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 합격 후 핀란드, 터키 여행 2

핀란드의 소박한 모습에서 잠시 여유를 즐기다가 본격적인 여행을 위해 터키 이스탄불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저는 많이들 여행을 가는 지중해쪽이 아닌 동남아나톨리아 지역부터 여행을 할 계획이었기에 이스탄불에서 바로 수천년 이상 된 교역도시였던 마르딘으로 가는 국내선 비행기로 갈아탔습니다.

마르딘에 막상 도착하고 보니 마땅한 숙소를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보니 교사 연수원 같은 곳이 있기에 들어가서 제가 한국에서 여행을 왔는데 혹시 숙박을 할 수 있는지 물어보자, 평소 외국인이 별로 방문하지 않는 지역이라 그런지 놀란 표정으로 알아볼테니 잠시 기다리라고 하였습니다. 잠시 후 돌아온 직원이 제게 숙박이 가능하다고 하면서 방을 배정해주었는데, 조식 포함한 숙박비가 매우 저렴해서 이번에는 제가 놀랐고, 더구나 숙박객이 없어서 화장실까지 딸린 방을 저 혼자 여유있게 사용할 수 있어 더욱 좋았습니다.

제가 마르딘에 간 이유는 역사책에서나 보았던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젖줄이었던 유프라테스강과 그 문명의 흔적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마르딘에 가보니 실제로 높은 고지대에 위치한 마르딘에서 주변이 다 내려다보이고, 마르딘의 여러 건물들도 오랜 세월을 견뎌왔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종교 건물들은 정성들여 정교하게 조각한 장식들이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마르딘에서 이틀 정도 머물며 카페에서 차이와 바클라바를 먹으며 해가 지는 것도 즐기며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길을 떠나 버스를 타고 하산 케이프로 출발했습니다. 하산 케이프는 1만년 가까이 된 옛 유적들이 있는 지역으로, 제가 하산 케이프에 갔을 때만 해도 차가 지나가면 다리 상판이 떨어져나갈 듯 흔들리는 오래된 다리 옆에 새로운 교량을 짓고 있는 정도가 전부였지만, 2020년 터키 정부의 댐 건설 사업으로 수몰될 예정입니다.

하산 케이프에 도착하니 마을 입구에 반 자른 드럼통으로 쾨프테와 고추 등 꼬치를 구워 팔고 있는 상인들이 보였습니다. 표지판도 없어 유적을 찾아가려면 정확히 어디로 올라가야 할지 알 수가 없어 배도 채울 겸 쾨프테를 사먹으면서 성과 동굴집으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하는지 물었습니다. 그러자 상인이 꼬치를 건네주면서 제가 들고 있는 가이드북의 지도에서 어디로 올라가는지 설명을 해주었는데, 마침 꼬치를 굽는 드럼통 옆에 드래곤볼 손오공 열쇠고리도 팔고 있어 제가 그걸 가리키자 같이 웃더니 제게 질문을 하나 했습니다.

터키까지 진출한 드래곤볼 손오공

좀 전에 올라간 사람들도 동양인 같은데 아는 사람들이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계속 마을에 들어서면서부터 노랫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저도 궁금해하던 차라 가만히 무슨 노래를 부르는 것인지 들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적이 있는 곳에서 찬송가를 부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세속주의국가라는 터키에서도 지방이나 동부쪽은 보수적인 이슬람 신자들이 많은데, 당시 우리 언론에도 문제가 되고 있었던 이른바 ‘땅밟기’라도 하고 있는 것인가 싶어 저러다가 무슨 일 생기는 것 아닌가 걱정되어 어느 나라 사람들인지 모르겠다고 대충 둘러대고 일어섰습니다.

조금 더 올라가니 하산 케이프 성과 동굴집이 보였는데, 유프라테스강을 내려다보는 천혜의 요새로 감시도 하고, 무역 거점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하산 케이프 성을 둘러보고 있는데 마을 아이들 몇명이 저를 따라오면서 자꾸 돈을 달라고 하길래 곤혹스러워하고 있었더니, 청년들이 몇명 올라와서 아이들을 쫓아보냈습니다. 그러면서 제게 어디서 왔냐기에 한국에서 왔다고 했더니, 자신들은 디야르바크르 대학에 다니는 쿠르드족이라면서 소개를 했습니다.

얼마간 얘기를 하다 보니 자기들도 하산 케이프에는 처음 와본다면서 이 곳을 개발한다고 하여 유적들이 없어지기 전에 온 것이라고 말하면서 오래된 유적들이 훼손된다니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말이 좀 통하는 청년들을 만난 것이 반가워 아래로 같이 내려가자고 했더니 그러자고 하여 강변으로 같이 내려갔습니다. 유프라테스 강변에서 바라보는 하산 케이프는 곳곳에 유적이 있었고, 보이지 않는 땅 밑에는 아마도 더욱 오래된 역사가 잠들어 있는 곳이란 느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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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시험 합격 후 핀란드, 터키 여행 1

2010년 드디어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2011년 1월오랫동안 가보고 싶었던 터키 여행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문명의 발상지이자, 교차점이었던 소아시아 지역, 지금의 터키는 볼 것도 많고, 맛있는 먹을 것도 많을 뿐 아니라, 물가도 많이 비싸지 않아 당시 뿐만 아니라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여행지입니다. 시험 합격 후 함께 여행을 갈 친구들을 찾아봤지만 20일 가까이 휴가를 내서 여행을 가기는 어려워 혼자 출발한 후 여행하는 중간중간 동행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핀란드는 이전 노르웨이를 방문했을 때 여름이라 백야를 보았기에, 겨울철에는 오로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경유지로 넣은 곳이었습니다. 물론, 이런 제 계획에는 큰 착오가 있다는 것을 핀란드에 도착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되었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핀에어를 타고 핀란드 헬싱키 스키폴 공항에 도착했는데, 공항은 우리 버스터미널처럼 아담했고, 마침 밖에는 폭설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비행기를 함께 타고 있었던 한국인이 있어 얘기를 나누었는데, 미국에서 유학을 하다가 방학 때 한국에 왔다가 다시 미국에 가는 길에 헬싱키를 들러 간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그럼 같이 저녁 식사를 같이 하자고 제안해서 식사를 함께 하기로 했고, 숙소로 향했습니다.

당시 서울은 뜻밖의 강추위가 몰려왔던 때라 거의 영하 15도 이하로 내려가던 상황이었기에 영하 5도 정도 되는 북유럽 헬싱키가 오히려 따뜻하게 느껴져 그런 얘기를 하면서 웃기도 했습니다. 저는 저녁식사 후 숙소로 돌아와서 숙소직원에게 이른바 ‘산타마을’이 있는 로바니에미로 가는 교통편을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직원의 답변을 듣고 제가 큰 실수를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직원의 말에 따르면 로바니에미로 가는 비행기는 보통 6개월 전에 예매가 끝나고, 로바니에미로 가는 기차도 이미 매진된지가 오래라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저처럼 오로라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 생각은 했지만, 그 정도일 줄은 몰랐기에 어쩔 수 없이 남은 이틀을 헬싱키에서 보내기로 했습니다.

제가 헬싱키를 돌아다니다 보니 전통시장에서 순록과 곰 그림이 그려진 살라미를 발견하고 상인에게 물어보니, 실제로 순록과 곰고기로 만든 살라미라는 것이었습니다. 전에 유럽을 여행할 때 다양한 고기로 만든 살라미를 사서 먹어봤지만 순록과 곰고기는 처음이라 얼른 사서 챙겼습니다. 이 중 곰고기 살라미는 이후 터키를 여행하면서 장거리 버스를 탈때 다른 승객들에게 나눠줬더니 인기 폭발의 아이템이 되기도 했습니다.

헬싱키에서는 몇 가지가 기억에 남는데, 가구 박물관의 관람객들이 앉아 쉴 수 있는 의자들이 오로지 나무로만 만들어져 있어 첫 눈에는 딱딱하고 불편해보였지만, 막상 앉아보니 너무 편해서 놀랐습니다. 또, 대통령궁은 도심 길가에 있는데, 소박한 건물이라 대통령의 권위를 앞세우는 우리 정서와 비교가 되었습니다. 특히 헬싱키 인근인 수오멘린나 요새에 가는 길에 봤던 북해의 바닷물이 얼어 떠다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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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시험 2차 시험 합격 발표 전 필리핀 세부 여행

군대를 제대한 후 시작한 사법시험에 합격한 것은 항상 그렇듯 제 계획보다 한참 시간이 지난 2010년이었습니다. 부모님께는 호기롭게 3년 반 내에 시험을 끝내하겠다고 말한 후 시작했지만, 1차 시험에서 1등으로 떨어지기도 하고, 2차 시험을 4번 본 끝에 다행히(?) 사법시험에 최종합격하게 되었습니다.

군대 갔다온 후 나이가 들어서도 부모님께 용돈을 받아 시험준비를 하는 것이 죄송해, 2차 시험이 끝나면 아르바이트를 하고는 했는데, 2010년에도 6월에 2차 시험을 본 후 10월 합격자 발표가 있을 때까지 스마트폰 직무교육 프로그램 검수 아르바이트와 대입 논술시험 채점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그 시 아르바이트 급여로는 나름 괜찮게 급여를 받아서 생활비를 하고도 다행히 여유가 좀 있어 합격자 발표 전에 마음도 정리할 겸 필리핀 세부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평상시 여행을 갈 때는 배낭여행을 선호했는데, 당시에는 혼자서 여행을 갈 준비를 할 시간도 없었고, 마음의 여유도 없어 그냥 무난한 패키지 여행상품을 선택해서 여행 출발을 했습니다.

필리핀 세부 공항에 도착해서 숙소를 배정하는데, 이상하게 저는 작은 차량에 타라고 해서 알 수 없는 불안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도 여행 출발 당시에는 여행을 가서 동행객들과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잠시 차에 타서 기다리고 있자니, 총 7명이 차량에 탑승하는 것이었습니다. 가만 살펴보니, 아뿔싸… 저를 제외한 나머지지 여행객은 3커플이었습니다.

숙소에 도착하니, 숙소 자체도 아담했지만, 전체 객실에 우리 7명 외에는 거의 손님이 없었습니다. 덕분에 우리 일행이 수영장을 독점하다시피 하면서 편하게 지낼 수 있었는데… 저만 방을 혼자 썼기 때문에 하루 여행 일정이 끝난 밤마다 일행들이 제 방에 모여서 같이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곤 했습니다. 알고보니 일행 중에는 제 대학 남자 후배도 있었고, 한 커플은 워낙 술을 좋아해서 출국할 때마다 보드카를 사서 현지에 도착하면 주스와 섞어 칵테일로 만들어 먹거나, 물과 섞어 소주로 마신다고도 했습니다.

세부 여행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것은 답답했던 마음을 풀어주었던 넓은 바다와 바닷바람, 그리고 참으로 오랜만에 편하게 밤마다 술자리를 가졌던 일들입니다. 다만, 지금 돌이켜보면 함께 여행했던 커플들이 각자 시간을 가지고 싶었을텐데, 밤마다 제 방에서 술마시자고 해서서 좀 미안한 생각도 듭니다. ㅎㅎ

세부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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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혐오와 우리 사회의 미래

요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많은 개인적 모임들 진행이 어렵고, 공공기관들의 세미나 또는 심포지엄도 취소되고 있습니다. 보건과 안전에 대한 대비는 철저한 것이 좋으니 이로 인한 부작용들도 있기는 하지만 그 방향 자체는 맞다고 보입니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눈 앞에 닥친 보이지 않는 위험으로 인해 과도한 공포에 휩싸이는 것입니다. 인터넷 기사나 댓글을 비롯해 상당한 곳에서 중국인 자체에 대한 혐오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내용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기존에도 있었던 일부 사람들의 외국인 혐오 태도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증폭된 것으로도 보입니다.

본능을 가진인간인 이상 당연히 통제되지 않는 위험에 대한 공포를 갖는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예측가능한 수준으로 통제되는 위험에 대해서도 막연한 불안감을 이유로 외국인, 특히 현재는 중국인에 대한 혐오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되었을 때 이러한 표현과 태도에 대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일 것입니다.

제가 맡고 있는 사건 중에는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공권력 주체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고, 신체 상해까지 입어 법원에 이에 대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학 교수인 제 의뢰인은 어느 나라나 다양한 사람이 살고, 외국인 혐오가 내면화되어 있는 사람도 있지만, 최소한 인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법원은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니냐고 말하곤 합니다. 가끔은 그런 말을 들으면 부끄러워 말문이 막힐 때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보다 더 개방된 마음과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인간이 공포라는 동물적 본능을 이성으로 제어해야 한다는 구태의연한 말보다는 유전자의 지배를 받는 동물 그 자체인 인간으로서 우리 유전자가 얼마나 다양한 계통의 조상들 즉, 지금 기준으로 치면 세계 각국의 외국인들로부터 왔는지를 상기한다면 외국인에 대한 혐오는 자신의 존재 자체에 부정일 수도 있다는 점을 한 번 정도는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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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의 부지는 용서받지 못한다?

형사 사건 중 특정한 사람이 존재하는 형벌을 규정하는 법률을 인식하지 못하고 그 법률을 위반한 경우라도 일반적으로는 해당 법률로 처벌받는 것을 피할 수 없습니다. 자신의 국적에 따라 처벌되는 속인주의나, 범죄가 이루어진 국가의 형법이 적용되는 속지주의나 큰 차이는 없습니다. 이를 이른바 “법률의 부지는 용서받지 못한다”는 말로 표현하고는 합니다.

그런데 과연 이런 법리가 맞는 것인지 종종 의문이 들 때가 있습니다. 법조인들이 아닌 일반인들 중에서 형법이나 형사 특별법을 알고 있는 경우가 얼마나 될 것인지, 경우에 따라서는 일정한 교육을 통해 그런 법률을 알 수 있었던 사람들이 혜택을 받고 그런 기회를 제공받지 못한 경우는 결과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물론 국가 입장에서는 개개인의 경우를 구분해서 형사 규범의 존재를 인식했는지 판단하기도 어렵고, 규범력의 누수가 생기는 것을 막고자 하는 의도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법이 적용되는 것은 내국인 뿐만 아니라 외국인도 마찬가지인데, 외국인의 경우 자신의 국적국에서는 죄가 되지 않는 행위라서 타국에서는 죄가 된다는 것을 전혀 알지도 못했다가 형사처벌이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과연 그것이 정의인지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모든 경우에 외국인이라고 예외를 두기는 어렵겠지만, 최근에 맡은 마약류관리법위반 사건의 경우 외국인이 자신의 국적국에서는 합법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약품을 대한민국으로 반입했다가 형사처벌되고, 자칫 자신의 직업도 상실할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과거와 달리 국제적인 교류가 빈번한 현재 상황에서 사정이 달랐던 100년 전 형성된 법리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한번 생각해볼 필요는 있지 않은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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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공동주택관리 심의위원회

지난 주에는 경기도 공동주택관리 심의위원회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1000만 세대가 넘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 있는데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에도 공동주택들이 많이 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살다보면 물론 좋은 일도 있겠지만, 시끄럽고 골치아픈 분쟁과 문제들도 생기기 마련입니다.

이런 문제들을 관리하기 위해 공동주택관리법을 비롯한 다양한 법령이 존재하지만, 최근 뉴스로 보도되었던 관리비 관련 부정 문제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법제도와 행정력의 한계로 인해 모든 문제를 근원적으로 차단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심의 자료를 보면 공동주택관리를 규율하는 사항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른 재건축, 재개발 조합에 대한 행정적 규제와 유사한 면이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계약을 비롯한 절차적 내용부터 업무와 관련한 정보공개까지 상당히 유사한 규율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의 규율 대상인 조합의 경우는 법적으로 공법인 지위를 가지고 있어 공익적 성격에 따른 규제가 더 엄격하지만 공동주택의 관리주체인 관리사무소장이나 입주자대표회의에 대해서는 사법적 행위에 대한정도의 규제를 하지 못한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투명하고 적법한 공동주택관리를 위해서는 향후 지속적인 행정청의 관리감독도 필요하겠지만,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입주민들의 자체적인 감시와 노력이 필수적인 이유라 할 것입니다. 앞으로는 공동주택관리에 있어서도 부정이나 분쟁을 최소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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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재개발 관련 지장물 감정평가

제가 구성원 변호사로 있는 법무법인은 부동산 관련 사건을 많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희 공동대표로 계신 대표 변호사님은 국내 첫번째 감정평가사 겸 변호사로 오랫동안 수용보상 관련해 많은 사건을 맡아 처리하시면서 선례가 되는 대법원 판례를 여러 건 만드시기도 했습니다. 저 역시 부동산 관련한 사건들을 많이 담당하는데, 부동산 거래 관련한 사건, 재건축, 재개발 관련 사건, 건축 공사대금 관련 사건 등 다양합니다.

이런 사건들 중 재건축, 재개발 관련한 사건을 하다보면 조합을 대리하든, 현금청산자들을 대리하든 협의보상, 수용재결, 매도청구 관련하여 토지와 지장물에 관한 감정을 한 후 보상 가격을 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감정평가의 경우 원칙적으로 일정한 기준에 따라 이루어지지만 어떤 경우는 주관적 판단이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기에 감정평가시 현장에서 감정 대상물의 현황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할 뿐만 아니라, 부가적인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런데 재건축, 재개발 사건을 진행하다 보면 보상금 증액 관련 소송에서 지장물이 철거된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협의보상단계, 수용 및 이의재결 단계에서 이미 지장물에 대한 평가가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현금청산자들의 경우 해당 시점에는 감정평가와 관련한 적절한 법적 조언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결국 행정소송 단계에서야 이른바 ‘무기대등원칙’에 따라 조합과 현금청산자들이 공평한 입장에서 다퉈볼 수 있게 되는데, 이미 지장물이 철거된 이후라면 제대로 된 권리주장을 해보기도 전에 해당 사항에 대해서는 결론이 나 버리는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며칠 전에 갔었던 감정평가 현장에서도 비슷한 예가 있었습니다. 다행히 당일 현장 감정 대상이었던 지장물은 온전히 남아 있었지만, 현재 해당 정비구역에서 진행 중인 다른 보상금 증액 청구 사건의 지장물 중 일부가 철거된 것이 보였습니다. 조합 입장에서는 공사 일정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현재 보상금 증액 청구 사건이 법원에 계속 중인 것을 알면서도 다른 건물들보다 먼저 철거해야 했어야 하는가 하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법으로 정의를 달성한다는 것도 법정 안에서나 법전 안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실적인 부분 역시 함께 달성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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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전에 맡았던 사건 중 공사대금 미지급을 원인으로 한 채권가압류 사건이 있었습니다. 계약 상대방이 차일피일 공사대금 일부를 지급하지 않자 공사 잔대금 지급을 확보하기 위해 법인의 제3자에 대한 채권가압류를 신청한 것이었는데, 1심에서 기각이 되었습니다.

당시 상대방 기업은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을 제3자 명의로 이전하는 등 다른 자산이 없는 상태였는데, 보전처분을 엄격하게 판단한다는 최근 추세를 명목으로 가압류를 기각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계약 상대방이 그 이전부터 공사대금을 지급할 의사를 보이지 않았음에도 가압류 신청이 기각되자 그러한 판단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해당 채권가압류 사건에 대해서 항소를 하였습니다.

가압류 기각 결정에 항소한 후 공사 잔대금 지급을 구하는 본안 사건을 1년여 진행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항소한 가압류 사건에서 1심 결정을 취소하고 우리의 신청을 인용하는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서둘러 집행을 하고 보니, 원래 확보하려고 했던 1억 2천만원의 1/5에 불과한 2천여 만원만을 가압류할 수 있었습니다.

최초 신청 당시에는 충분히 신청했던 금액 상당의 채권을 확보할 수 있었으나, 1년 이상 시간이 흐르고 보니 제3채무자인 기업도 기성고에 따라 이미 대부분의 대금 지급을 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지체된 정의는 정의라 할 수 없다는 것은 이렇듯 실질적으로 법적 분쟁을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입니다. 제 의뢰인이 향후 본안에서 승소하고도 공사대금을 모두 지급받지 못한다면 누구를 상대로 하소연을 할 수 있을지 참 답답합니다.

비단 제가 맡았던 이런 유형의 사건 말고도 시간이 흐르면 피해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법적 판단을 내린다는 것은 사법제도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공정성 못지 않게 중요한 요소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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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벤처부 기술보호 법무지원단 자문

저는 2018년 구성된 중소기업벤처부 기술보호 법무지원단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지식재산권 관련 분쟁 자문이나 소송을 수행한 경험을 활용하는 것인데, 처음에는 생각보다 지원 신청을 하는 기업이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사업 초기라 홍보가 잘 되지 않았던 탓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 그런 탓인지 전에는 위원들에게도 주변에 지원을 신청할 만한 기업이 있으면 신청하도록 안내를 해달라는 내용의 이메일이 오기도 했습니다.

이제 1년 정도 지나자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는지 작년 말에 기술보호 관련 자문을 신청한 기업의 자문 위원으로 선정이 되었습니다. 해당 기업의 담당자와 상담 전에 통화를 해보니 제 경력 중 대한상사중재원의 조정위원이 눈에 띄어 저에게 자문을 받고 싶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복잡한 소송 절차가 아닌 조정이나 중재와 같은 신속한 절차가 훨씬 매력적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기업 담당자와 상담을 한 후 법무지원단에서 요청한 필요 서류들을 제출하였는데, 해당 기업은 인공지능 관련 기술을 바탕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저 역시 관심을 갖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이라 앞으로 더욱 열의를 가지고 자문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규모가 크지 않은 중소기업들은 대기업과 계약에 있어서도 협상력에서 차이가 크게 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계약의 내용은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하고, 독소조항이라고 할 수 있는 내용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갖추어야 합니다. 그런데 자금이 넉넉하지 않은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이런 법률자문을 받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다행히 중소기업벤처부에서는 이런 경우 기술력을 갖춘 기업의 경우 법률자문을 받을 수 있는 길을 마련해두었습니다. 다른 기술 기반 기업들도 이러한 제도를 잘 활용해 향후 유니콘, 나아가 세계적인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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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위원 업무 종결

제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한 학교는 중학교 2곳과 고등학교 1곳이었습니다. 그 중 고등학교는 여고라는 특성 때문인지 큰 문제는 많지 않았지만, 최근 10대 여학생들이 학교생황을 하면서 어떤 고민을 하고, 겪어야 하는 어려움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사회에 널리 퍼졌던 이른바 ‘중2병’이 만연해 있는 중학교는 고등학교와는 또 다른 상황이었습니다. 제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위원으로 6년 정도 활동했던 중학교에서는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했고, 저의 학창 시절과는 다른 학생들, 학부모님들, 선생님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법률전문가 위원이라는 입장에서 최대한 학부모 위원님, 교사 위원님들이 먼저 의견을 밝힌 후 제 의견을 밝히곤 했습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교육과 관련한 징계 절차라는 특수성이 있고, 자칫 제가 먼저 의견을 밝히면 다른 위원님들이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는데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런 이유로 인해 제 의견은 다른 위원님들과 다르기도 했습니다. 교육적 목적을 위해 아직 완전히 성숙하지 않은 학생에게 그래도 다시 한번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내기도 하였고, 학생회 간부에게는 그 직책에 맞는 더 큰 징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제가 참여했던 해당 중학교 학생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서 의결을 거쳐 다른 학교로 보낸 학생들이 몇 명 있습니다. 어떤 학생들은 그 이전 징계에서 제가 한번 정도는 더 기회를 주자고 했던 학생들도 있는데, 다음 위원회에서 다시 징계 대상이 된 같은 학생을 보면 마음이 답답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2020년 학기부터는 더 이상 학교에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열리지 않고, 교육지원청에서 해당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학교장 자체 종결권도 강화되었으니 기존처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업무와 징계로 학교 현장이 더 혼란스웠던 상황은 점차 줄어들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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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철, 변호사로 의미를 남기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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