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윤석열 대통령이 청소년에게 술과 담배를 판매한 자영업자들을 일률적으로 처벌하는 것이 문제라고 하여 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신분증을 위조하거나 영업주를 속여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사는 청소년들로 인해 자영업자들이 형사처벌을 받거나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청소년보호법과 식품위생법 위반이 문제됩니다.
실제로 음식점에서 청소년들이 신분증을 타인의 신분증을 제시하거나 위조 신분증으로 성인이라고 속여서 술을 마시고 자신이 청소년이라면서 돈을 내지 않거나, 심지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주변의 경쟁 업소에서 아는 청소년들에게 돈을 주고 몰래 술을 마신 후 신고를 하라고 시키기도 합니다.
제가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 위원을 할 때 이런 사례들을 많이 봤는데 생계형 사건으로 영업정지 기간을 줄여주긴 하지만 영업주 입장에서는 억울하기도 하고 경제적 타격이 상당히 커서 많은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아는 지인이 동네 단골 술집에서 동일한 사례가 발생해서 저에게 상담을 해달라고 부탁을 한 적도 있습니다. 얘기를 들어보니 하필 가장 바쁜 시간에 여러 동행 중 신분증 확인을 못한 1명이 미성년자라 나중에 문제가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부터 작정하고 속이려고 들면 사실 막기 힘든 것이 이런 사건입니다. 형사처벌에다 영업정지까지 이뤄지면 아예 장사를 그만둬야 하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저도 행정심판위원회에서 이런 사건에 관심을 가졌었는데, 사법 시스템과 행정 시스템이 확고해서 바꾸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이제라도 정부에서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개선을 해보려고 한다니 참으로 반가운 일입니다. 앞으로 실제 현장에서도 느껴지도록 실질적 변화가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얼마 전에 제 딸이 태어났습니다. 아내와 결혼한 지 2년이 조금 안 되었는데, 딸이 태어나자 아내가 이제 진짜 가족이 된 것 같다는 말에 다시금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봤습니다. 부부가 된 후 다시 자녀가 태어나 3인 가족이 되는데 주변에서는 이제 많은 것들이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들을 합니다.
아마도 우리 모두는 태어났을 때 마치 제 딸처럼 머리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로 지내다가 가족, 친척 및 사회의 도움을 받아 어엿한 사람으로서 살아가고 있을 겁니다. 동물들은 태어나자마자 걷기도 한다는 데, 그렇게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며 살아갈 수 있는 모습이 되기까지 사람은 참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 같습니다.
밥을 먹다가 잠이 들고, 잠을 자다가 방긋 웃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한 제 딸이 가정과 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을 하며 살아갈 때까지 뒤에서 지켜봐 주는 것이 제가 앞으로 할 역할이 아닐까 합니다. 아마 이 시간에도 많은 아빠들이 자녀들의 웃는 행복을 지켜주기 위해 애쓰고 있을 겁니다. 이제 저도 아내와 함께 사랑스러운 딸의 미소를 보기 위해 최선을 다해보려고 합니다.
사법시험 2차 시험을 본 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좀 마음의 여유를 찾았을 때 도서관에서 몽테크리스토 백작 완역본을 빌려 본 적이 있습니다. 어렸을 때 짦은 문고판으로 읽었던 책인데, 완역본에는 번역하면서 생략되었던 내용이 훨씬 자세히 나온다고 하여 시간이 났을 때 읽어 봤습니다. 듣던 대로 초등학교 때 읽었던 책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당시 시대상이나 인물의 심리 묘사가 훌륭했습니다.
책을 읽다가 특히 흥미로웠던 장면이 있는데, 주인공인 에드몽 당테스가 대마초인 해시시를 피우며 중동 지역의 ‘산의 노인’에 대해 얘기하는 내용입니다. 해시시(Hashish)를 피우는 아사신(Assassin)이란 암살자 집단에 대한 것으로 국내에서는 마약으로 분류된 대마초와 관련되어 문화적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후 형사 판례를 보다가 대마초의 중독성이 담배보다 약하다는 주장이나 대마초가 다른 더 중독성이 강하고 건강을 해치는 마약에 대한 ‘관문’ 역할을 한다는 관문 이론 등에 대해서도 알게 됐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 조상들이 과거에 많이 입었던 삼베도 대마초 줄기 섬유로 만든 것이고, 서양에서도 배의 돛이나 그림의 캔버스도 대마초로 만든 것이니 인류에게 많은 영향을 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떤 학자들은 인류가 농경을 하게 된 것이 곡물을 재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마초를 재배하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할 정도입니다.
최근에는 대마초 정도가 아니라 전통적으로 문제가 되어 온 헤로인, 코카인, 메스암페타민뿐만 아니라 합성마약, 마약성 진통제까지 전세계에 중독자가 넘쳐 나고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한때 일부의 문제였던 마약이 은밀하게 가까운 곳까지 온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제가 담당했던 마약이나 향정신성의약품 관련 사건들에서도 과거보다 피의자나 피고인들이 더 용이하게 다양한 마약이나 향정신성의약품에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마약 산업의 발달과 경제적 구조의 변화, 통신과 운송 수단의 발달이 이런 결과를 가져온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 현재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펜타닐이 헤로인의 일부 변형물인 것을 보면 인간은 발달된 과학기술로 다른 인간에게 더욱 위험을 초래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점점 마약류 사용과 향정신성의약품 남용이 늘고 있는데, 정부에서 신속하게 대처를 해야 할 것입니다.
지난 주에는 한국인공지능법학회에서 주관한 ‘책임있는 AI를 위한 법정책 과제와 전망’이라는 주제의 학회를 다녀왔습니다. 제가 예전에 가입한 학회인데, 총회를 겸해 세미나 또는 컨퍼런스를 개최하고는 합니다. 학회 행사에 참석했다가 대학원에서 논문을 준비할 때 참고할 자료를 발견하기도 했었고, 이후에도 종종 실무를 하면서 도움이 될 만한 행사 개최 공지를 이메일로 보내주기도 합니다. 이번에도 제가 작성하고 있는 보고서에서 다루고 있는 인공지능과 관련한 법적 책임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컨퍼런스 공지가 있어 참석하게 됐습니다.
기조 연설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이 했는데, 현재 추진 중인 정부의 인공지능 정책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줬습니다. 발표 내용 중 먼저 관심이 간 것은 인공지능 윤리기준 자율점검표나 인공지능 개발 안내서 등 가이드라인을 보다 발전시켜 확대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자문을 하는 인공지능 관련 기업들을 보면 실제 현장에서 어떤 기준으로 개발을 해야 하는지, 즉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으려면 어떤 최소한의 윤리나 신뢰성을 충족해야 하는지 많은 의문점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현장의 물음표에 대해 적어도 화살표는 제시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민간의 자율적인 검, 인증 운영과 신뢰성 기술 확보입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에서 민간 자율을 강조하면서도 강력한 인공지능 시스템의 안전 테스트 결과를 정부에 공유하도록 한 것이나, 국립표준기술원(NIST)이 시스템 취약점에 대한 엄격한 표준을 설정하도록 한 것과 궤를 같이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실적으로 너무 엄격한 기준은 현장에서 준수할 수 없어 규범력이 낮아지고, 인공지능 산업 발전도 저해한다는 점에서 규제 당국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시행된 미국의 행정명령과 유사한 내용인 인공지능 생성물에 워터마크를 도입하는 방안에도 눈길이 갔습니다. 발표 내용에는 기존에 관련 업체들과 생성물임을 확인할 수 있도록 워터마크를 표시하도록 하는 회의를 열었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제가 관심을 가졌던 텍스트에 대한 워터마크를 어떻게 표시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방법을 확정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도 워터마크를 삽입하기 쉬운 이미지나 영상에 대해서는 별 이론이 없지만, 텍스트에 대해서는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아는데, 이에 대해서도 향후 여러 측면에서 고려가 필요해 보입니다.
이어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아시아 법무 총괄 대표의 인공지능의 책임성에 대해 발표가 있었고, 국내외 업체 대표와 교수들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그 중 법률 인공지능 업체 대표의 발표도 인상적이었는데, 국내에서 법적 이슈에 대해 질문을 하면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해 이에 대해 답변을 해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기존 리걸 테크 업체들과 달리 입법이나 행정 영역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해 법적 지원을 하는 서비스라 이제 인공지능을 활용한 서비스들이 보다 세분화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1부가 끝나고 쉬는 시간에는 몇 년 만에 친분이 있는 KAIST 교수님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함께 인공지능의 기술에 대해 스터디 그룹으로 공부를 하기도 했었던 분이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한동안 뵙지 못했었던 분이라 더 반가웠습니다. 2부 시작 후 저는 아쉽게도 당일 저녁에 서울대 인공지능 최고경영자 과정 원우회 송년회가 있어 컨퍼런스 중간에 일어서야 했습니다.
과기부도 함께 준비한 행사라 그런지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디지털 권리장전도 자료로 준비되어 있어 한 부 챙겨왔습니다. 과기부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은 한글 파일에는 디지털 권리장전이 궁서체로 기재되어 있어 주제와 약간 괴리감이 들었는데, 다행히 인쇄본은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디지털 권리장전만이 아니라 앞으로 국회에서 의결될 인공지능 관련 법률에서는 인공지능의 특성을 잘 고려한 충실한 내용이 들어가길 기대합니다.
지난 달 말에는 제가 올 봄부터 다녔던 서울대학교 AI연구원에서 운영하는 인공지능(AI) 최고경영자 과정 수료식이 있었습니다. 주로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기업이나 기존 사업에 인공지능을 활용하려고 하는 기업의 대표나 이사 등 경영진들이 많이 듣는 과정입니다. 저도 인공지능 관련 기업들에 대한 자문 업무나, 인공지능 관련 법령 제정 자문 업무들을 하면서 인공지능 관련 기술이나 산업에 대해 보다 전문성을 키우고 싶어 이 최고경영자 과정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3월말에 입학식이 있었는데, 마침 AI연구원의 원장님이 제가 예전에 대학원을 다닐 때 청강을 했었던 과목의 장병탁 교수님이셨습니다. 제가 대학원에서 “인공지능 로봇의 법적 지위”라는 주제로 논문을 쓰려고 법학 이외의 강의들도 들었었는데, 그 중 장병탁 교수님의 인공지능 인지과학이라는 다양한 전공 통합 과정이 있었습니다. 장병탁 원장님과 그때 얘기를 하면서 반갑게 인사를 나눴던 것 같습니다. 강의는 일주일에 한번 있었는데, 20회의 강의 중간에는 방학도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방학에 같이 강의를 듣는 원우들과 해외로 워크샵도 다녀오고, 국내에서 있었던 워크샵에서 토론도 하고, 수시로 많은 술잔과 얘기를 나누면서 서로 많이 친해졌습니다. 저는 원우회에서 인사총무를 맡았는데, 다른 실무진들과 함께 원우회 행사를 함께 준비하면서 재밌는 경험도 많이 하고, 덕분에 수료하면서 공로상도 받았습니다. 그렇게 7개월 정도 강의를 들었는데, 한번도 빠지지 않아서 학창시절에도 몇 번 못 받았던 개근상을 타기도 했습니다. ㅎㅎ
강의를 들으면서 제가 인공지능과 관련해 주로 법적인 측면에서만 갖고 있던 지식을, 실제 기술적인 부분이나 실제 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부분까지 통합해서 알게 되니 여러 의문점들이 점차 해소되는 것 같았습니다. 또 단지 강의만이 아니라 동호회 등 다양한 활동으로 교류도 많이 해서 여러 원우들과 사업 프로젝트도 함께 진행하게 됐고, 법적 자문들도 하게 됐습니다. 수료식 날 분과별로 마지막 발표를 하면서 10년 이후에는 법조계가 어떻게 변할지 인공지능이 그린 이미지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수료식에서 그동안 있었던 많은 추억이 담긴 영상을 보다 보니 함께 한 원우들이 참 좋은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최고경영자 2기로 들어갔는데, 1기분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올해 이어진 좋은 인연이 앞으로도 계속 발전되길 기원합니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생성형 AI에 대한 관심이 식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기존의 인공지능이 마케팅 수단의 일환으로 보였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기업들의 서비스와 연계되는 것이 느껴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인공지능 모델의 표준 내지는 선점 지위를 차지하기 위한 세계 각국, 글로벌 기업들의 개발 경쟁도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멀지 않은 앞날에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하는 문명이 구축되면 어떤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하여 활용하고 있느냐가 국가, 기업이나 개인의 경쟁력을 좌우할지도 모릅니다. 이런 이유로 경쟁이 치열하기도 한데, 문제는 이런 경쟁의 결과 결정적 우위를 차지하는 하나의 인공지능 모델이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게 되면 인류 문명은 전체적으로 취약해지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칼럼은 이런 부분에 대한 우려를 바탕으로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앙티브에서 유명한 곳 중 피카소 미술관이 있습니다. 피카소가 노년을 보내면서 작품 활동을 했던 곳인데 예전에 예술의 전당에서 피카소 특별전을 관람할 때 봤던 피카소의 화풍 변화이 흥미로웠습니다. 피카소의 작품은 영감을 주는 여인들이 바뀌면서 함께 변해왔는데, 앙티브는 마지막 작품 활동을 했던 곳입니다. 바닷가에 위치한 미술관은 전날 저녁 식사를 했던 식당이 있는 거리 옆에 있었습니다. 해산물이 유명한 레스토랑에서 오징어 링 튀김과 생선 구이로 식사를 한 후 피카소 미술관으로 향했습니다.
피카소 미술관에 가보니 박물관 바깥은 코로나로 관광객들이 없어 한산했습니다. 미술관 안에 들어가 보니 영국에서 온 노인들이 많았는데, 앞에 깃발을 든 가이드가 있는 것을 보니 연금을 받는 노인들이 단체 관광을 온 것 같았습니다. 아시아에서 단체 관광을 오지 않으니 유럽 다른 나라에서 단체 관광객들이 오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전시실을 보니 며칠 전 갔던 샤갈 미술관보다 다양한 작품들이 많아서 좋았는데, 야외 전시 작품들과 바닷가의 풍경이 특히 환상적이었습니다.
미술관 관람을 끝낸 후 기념품 샵을 보다가 아내가 마음에 드는 그림이 있다고 해서 작은 판화 작품을 하나 샀습니다. 전체적으로 푸른 색이 나는 것을 보니 시대적으로는 차이가 많이 나지만 피카소의 청색 시대 작품들이 생각났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 액자에 넣어 놨더니 액자와도 잘 어울려서 맘에 들었습니다. 밖으로 나와 보니 미술관 옆에는 성당도 하나 있었는데, 철근으로 만든 십자가가 인상적이어서 안으로 들어갔더니 환한 햇빛으로 빛내는 스테인드 글라스 속에 예수님이 두 팔을 벌리고 내려오는 모습이 왠지 모를 경외감이 들었습니다.
저와 아내는 피카소 미술관을 나와 프랑스인들의 휴양지라는 별칭에 걸맞게 편안하게 휴식을 취했던 앙티브에 이별을 고했습니다. 차를 몰고 이번에는 물의 도시라는 명성을 갖고 있는 엑상 프로방스에 도착했습니다. 엑상 프로방스의 첫날 저녁은 Mickael Feval이라는 근사한 레스토랑을 예약했습니다.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을 앙티브에서 출발하기 전에 예약해서 갈 수 있었다는 것은 코로나로 힘들게 여행을 가던 시기에 누린 예상치 못한 호사이기도 했습니다. Mickael Feval 레스토랑은 특히 모던한 내부 인테리어가 멋지긴 했는데, 서비스는 다른 미슐랭 레스토랑들에 비해 좀 떨어져서 다소 실망하기도 했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에는 주변을 구경하다가 관광객들이 많은 광장을 지났는데, 젤라또 아이스크림을 파는 가게가 있어서 얼른 들어갔습니다. 이 가게는 프랜차이즈였던 것 같은데, 그래도 다른 곳보다 더 다양한 아이스크림 종류가 있어서 맘에 드는 걸 골라서 아내와 나눠 먹으며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종일 많이 돌아다니기도 하고, 저녁 식사도 든든히 먹었더니 아내와 저는 눕자마자 바로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날에는 제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와이너리 투어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예전에 프랑스 루아르 지역에서 와이너리 투어를 했는데 참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었기에 이번에 아내와도 함께 경험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이번에 가기로 한 와이너리는 Chateau La Coste라는 곳이었는데 차를 몰고 시골길을 달리다가 정확한 위치를 찾을 수가 없어 좀 헤매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와이너리에 도착해 안내도를 보니 생각보다 큰데다가 다양한 조각품이나 건축물이 많아 기대가 커졌습니다. 처음 마주한 정문도 안도 타타오의 작품이라 감탄을 하면서 안내도에 있는 작품들을 하나씩 찾아다녔습니다.
쭉 펼쳐진 포도밭을 따라 걷다 보니 예쁜 돌다리가 하나 나왔습니다. Laurence Neufeld라는 건축가의 2013년작 ‘DONEGAL’이라는 작품이었는데, 다리의 아름다운 곡선이 고창 선운사의 다리 같이 우아했습니다. 다리가 마음에 들어 다리 위를 몇 번 왔다갔다 하다가 조금 더 위로 올라가니 안도 타타오의 작품인 의자가 또 있었습니다. 단순하게 금속판으로 만든 작품이었는데, 천장도 있어서 비가 오더라도 가만히 앉아 주변 풍경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다시 위로 올라가니 겉에는 무덤 같고, 내부는 새둥지 같은 건축물이 있었습니다. 외장은 석재로 되어 있지만 안은 나뭇가지로 벽을 따라 촘촘하게 쌓아둬서 상당히 아늑하게 느껴졌습니다. 다음 작품으로 이동하니 작은 미로처럼 벽돌벽이 높이 쌓여 있었는데, 안에서 말을 하면 메아리처럼 크게 울렸습니다. 안에서 아~ 아~ 하며 아내와 장난을 치다가 다시 다음 작품으로 이동했습니다. 나무로 된 집이나 투명 유리 주택도 있었는데 안에 있는 그림도 볼 수 있었습니다.
걷다 보니 반갑게도 우리나라의 이우환 화백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돌이 박석 위에 놓여 있고, 마치 그림자 형상의 검은 색 자갈들이 아래에 깔려 있었는데 해시계처럼 태양이 주위를 돌면서 특정한 시간을 알려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고장난 시계도 하루에 한번은 맞는다고 했는데, 이 해시계가 가리키는 시각은 언제인지도 궁금했습니다. 더불어 안도 타다오나 세계의 유명 작가들과 함께 이우환 화백도 멋진 작품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이제 우리나라의 예술가도 세계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다음은 와이너리 투어의 하이라이트인 안도 타다오 작품인 예배당을 찾았습니다. 아담한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어두운 건물 벽 사이의 공간을 통해 들어오는 십자가 모양의 햇빛이 작은 공간을 채워줬습니다. 엄숙함이 깃들어 있는 공간에서 고요함을 느끼다가 밖으로 나오니 마당에 빨간 공을 연결해 놓은 듯한 예쁜 십자가가 서 있었습니다. 예배당을 본 후 다른 작품들까지 모두 감상하고, 출발했던 본관 건물에 있는 주류점에 들러 와이너리에서 생산한 와인들을 살펴본 후 기념으로 와인도 좀 사서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얼마 전에는 대한변호사협회에서 난민, 이주민 모의재판 대회가 있었습니다. 이번 대회는 두번째 대회로 제1회 대회에서는 제가 운영위원회를 맡아 대회 준비와 운영을 진행했었는데, 이번에는 재판부의 재판관으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이번 대회의 실무를 담당한 난민, 이주외국인 특위의 다른 위원분들이 대회의 전반적인 준비를 해주셔서 이번에는 전보다 편하게 대회 당일에 재판관으로만 참여했습니다.
제1회 대회보다 문제가 어려워서인지, 아니면 학사 일정에 바빠서 그런지 참가한 팀이 전보다 줄어들어서 좀 아쉽긴 했습니다. 좀 더 많은 법학전문대학원생들이 난민, 이주민들의 인권과 관련된 이슈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 이번 모의재판 대회의 개최 취지였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참가한 학생들이 열띤 변론을 펼치는 것을 보니 대단하다는 느낌도 들고, 제가 법정에서 변론할 때는 어떤 모습일지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보게도 됐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우리나라에는 점점 더 많은 이주민들이 거주하게 될 것이고, 세계 각국의 어려움에 처한 난민들도 우리의 품을 안식처로 삼아 오게 될 것입니다. 앞으로 이런 영역에서 활동할 변호사들이 더 필요하게 될 텐데 이번 대회를 계기로 더 많은 미래의 변호사들이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길 빕니다.
지난 달 중순에는 홍콩에 다녀왔습니다. 제가 다니는 최고경영자 과정에서 주최한 홍콩에 있는 인공지능 관련 기업들과 산학협력 지원단을 방문하는 해외 연수에 참여했기 때문입니다. 최근 인공지능 관련 산업에서는 세계 각국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그 중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가장 선두를 다투고 있습니다.
홍콩에 도착한 날 저녁에는 이번 홍콩 해외 연수를 주선해주신 회사 대표님이 평소 홍콩과 중국에서 알고 지내던 분들을 초대해서 네트워킹 자리를 마련해주셨습니다. 장소는 리츠칼튼 호텔 꼭대기의 라운지 바였는데,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서 귀가 멍멍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타이페이 101타워 엘리베이터보다는 부드럽게 올라간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103층에 도착해 밖을 보니 아직 밖이 밝아서 주변 경관이 한눈에 보였습니다.
단정한 옷으로 갈아입고, 네트워킹 행사에 참여해서 함께 간 원우들이나 홍콩에서 일을 하고 있는 분들과 함께 술을 곁들여 많은 얘기를 나눴습니다. 행사가 열린 라운지 바도 내부 인테리어도 아주 멋지고, 천장도 높아서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네트워킹 행사가 끝난 후에는 창밖으로 보이는 야경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도 한 장 찍은 후 숙소로 가서 비행기를 타느라 새벽부터 돌아다녀서인지 꿀잠을 잤습니다.
다음날은 아침부터 바쁘게 시작했습니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다들 차를 타고 홍콩교육대학교를 방문했습니다. 홍콩교육대에서는 학내 창업지원센터를 운영하는데, 교육만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스타트업 창업과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있었습니다. 홍콩교육대학교에서 준비한 발표를 듣고, 실제 개발한 기술을 보면서 기술 수준이 아주 높다기보다는 실제 활용 가능한 분야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아이디어가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홍콩교육대학교 일정을 마친 후 홍콩 사이언스 파크로 이동했습니다. 홍콩 사이언스 파크는 미국의 실리콘 밸리와 비슷한 성격의 곳인데, 깔끔한 외관의 건물들과 세련된 내부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세계적인 인공지능 기반 업체인 Sense Time의 회의실에서 진행된 발표를 보면서 기존에 알고 있었던 안면 인식 비전 분야만이 아니라 디지털 트윈과 TTS, AI 휴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췄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더구나 궁극적인 지향점이 AGI의 구현이라는 것을 발표 내용을 보고 기업의 비전 역시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이언스 파크에서 일정을 마친 후 마지막 일정인 홍콩과학기술원으로 이동했습니다. ASTRI로도 알려져 있는 홍콩과기원 설립은 예전의 금융 중심지 홍콩이 점차 그 입지를 잃어 가자 첨단 IT기업의 중심지로 변모하고자 하는 시도로 느껴졌습니다.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보석의 종류와 품질을 감정하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 재미있었고, 중국 정부가 열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3D 반도체 기술 개발에도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홍콩과기원의 교수들이 번갈아 발표를 하는데, 그 중 원장님이 발표한 내용 중 자율주행자동차의 상용서비스를 개시했다는 내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제가 우리나라에서 자율주행자동차 관련 법제 개정 법률자문을 했기 때문에 관련 분야에 관심이 많은데, 비록 법제가 갖춰졌지만 아직 우리는 여러 규제 때문에 시험 운행만 계속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발표가 끝난 후 원장님께 개인적으로 인사를 하고 제 소개를 한 후 홍콩에서 자율주행자동차의 상용서비스를 어떻게 시작했는지 묻자, 웃으면서 홍콩도 한국과 동일한 상황이고, 상용 서비스는 규제가 훨씬 느슨한 중국 선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답변을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저도 웃으면서 상황을 이해했다고 말했습니다.
빡빡한 일정의 업체 방문과 지원센터 방문이 끝난 후 후련한 마음으로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식사를 하면서 마오타이 미니어처도 마시고, 적당히 취한 상태로 홍콩의 야경을 구경하러 갔습니다. 오래 전 홍콩에 갔을 때 들렀던 빅토리아 산정에 올라 야경을 보니 홍콩도 많이 변한 것 같았습니다. 어두운 전망대에서 화려하게 빛나는 홍콩의 야경을 본 후 밤이 깊도록 술잔을 나누며 홍콩에서의 꽉 찬 연수를 마무리했습니다.
며칠 전 난민심사와 난민 소송에서 난민이 제출한 자료가 위조된 것이 아닌지 난민의 출신국에 사실조회를 하는 문제에 대한 보고대회가 있었습니다. 이 문제는 제가 부위원장으로 있는 대한변호사협회 난민이주외국인특위에서 지난 임기 때 연구를 했었던 것인데, 임기가 만료되기 전에 보고대회를 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해서 새로 위원회가 구성된 후 기존에 연구를 했던 위원분들 중심으로 보고대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난민 인정을 받기 위한 심사나 소송에서 가장 핵심은 난민의 진술이고, 이러한 원칙은 국제적으로 난민협약이나 유엔난민기구의 지침 뿐만 아닐 우리 대법원에서 확인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원칙에도 불구하고, 출입국사무소나 법원에서는 진술만으로는 쉽사리 난민 인정을 하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경우 물증을 제출해야 하는데, 급박하게 자신의 국가를 탈출해 해외 다른 국가로 온 난민에게 서류나 사진 등 자료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할 수 없이 고국에 있는 가족들이나 지인을 통해 자료를 어렵게 구해서 제출해도, 출입국사무소에서는 그 서류가 가짜라면서 위조됐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그 서류가 진짜라는 것을 확인하는 방법이 문제인데, 국적국 정부에게 난민신청을 한 것이 알려지면 고국에 있는 가족이나 지인들이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문제입니다. 실제 난민의 국적국 정부가 난민 신청자의 가족을 잡아서 수감시킨 사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실제로 진행했던 난민 사건들에서도 난민 신청자가 제출한 서류가 진정한 것인지 서로 주장이 엇갈렸는데, 난민 신청인은 가족들의 안전을 우려해 사실조회 동의를 하지 않으면 불리한 결과를 각오해야 하는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됩니다. 이런 상황을 설명할 때 저 역시도 난민 신청인에게 미안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보고대회에서 좌장을 맡아 연구 보고서에서 검토된 내용들을 살펴보니 이론을 비롯해 국내와 해외 사례들이 잘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난민 신청인들에게 이처럼 가혹한 선택을 강요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국제적 지위에 걸맞는 처분은 아닐 것입니다. 다만, 법원 입장에서도 난민 신청인들의 진술 이외에 어떤 자료들을 근거로 난민 인정을 할 것인지 고민이 많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이런 문제 상황은 반복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제는 무언가 해결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번 보고대회를 계기로 어려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합리적인 논의가 시작되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