈아입고, 하루 전 알아본 마사지샵에 가서 래프팅으로 지친 몸을 풀었습니다. 아버지, 매형, 저와 조카가 같은 방에서 마사지를 받았는데, 오일 마사지를 택했더니 손바닥만한 팬티 하나를 주고는 그걸로 갈아입고 마사지를 받으라고 해서 좀 민망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전통적인 마사지를 받고, 오일까지 발라주니 낮의 뜨거운 햇빛에 시달린 피부가 좀 회복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마사지를 받아서 노곤해진 상태로 숙소로 돌아갔더니, 가족들 모두 빨리 잠자리에 들고 싶어 해서 발리에서의 세번째 하루가 서둘러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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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문화유산 여행 2

비를 맞아 지친 몸을 좀 쉬고 난 후 다시 경주의 야경을 보러 숙소를 나섰습니다. 첫날 숙소를 찾아가는 길에 택시에서 숙소 가까운 곳에 고분군이 있는 것을 봤기 때문에 더운 낮보다는 서늘해진 저녁에 고분들 사이를 거닐고 싶었습니다. 천천히 걸어 가보니 대릉원이라 표지판이 있고, 조명을 받은 고분들이 조용히 낮의 열기를 식히고 있었습니다. 은은한 조명에 비친 고분들은 부드러운 곡선이 손으로 쓰다듬고 싶을 정도로 매혹적이었습니다. 이미 어두워서 그런지 산책나온 사람들도 거의 없어 저는 천천히 고분들 사이를 걸으면서 사진도 찍고, 복잡한 머리도 식혔습니다.

경주에서의 마지막 밤에 대릉원을 한가로이 돌아보고 숙소로 돌아와서 잠을 청했습니다. 다음날 아침에는 숙소에서 짐을 정리한 후 아침식사를 하고 배낭을 메고 근처에 있는 분황사를 찾아갔습니다. 분황사는 황룡사지 옆에 있는 사찰로 현재는 아주 큰 규모가 아니지만 예전에는 상당한 규모였다고 하는데, 모전석탑이 유명합니다. 분황사에 가보니 모전석탑이 한가운데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오래되었는데도 전체적인 전탑 양식과 금강역사상이 어우러져 품격이 느껴졌습니다.

모전석탑을 한참 보다가 주변을 둘러보니 제가 좋아하는 목어가 있었습니다. 사찰마다 운판이나 목어, 종이 있는데 그 문양이나 모양이 제각각이라 자세히 보다 보면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특히나 분황사 목어는 다른 사찰과 다르게 그 모습이 심해에 사는 물고기처럼 생겼는데, 눈이 툭 튀어 나오고, 등지느러미도 뾰족한 것이 마치 현대미술작품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분황사를 마지막으로 경주에 있는 문화유산들을 살펴보는 여행을 마무리했습니다. 간만에 여유있게 구경을 하고, 잠도 푹 자면서 지친 몸과 마음을 편히 쉴 수 있는 시간이 되었기에 이후 다시 서울에 올라와서도 세월호 유가족들에 대한 법률지원에 다시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역시 사람은 기계가 아니라 쉬어야 할 때는 쉬어줘야 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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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문화유산 여행 1

한국 사회에서 2014년은 앞으로 오랫동안 세월호 사건으로 기억될 해일 것 같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세월호 사건에 관여하면서 바쁘게 지냈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에서 구성한 세월호 법률지원단에 참여해 세월호 사건 관련 증거보전을 위한 재판에 함께 했고, 충북 오창에 있는 M사에서 이루어진 세월호 CCTV 복원 작업을 위해 서울과 오창을 많이 오가기도 했습니다. 또 더운 한여름에 종종 광화문에 있는 세월호 유가족 농성장에 대한 지원을 하느라 좀 지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여름 휴가를 길게 가지는 못 해도 잠시 바람을 쐬고, 휴식을 취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렸을 때 즐겨 읽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유홍준 교수가 경주에 있는 불국사, 남산, 석굴암, 안압지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에 저는 시간이 되면 경주의 문화유산들을 차근차근 살펴보고 싶었습니다. 마침 이번이 혼자서 국내여행을 할 만한 기회라 얼른 경주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찾아 예약을 했습니다.

기차를 타고 숙소를 찾아 짐을 푼 후 조용히 주변 지역을 돌아봤습니다. 여름 휴가철이지만 숙소가 좀 낡아서 그런지 숙박객이 많지는 않았는데, 냉방시설이나 침대는 잘 갖춰져 있어서 오히려 푹 쉬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녁에는 천천히 나가서 불국사를 둘러봤습니다. 시간이 많이 흘러서 그런지 어렸을 때 갔던 불국사와는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석가탑은 보수공사 중이었는데, 가건물로 석가탑 전체를 둘러싸고 석재들을 옮겨놓은 것이 보였습니다. 잠시 다보탑과 불당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데, 스님 한 분이 나오셔서 법고를 두드리기 시작했습니다. 반복되는 장단과 웅장한 소리에 취해 넋놓고 법고 소리를 듣다가 주변이 점점 어두워져서 서둘러 불국사를 나왔습니다.

불국사를 나와서는 안압지로 향했습니다. 밤에 조명을 받은 안압지가 멋지다고 해서 어두운 내천을 따라 가는데, 표지판을 보지 않아도 어둠 속 저 멀리에서 빛나는 모습을 보니 안압지가 어디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밤이라 그런지 안압지에는 방문객이 많지 않았는데, 조용히 산책을 하면서 멋드러지게 조명을 받은 모습을 즐기기에는 더없이 좋았습니다.

안압지에서 야경을 즐기다 경주 황남빵을 하나 사들고 숙소로 걸어갔습니다. 조용한 거리를 혼자 걷다가 맥주 한 캔을 사들고 숙소에 들어갔는데, 다음날 경주 남산 등산을 위하 딱 한잔만 하고 쓰러져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하늘이 꾸물꾸물하니 비가 많이 올 것 같아 좀 불안해서 우산을 가지고 길을 나섰습니다. 삼릉숲을 거쳐 남산을 올라가다 보니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나온 것처럼 곳곳에 불상과 문화유적들이 산재해 있었습니다. 신기해서 계곡 곳곳을 둘러보며 올라가다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제가 남산을 어느 정도 올라갔을 때 내리기 시작한 비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빗방울이 굵어지더니, 어느 순간 폭우로 바뀌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심상치 않은 비에 산길을 재촉하는데 나중에는 길에도 물이 넘치고, 어디가 어디인지 정확히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비바람이 쳐서 우산을 썼는데도 완전히 물에 빠진 생쥐처럼 속옷까지 완전히 다 젖었습니다. 급해지는 마음을 잠시 진정시키고 어차피 다 젖었으니 안전하게 하산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으로 발걸음을 늦추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마음을 차분하게 먹으니 길을 잃지는 않아서 원래 계획했던 하산길로 안전하게 내려갔습니다.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칠불암 마애석불을 찾아 가다 보니 다행히 이정표가 보였습니다. 혼자 산행을 하다보니 좀 불안하기도 했는데 이정표가 보이니 마음이 안정되고, 힘이 났습니다. 쫄딱 비에 젖은 상태로 칠불암에 도착하니 감사하게도 스님 한 분이 암자에 들어와서 차 한잔을 마시고 가라고 권해주셨습니다. 스님이 타주시는 따뜻한 율무차 한 잔에 있던 몸이 녹는 것 같았습니다. 가만히 보니 칠불암은 비구니 암자였는데, 저 이후에도 다른 등산객들이 암자에 와서 같이 율무차를 마시면서 어떻게 남산에 오게 됐는지 이런저런 얘기를 했습니다.

늦은 오후라 스님이 공양을 준비하시다가 식사를 못 했으면 같이 하자고 하시기에 몇 번 거절하다가 염치없게 밥 한끼를 얻어 먹게 되었습니다. 따뜻하게 밥 한공기를 먹고 나니 몸도 따뜻해지고, 다시 힘이 났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몇 번 한 후 빗줄기도 다소 약해졌기에 다시 칠불암을 나서 옆에 있는 국보 마애석물을 보러 갔습니다. 마애석불이 좀 전에 지쳐서 제대로 보지도 않고 지나가더니 이제는 다시 힘이 나냐고 눈빛으로 묻는 듯 했습니다.

마애석불을 지나 하산을 하다보니 염불사지와 잘생긴 염불사 삼층석탑이 보였습니다. 내려가는 길에는 비가 더 오다말다 했는데, 그래도 산 정상에서 쏟아지던 비에 비하면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큰 길을 찾아나서 숙소로 가는 버스를 타니 피곤했는지 피로가 몰려왔습니다. 숙소에 도착해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마른 옷으로 갈아입으니 비로소 배가 고프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일단 잠이 쏟아져서 한숨 자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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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친구와 태국 여행

제가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한 후 한동안 바쁘게 지내다가 변호사들에게 비수기라는 약간 한가한 동절기가 되자 잠시 바람을 쐬러 해외로 나가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저처럼 여행을 좋아하는 대학 친구에게 해외 여행을 가자고 제안하면서 당시 사정을 고려해 시간이나 비용이 많이 들지는 않는 동남아시아를 가게 되었습니다. 제 대학 친구는 군대를 제대한 후 함께 국내 여행을 했던 친구인데, 마침 이 친구도 회계사로 회계법인에 있다가 사내 회계직원으로 이직한 후 전보다 여유가 좀 있어서 같이 떠날 수 있었습니다.

먼저 태국에 가서는 배낭여행객이라면 반드시 들러야 하는 방콕 카오산 로드를 들러 약간 거리가 있는 아유타야라는 시암왕국의 이전 수도를 다녀오는 것이 전체적인 계획이었습니다. 저나 제 친구나 역사나 건축물에 관심이 좀 있는 편이었고, 또 이제는 대학생이 아니니 너무 빡빡하게 다니기보다는 쉬엄쉬엄 맛있는 것들도 먹으면서 여유를 즐기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입니다.

태국 수완나폼 공항에서 차를 타고 호텔 앞에 도착해보니 빨간 셔츠 시위대가 대로에 텐트까지 치고 도심을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출발하기 전에 약간 걱정은 되었는데, 막상 제가 도착하기 전 날에는 폭발물 사건까지 있었다고 하니 긴장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호텔은 중심대로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곳이라 다행이란 생각으로 체크인을 하고 짐을 풀어 놓은 후 친구와 함께 주변 마트에 장을 보러 갔습니다.

저는 동남아시아에서 나는 열대 과일 중에서 망고스틴을 아주 좋아해서, 동남아시아에 여행을 가면 꼭 사먹고는 합니다. 망고스틴은 제철이 있어서 어떤 때는 열심히 찾아다녀도 전혀 먹지 못한 적도 종종 있어서 일단 마트에 가자마자 망고스틴을 찾아봤는데, 아쉽게도 망고스틴은 없고 망고나 다른 열대 과일들만 있었습니다. 아쉬운 대로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큰 망고들을 골라 담은 후 가만히 보니 말린 두리안을 파는 것이었습니다. 두리안은 냄새가 심해서 고급 호텔에서는 생두리안을 반입하지 못하도록 하기도 하는데 말린 두리안은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써 있어서 한번 사봤습니다.

그 외에도 이것저것 먹을 것들을 사가지고 호텔로 돌아와서는 친구와 맥주를 한잔 하면서 사온 말린 두리안을 먹었는데, 예상보다도 맛이 좋고 냄새도 안 나서 대만족이었습니다. 친구와 다음날 카오산 로드 여행 일정을 정하다가 잠이 들었는데, 비행기를 타고 가는 시간이 힘들었는지, 맥주 탓인지 푹 잠을 잘 잤습니다. 다음날 친구는 자신이 전에 배를 타고 카오산 로드를 가봤다고 앞장을 서서 카오산 로드를 구석구석 돌아다니기에 저는 천천히 따라만 다니면서 길거리에서 파는 수박주스와 팟타이를 사먹기도 하고, 발마사지도 받으면서 여유를 즐겼습니다. 저녁에는 방콕에서 유명한 루프탑 바에 가서 칵테일을 마시면서 서늘해진 바람을 즐기다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그 다음날은 드디어 처음 가보는 아유타야로 가는 날이어서 부지런히 일어나 준비를 해서 아유타야에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2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였는데, 막상 도착해보니 예상보다 햇빛이 강하고 습도가 높아서 고생 좀 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표를 사서 사원 안으로 들어가니 저 멀리 아주 큰 탑이 보였습니다. 계단이 가파르기도 하고 날이 좀 덥기도 해서 약간 망설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탑을 올라가기 시작했는데, 다소 힘들었지만 위에서 본 주변 모습은 올라갈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탑을 내려와서 사원 주변을 돌다보니 부서진 탑들과 열대기후의 나무들이 어우러져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사원 옆으로 가니 아유타야 관광 안내 자료에 나와 있는 큰 와불이 보였는데, 우리의 다소 후덕한 모습이 아닌 동남아시아 특유의 날씬한 모습이었습니다. 동남아시아의 불상을 보면 더운 기후 때문인지, 아니면 개인적 수행을 강조하는 소승불교의 영향인지 날씬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바짝 마르기까지 한 모습에서 우리가 보아왔던 불상과는 이질적인 느낌을 받고는 합니다.

일부는 무너진 탑이나 사원 건물을 보고 있자니, 그 옛날 온전했을 때 웅장했을 모습이 연상되고, 그런 모습이 여전히 보존되어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에 전쟁이 끼치는 해악이 크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특히 같은 불교를 믿으면서도 전쟁 중 침입해 불상의 머리를 모두 잘라버린 버마군의 잔재에서 전쟁의 잔혹함이란 종교로도 극복하기 어려운 것인지 되묻고 싶었습니다. 다만, 그렇게 잘린 불두 중 하나를 나무가 감싸 안은 광경은 신기한 모습이었고, 그 옆에서 평온하게 여유를 즐기는 강아지 한 마리가 왠지 모르게 부럽기도 했습니다.

날이 좀 더워져서 그늘진 사원 유적을 찾아 나섰습니다. 응달진 곳에 앉아 땀을 식히며 친구와 사는 얘기도 나누다 보니 시간이 흘러갔는데, 제대하고 친구와 여름 여행을 갔었던 추억이 생각나 한참을 옛날 얘기를 하며 떠들어댔습니다. 더위가 좀 가시자 다시 일어나 천천히 유적지를 걷다보니 곳곳에 특이한 문양이나 장식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건물의 전체적인 구조를 보는 것도 좋아하지만, 세밀한 장식에도 관심이 많아서 여기저기 눈길이 가는 곳이 많았습니다.

천천히 둘러보다보니 어느 새 아유타야를 떠나야 할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방콕으로 돌아가 친구와 함께 야시장에서 맛있는 야식거리도 사먹고, 더위 속에서 걷느라 지친 몸을 마사지로 풀고 숙소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했습니다. 저는 태국에 가면 헬스랜드라는 프랜차이즈 마사지샵을 종종 가곤 하는데 가격도 적당하면서 실내 인테리어나 마사지사의 기술도 수준급이라 갈 때마다 만족스러웠습니다.

다음날에는 방콕 중심가인 수쿰빗에서 쇼핑을 좀 한 후 귀국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으로 출발했습니다. 오랫만에 대학 친구와 함께 한 여행으로 쌓여 있던 스트레스가 많이 풀린 느낌이었습니다. 이제 그 친구는 결혼해서 애까지 키우느라 바쁘지만, 대학시절 함께 했던 국내여행 뿐만 아니라 태국여행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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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대학원 법학과 석사 졸업

저는 지난 금요일에 드디어 서울대학교 대학원 법학과를 졸업했습니다. 변호사 개업을 하고 법학을 더 깊이있게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서 서울대학교 대학원에 입학한 것이 2015년이었으니까 실제로 학위 논문을 쓰고 졸업하는데 6년이 걸린 셈입니다. 물론 제가 석사 과정을 수료한 것은 2017년이지만, 학위 논문을 작성해 심사를 통과해야 석사 학위를 받아 졸업할 수 있으니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시간이 꽤나 흘렀습니다.

처음 대학원에 입학할 때는 헌법이나 국제법을 전공하고 싶었기에 원서에 그렇게 기재했는데, 막상 대학원에 입학하고 보니 다양한 전공의 흥미로운 과목들이 많이 개설되어 있었습니다. 어떤 과목은 제가 담당했던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경우도 있고, 또 어떤 과목은 앞으로 제가 전문 분야로 삼고 싶은 내용을 다루고 있었기에 두루두루 다양한 과목을 수강, 청강했습니다. 그 중에는 제가 학위 논문을 받은 인공지능 로봇과 관련된 과목으로 이과대학 과목인 뇌과학 세미나, 컴퓨터학과 장병탁 교수님 강의였던 컴퓨터, 인문, 사회학 융합 과목도 있었습니다.

제가 처음 강의를 들었을 때만 해도 관련 실무를 잘 몰랐던 김종보 교수님의 재개발, 재건축 관련 과목은 이후 6년 가까이 서울시에서 조합실태점검을 하고, 법인에서도 재개발 조합 관련 송무사건들을 다수 진행하면서 나중에서야 그때 배운 내용이 이런 의미였구나 하면서 실무적으로 많은 도움이 된 과목이었습니다. 형사증거법 강의 역시 제가 맡았던 형사 사건들에서 의견서를 제출할 때 기반이 되는 이론을 깊이있게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산업재해보상법연구도 이후 노동사건과 산재사건을 하면서 참고할 내용을 많이 배웠고, 특히 북한산과 지리산 등산이 포함된 세미나 일정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2학년이 되어 헌법을 전공으로 정하면서 전종익 교수님의 기본권 과목을 수강했는데, 평등과 관련한 주제로 법철학을 기초로 한 기본권 논의를 공부하다보니 제가 알고 있는 헌법 지식이 참으로 보잘 것 없다는 것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송석윤 교수님 강의시간에는 새로운 시각으로 법체계나 법리를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기르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후 논문 지도교수님으로 송석윤 교수님을 모시고 인공지능 로봇을 주제로 잡았지만, 인공지능 로봇과 노예를 헌법적 차원에서 비교한 논문을 작성해 심사를 받는 과정에서 많은 고민과 논의를 한 끝에 전공을 법경제학으로 변경하였습니다.

법경제학으로 전공을 바꾸면서 전에 ‘IT정책의 법경제학’ 과목을 들었을 때 인사드렸던 고학수 교수님을 지도교수님으로 변경했습니다. 전공을 바꾸면서 논문의 내용을 다소 수정해 인공지능 로봇의 법적 지위를 법인과 연관해 살펴보는 것으로 논문을 작성했습니다. 변호사 업무를 하면서 논문을 쓰다 보니 2년이 넘는 기간 주말과 퇴근 후 시간에 관련 자료들을 읽고 내용을 정리하느라 계획보다 논문 작성이 많이 늦어졌습니다. 일을 하면서 공부를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대학원을 다니고, 논문을 쓰면서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그래도 하루의 업무를 마치고 사무실을 나서 저녁에 강의를 듣느라 졸기도 하고, 주말에도 강의 때문에 다른 약속도 많이 하지 못했는데 이제 그런 과정이 일단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습니다. 비록 COVID-19로 인해 학위 수여식이 온라인으로 이루어졌지만, 학교를 방문해서 석사 학위기도 받고, 석사 학위복을 입고 가족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다 보니 뿌듯함도 많이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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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 함께 한 제주여행 3

숙소인 휘닉스 아일랜드에서 천천히 일어나 아침식사를 하러 근처 성산일출봉 인근에 있는 맛집을 찾아갔습니다. 독특한 것이 길 옆에 있는 다소 허름한 식당들이 맛집으로 유명했는데, 식당 이름이 ‘해녀집’, ‘형제집’, ‘자매집’ 등 투박하면서도 친근한 느낌이었습니다. 해녀분들이 그날 직접 해산물을 채취해오면, 그 해산물을 식재료로 음식을 만드는데, 규모가 크지 않고 안내표지판도 따로 없어서 찾는데 약간 고생을 했습니다. 그래도 헤매다가 찾아간 식당에서 먹은 성게 미역국은 부모님도 모두 만족하실 정도로 신선하고 맛이 좋았습니다.

식당을 나서 우도로 가는 배를 타기로 했습니다. 부모님이나 저나 제주도에는 여러 차례 가 봤지만 우도에 가본 적이 없어서 배에 차를 싣고 한 바퀴 돌기로 한 것이었습니다. 우도에 도착해 바닷가에 가 보니 하얀 모래와 푸른 바다가 대비를 이뤄서 마치 동남아시아의 해안가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바닷가를 거닐다보니 여유있는 여행을 즐기는 여행객의 눈 탓인지 뒷짐지고 천천히 걷는 것 같은 새도 보였습니다.

바닷가를 떠나 다시 차를 타고 가다보니 유명한 우도 땅콩아이스크림을 파는 곳을 볼 수 있었습니다. 차를 세워 부모님과 아이스크림을 한개씩 샀는데, 맛을 보니 생각보다 달지 않고 부드러운 맛이 명성만큼 좋았습니다.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가다보니 언덕이 나와서 시원원 바닷바람을 즐기면서 잠시 시간을 보냈습니다. 변호사 사무실을 여는데도 여러 고민이 많았지만, 막상 사무실을 열고서도 계속 고민거리가 늘어서 머리가 복잡했는데, 바람을 맞고 있으니 그런 고민들을 잊을 수 있어서 마음의 여유를 찾게 된 것 같았습니다.

우도를 계속 돌다보니 작은 선착장도 있고, 하얀 백사장도 있는데 성수기가 아니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지 않아 조용하게 여행을 즐기기에 좋았습니다. 특히 해안이 많이 오염되지 않아서 바닷물도 아름답고 산책을 하는데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우도를 한 바퀴 돈 후 다시 배를 타고 제주도로 다시 돌아와 성산일출봉을 지나 공항으로 가려는데, 왠지 아쉬운 느낌이 들어 차를 세웠습니다. 바닷가에서 보는 성산일출봉은 역시 언제 봐도 멋진 모습입니다. 성산일출봉과 마지막으로 인사를 한 후 부모님과 함께 한 제주도여행을 마무리하고 공항으로 차를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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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 함께 한 제주여행 2

한라산 영실코스 단풍구경을 마치고 부모님과 함께 중문으로 이동했습니다. 예전에 사법연수원에서 제주도로 수학여행 갔을 때 중문에서 요트 투어를 했는데, 요트에서 보는 바다의 경치도 좋고 낚시도 하는데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특히 낚시를 잘 하면 잡은 물고기로 회도 떠줘서 술과 한잔 할 수 있는데 저는 운 좋게 우럭 한 마리를 낚아서 사진처럼 제가 잡은 우럭회를 연수원 조원들과 나눠 먹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요트 투어에 대한 즐거운 기억이 있어서 부모님과 함께 제주도에 갈 때도 요트 투어를 꼭 해보려고 했습니다.

제가 선택한 요트 투어는 일몰 투어였는데, 요트를 타고 주상절리를 본 후 낚시 포인트로 가서 물고기를 잡고, 일몰을 즐기는 코스였습니다. 아버지가 요트를 타고 즐기는 낚시에 관심이 많으셨는데, 실제로 물고기를 잡아서 추억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낚시가 끝난 후에는 요트에 있는 주류와 안주를 먹으면서 일몰을 즐겼는데, 바다에 둥둥 뜬 요트에서 해가 지는 것을 보는 것도 나름 운치가 있었습니다.

요트에서 일몰을 본 후 표선면에 있는 해비치 호텔로 이동했습니다. 해비치 호텔은 표선면 바닷가에 위치해 있는데, 중문처럼 관광단지가 아니라 조용한 편이었고, 바닷가쪽 잔디밭도 잘 가꿔져 있어 산책을 하기에도 좋았습니다. 저는 이런 표선면의 한가로운 정취에 반해서 나중에 법무부에서 마을 변호사 신청을 받았을 때 제주도 표선면 마을변호사 신청을 해서 지금까지 계속 이어오고 있습니다. 한라산 등산까지 해서 쌓인 피로를 편안한 숙소에서 풀고 다음날 아침 상쾌한 기분으로 길을 나섰습니다.

오전에 느긋하게 출발해서 근처에 있는 김영갑 갤러리에 들렀는데, 제주도를 사랑한 사진작가 답게 제주도의 속모습을 액자에 잘 담아 두었습니다. 다만, 생각보다 전시되어 있는 작품이 많지 않아 약간 실망을 했는데, 갤러리 밖으로 나오니 야외에도 제주도만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조경이 되어 있어 마음이 좀 풀렸습니다.

김영갑 갤러리를 나와 당시 트렌드였던 오름 여행의 백미인 다랑쉬 오름과 용눈이 오름을 보러 가기로 했습니다. 오름을 보러 가는 길에 점심식사를 하게 됐는데, 어머니가 길가에 있는 아담하지만 예쁘게 생긴 이탈리아 음식점이 마음에 든다고 하셔서 그 곳으로 들어갔습니다. 저는 가던 길에 그냥 들어간 곳이라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주문한 음식도 맛있어서 대만족이었습니다. 여행의 묘미는 이렇게 기대하지 않았던 행복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인가 봅니다. 식사를 마친 후 다시 차를 타고 다랑쉬 오름을 찾아갔습니다.

다랑쉬 오름에 도착해 보니, 생각보다 올라가는 것이 만만치 않아 보였는지 아버지는 자꾸 밑에서 기다리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제가 천천히 올라가면 된다고 계속 얘기했더니 결국 따라 올라오셨습니다. 다랑쉬 오름이 좀 특이한게 올라가는 동안은 별로 주변이 보이지 않았는데 어찌어찌 가장 위까지 올라가니 주변 풍경이 아끈다랑쉬 오름부터 멀리 성산일출봉까지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멋진 풍경을 보고 감탄을 하면서 사진을 찍다보니 시간이 순식간이 흘러갔습니다.

저는 옆에 있는 용눈이 오름까지 보려면 서둘러야 한다는 생각에 부모님을 재촉해 옆에 있는 용눈이 오름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런데 용눈이 오름은 한 눈에 보기에도 다랑쉬 오름보다 오르기가 쉬워 보였고, 전체적인 인상이 참 편안했습니다. 오름 여기저기에는 산소가 있고,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오름을 오르면서 보니 해가 점점 지고 있는데, 지는 해의 약한 햇살이 비치면서 나른한 황혼의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와 무덤에 생긴 명암으로 좋은 사진이 나올 것 같아 부지런히 사진을 찍었습니다.

오름에서 여유있는 시간을 보낸 후 건축가인 안도 타다오의 글라스 하우스로 유명한 숙소인 피닉스 아일랜드를 찾아갔습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저녁식사를 한 후 산책을 하면서 글라스 하우스를 둘러보고 왔는데, 글라스 하우스도 괜찮았지만, 조명이 은은한 산책길도 산책의 기쁨을 키워줬습니다. 다시 숙소로 돌아가서는 다음날 우도 여행을 위해서 일찍 푹 쉬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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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로봇의 법적 지위’ 법학석사 학위 논문 통과

올해 6월 드디어 석사 학위 논문이 통과되었습니다. 원래는 작년 2학기에 헌법 전공으로 논문을 작성해서 제출했었는데, 당시 주제는 인공지능 로봇의 지위를 과거 노예의 지위와 헌법적 차원에서 비교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논문 심사를 받는 과정에서 심사위원이셨던 교수님들이 인공지능 로봇을 노예와 비교하기는 어렵지 않냐고 해서 헌법적으로 비교 대상이 될 만한 다른 헌법적 지위를 갖는 주체들을 추가해서 수정을 했는데, 최종적으로 당시 지도교수님이 헌법 차원에서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 인공지능 로봇에게 그러한 지위를 인정하는 주장을 인정하기는 어렵겠다면서 논문 철회를 권유하셨습니다.

저는 원래 학부에서는 경영학을 전공했는데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가 된 후 법학 대학원을 가게 된 이유는 보다 깊이 있게 법학 공부를 하고 싶었던 이유도 있지만, 어렸을 때부터 관심이 있었던 인공지능 로봇의 지위에 관해 법학 측면에서 논문을 써보려는 의지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제 생각을 알고 계셨던 헌법 지도교수님은 인공지능 로봇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계셨던 다른 지도교수님을 소개해주셨는데, 그 분이 현재 지도교수님이신 고학수 교수님이셨습니다. 저도 대학원을 다니면서 고학수 교수님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고, 고학수 교수님이 올해 회장으로 취임하신 인공지능법학회의 회원이기도 했기 때문에 결국 전공을 법경제학으로 바꿔 논문을 다시 작성했습니다.

기존 논문의 내용들 일부를 다시 정리하고, 인격의 법적 기능에 착안하여 인공지능 로봇의 법적 지위를 인공지능 로봇이란 주체의 보호 기능과 인공지능 로봇의 행위로 인한 결과의 상대방 보호 기능으로 구분해 논의를 전개했습니다. 먼저 인공지능 로봇에게도 인간처럼 인격을 인정할 수 있을지 살펴보고, 인공지능 로봇의 행위에 대한 기존 민사적, 형사적 법적 책임 귀속 논의를 정리한 후 법인의 지위와 인공지능 로봇의 지위를 비교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 로봇에게도 법인과 유사한 지위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제 논문의 결론입니다.

대학원을 수료하기 전인 2016년부터 인공지능 로봇과 관련한 논문들과 단행본 자료들을 조사해 읽기 시작했는데, 처음 지도반에서 논문 작성 초안을 발표한 이후 올해 최종적으로 논문 심사를 받기 전까지 인공지능 로봇의 법적 지위와 관련한 논문을 150편 가까이 정리했습니다. 또한 논문을 읽다가 논문에서 인용한 단행본들도 함께 읽었는데, 인공지능 로봇의 법적 지위 논의 내용과 전체적인 흐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논문 통과 후 참고했던 논문 등 자료들을 책장에 모아 정리해 놓고 보니 저 자료들을 다 읽고 정리했다는 생각에 이유없이 뿌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제가 2년여 정도 논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전에 관심을 갖지 않았거나, 깊이 있게 알지 못했던 주제들과 내용에 대해서도 더 많은 공부를 하게 된 것 같습니다. 또 연구와 공부를 하면 할수록 제가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을 절감한 것 역시 논문을 쓰면서 얻게 된 가장 큰 교훈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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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공동주택관리과 감사, 심의위원 업무의 연결점

저는 올해부터 경기도 공동주택관리과 감사와 심의위원으로 일하고 있는데, 서울시에서 계속 해왔던 재개발, 재건축조합 실태점검과 업무나 근거 법규가 비슷한 면이 많이 있습니다. 물론 재개발, 재건축을 규율하는 도시정비법은 2003년에 제정되어 현재까지 끊임없이 개정되어 왔고, 공동주택관리법은 2016년에 제정되어 서로 다른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비록 개별적인 규율에서는 다른 부분들이 있지만, 공동주택이나 공동사업에 대한 전체적인 행정법적 규율은 유사한 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 경기도에 소재한 공동주택에 대한 감사를 갔을 때는 서울시에서 조합들에 대한 실태점검을 갔을 때와 유사하게 회의록, 계약서, 회계자료 등 관련 자료들을 통해 민원 내용의 타당성이나 적법성을 확인하고, 그러한 과정에서 새롭게 눈에 띄는 새로운 위법 사항들을 발견하게도 됩니다. 경기도 공동주택관리과 심의에 참석하는 경우는 여기서 더 나아가 감사 결과에 대한 최종 처분을 결정하게 됩니다. 서울시 조합 실태점검에서는 현장에서 감사의 역할만 한다면, 경기도에서는 감사 결과를 토대로 실제 어떠한 행정처분을 할 것인지도 결정한다는 것이 차이가 있습니다.

현장에서 업무를 하면서 점점 더 확실하게 느끼는 것은 그 업무의 결과물이 최종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서울시에서 하는 조합 실태점검이나 경기도에서 하는 공동주택 감사나 그 최종 목적은 일정한 행정처분, 수사의뢰 등 형사처벌 등 그 대상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이러한 업무를 시작했을 때는 다소 증거가 부족하거나 처분 근거가 없는 경우에도 많이 들여다보고는 했지만, 이제는 제가 그러한 업무의 최종 의사결정을 한다고 할 때도 자신있게 결정할 수 있는 내용을 위주로 정리를 하게 되었습니다.

가만히 보면 이런 내용은 법원에서 이루어지는 소송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변호사들은 판사를 설득해서 판결문에 자신들의 주장이 증거를 근거로 인정받게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결국 판사들이 자신의 의뢰인에게 유리하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주장과 증거를 정리해 제출하는 것인 것입니다. 기업 자문 역시 의뢰한 기업의 대표나 업무 담당자들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의견서를 작성해서 제공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어디서 어떤 일을 하든지 자신이 하는 업무의 최종 목적이 무엇인지 생각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업무의 나침판이자 체의 역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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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 함께 한 제주 여행 1

지금까지 살면서 제주도를 몇차례 다녀왔습니다. 어렸을 때는 길가의 야자수, 만장굴, 천지연폭포, 여미지의 이국적인 풍경, 비싼 귤 등 매력적인 관광지였지만, 해외 여행을 다녀온 후에는 별로 새로울 것이 없는 제주에 그다지 마음이 끌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사법연수원에서 수학여행으로 제주도를 다녀온 후 그런 선입견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올레길, 오름 투어, 다양한 박물관 등 어릴 적 제주도와는 많은 것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변호사 개업을 하고 생각해보니 사법시험 준비를 한다고 오랫동안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가본 적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변호사가 된 후 사무실이 대강 정리된 후 부모님을 모시고 일종의 효도여행을 한번 계획했습니다. 다행히 부모님도 늦가을에는 어느 정도 할 일이 정리되셔서 가을의 제주도를 즐기러 출발했습니다.

제주도 도착 첫날, 오후 늦게 제주공항에서 렌트카를 타고 숙소가 있는 애월읍으로 향했습니다. 연세가 좀 있으신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하는 것이라 일정을 여유있게 잡았기 때문에 제주 도착 첫 날은 숙소에서 쉬고 주변을 천천히 돌기로 했습니다. 숙소로 가는 길에 자동차길을 따라 일몰을 볼 수 있는 포인트가 있었는데 부모님과 내려서 해가 지는 것을 보고 있으니, 부모님과 여행을 오길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숙소로 잡은 빌라드애월은 한적한 곳으로 시설도 깔끔하고, 주변의 풍광이 멋진 곳이었습니다. 부모님과 숙소에 짐을 풀고 숙소 주변에서 해가 지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바닷가인데도 소금기가 많이 느껴지지 않고, 가을 저녁의 상쾌한 바람이 귓가를 스쳐지나가니 저도 변호사 개업을 하면서 쌓였던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 숙소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숙소가 최고급 호텔 같은 느낌은 아니지만 개성있는 인테리어를 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특히 건물 주변에는 억새를, 건물 옆 공간에는 바닥과 벽 위에 장독들을 배치해뒀는데, 그냥 장식인지 아니면 장을 담가서 다른 사업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정연한 배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또 너무 화려하지 않은 수수한 스타일과 따뜻한 햇살이 어우러져 여행객의 마음을 더 편안하게 해줬습니다.

빌라드애월을 숙소로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숙박료에 포함되어 있는 조식의 맛이 괜찮다는 것이었기에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차를 타고 서둘러 한라산 영실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한라산 영실은 한라산에서 유일하게 가을 단풍이 드는 곳으로 알려져 있고, 다소 고도가 높은 주차장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부모님과 함께 등산을 하기에도 좋은 코스였습니다. 영실에 도착해 천천히 산을 오르니 듣던 바대로 예쁜 단풍이 든 나무들이 곳곳에 보였습니다.

천천히 단풍을 구경면서 산을 오르다가 부모님을 보니, 오랜만에 등산을 하셔서 그런지 좀 힘에 부쳐 하시는 것이 보였습니다. 발걸음을 늦춰 부모님의 보폭에 맞춰 걸으면서 부모님이 어느새 연세가 많이 드셨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 한 구석이 좀 휑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부모님도 한라산에 단풍이 드는 영실코스는 처음이라고 하시면서 같이 올라가시겠다고 했는데, 제가 괜히 무리하게 하신 것은 아닌가 해서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시간이 지나자 좀 나아지셨고, 올라갈수록 주변 풍광이 아름다워서 부모님도 잘 올라왔다고 하시니 기운이 났습니다.

가뿐 숨을 몰아쉬며 영실을 다 올라가니 저 멀리 윗세오름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멀리서 보는 윗세오름은 무언가 신령한 기운이 감싸고 있는 듯한 범상치 않은 모습이어서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멋졌습니다. 윗세오름까지 가는 길은 평탄한 편이었는데 주변의 크고 작은 언덕들도 기생화산인 오름인가 궁금했습니다. 윗세오름 가까이 가니 휴게소가 있고 컵라면을 파는 곳이 있어 부모님과 따뜻한 라면 국물로 허기진 배를 채웠습니다. 약간 쌀쌀한 날씨에 배까지 고프니 라면이 그야말로 꿀맛이었습니다. 라면을 다 먹은 후 잠시 쉬었다가 천천히 올라온 길을 되짚어 내려가 한라산 영실 등산을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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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철, 변호사로 의미를 남기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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