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공동주택관리 온라인 워크숍 강의

작년 말에는 경기도에서 공동주택관리를 담당하는 시군 감사 담당 공무원들을 상대로 감사 업무에 필요한 법무 지식에 대한 강의를 하게 됐습니다. 제가 수년간 경기도청에서 공동주택관리 감사 위원을 맡아서 현장조사와 감사결과에 대한 심의를 담당했었는데, 작년에 공동주택 현장조사를 함께 나갔던 주무관님이 연말에 강의를 해줄 수 있냐는 요청을 받고 강의를 맡게 됐습니다.

저는 기존에 다양한 주제로 강의를 해봤기 때문에 강의 자체를 준비하면서 크게 어려움은 없었지만, 공동주택 감사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라고 하니 어떤 내용으로 강의를 해야 도움이 될지 약간 고민이 됐습니다. 그래서 전년도에 강의하셨던 분들의 강의자료를 참고해서 방향을 잡고, 담당 주무관님과 통화를 해서 실제 감사 담당 공무원들이 필요로 하는 법률 지식이 무엇인지 확인을 했습니다.

그렇게 강의안 준비는 큰 무리 없이 마무리가 됐는데, 이번 강의에서는 특이하게도 대본까지 필요하다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나 넓은 지역에 분포되어 있는 시군 공무원들을 한 장소로 모아서 강의를 하기 어려워서인지 강의를 온라인으로 하는데, 네이버 TV로 생중계를 하기 때문에 강의안의 각 페이지별로 카메라 기사가 화면을 전환해야 되서 다음 페이지로 언제 넘어가는지 알기 위해 대본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평소 강의를 하면서도 따로 대본을 작성해본 적은 없었기 때문에, 막상 대본을 쓰려고 하니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담당하시는 분과 전화 통화를 해서 어느 정도나 상세하게 대본을 작성해야 하는지 문의를 해서 어찌어찌 대본도 완성이 되었습니다. 마침 강의 전에 공동주택관리과 점심 회식이 있어서 과장님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강의 관련 내용도 얘기하면서 긴장을 풀 수도 있었습니다.

강의 시작 20분 전에 담당 주무관님과 경기도청에 있는 스튜디오로 이동해 강의 준비를 했는데, 의자 위치까지도 카메라 각도에 맞춰져 있어 의자에 몸을 맞추는 상황까지 연출됐습니다. 강의가 2시간 좀 안 되는 시간 동안 진행됐는데, 생방송이라 소음이 큰 온풍기를 끄고 방송을 할 수밖에 없어 나중에는 추위에 몸이 덜덜 떨렸습니다.

그것 외에는 별다른 문제 없이 강의를 잘 마쳤는데, 방송을 끝내고 나가니 담당 주무관님이 전에 강의를 좀 해보셨냐고 물어보는 것이었습니다. 웃으면서 이런저런 강의들 좀 해봤다고 답했더니, 확실히 강의를 해보셔서 다르다며 칭찬을 하기에 좀 민망하기는 했지만 강의를 들은 다른 분들도 잘 이해를 하셨을 것 같아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강의를 통해 관련 업무를 하는 공무원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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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에서 인생의 새로운 화살표를 그리다 3

복잡한 아비뇽의 구도심을 떠나 우리는 산 위의 아름다운 마을인 고흐드로 향했습니다. 아내가 들르고 싶어한 곳이기도 하고, 우리의 다음 목적지로 가는 길목에 있는 곳이기도 해서 점심식사를 하고 가기로 했습니다. 아비뇽에서 고흐드까지는 한 시간도 걸리지 않는 거리라 금방 도착했습니다. 마을로 들어가는 언덕길에서 반대쪽을 보니 아름다운 절벽과 그 위에 있는 집들이 보여 차를 세우기 싶었는데, 주차장을 찾느라 한참 헤맸습니다.

몇 곳을 지나친 후 다행히 빈 주차장을 찾아 차를 댔습니다. 마을의 전망대에서 열리는 전시회를 둘러본 후 아내가 예약한 L’Artegal에서 간단하게 가지볶음, 고기 필라프와 샐러드로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한 후 주변을 산책하는데, 라벤더 아이스크림을 판다는 광고판이 보였습니다. 프로방스가 라벤더로 유명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라벤더 아이스크림은 처음 봐서 한번 먹어보고 싶었습니다.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사서 한 입 떠먹는 순간, 라벤더의 강렬한 보라빛 향기와 실크처럼 부드럽게 녹는 식감이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감탄사를 쏟아내는 저를 지켜보던 아내도 커피를 테이블에 놓고 숟가락을 받아 떠먹더니 엄청난 맛이라며 찬사를 보냈습니다. 라벤더 아이스크림의 향을 맡으며 다시 골목길을 걷던 우리는 전망이 좋은 절벽 한쪽에서 고흐드에서의 멋진 순간를 기록했습니다.

고흐드에서 시간을 보내고 다시 오늘의 숙소가 기다리고 있는 무스띠에 셍-마리로 차를 몰았습니다. 고흐드에서 무스띠에 셍-마리까지는 시골길을 따라 2시간 이상 걸렸는데, 목적지로 다가갈수록 주변 풍광이 멋있어져서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기대 또한 커져갔습니다. 2시간 정도 운전을 해서 좀 피곤했던 저는 숙소에 도착하기 전 잠시 차를 세우고 아내와 휴식을 취하면서 해가 지기 전에 무스띠에 셍-마리 마을 주변을 멀리서 카메라로 잡아봤습니다.

이윽고 어둑어둑해진 시간에 마침내 예약한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나무가 우거진 좁은 숲길을 따라 갔더니 나타난 숙소는 약간 시골 산장 같은 곳으로 오래된 목조 건물이었습니다. 차를 세운 후 캐리어를 끌고 숙소로 가는데, 숙소의 사장님 같은 할아버지 한 분이 나와서 인사를 하고 2층에 있는 우리 방까지 무거운 캐리어를 들어 주셨습니다. 2층 방에 들어가보니 영화에서 보던 옛날 저택처럼 방이 있고 그 옆에는 매우 넓은 화장실과 파우더룸이 있는 독특한 구조였습니다.

시골길을 따라 운전하느라 좀 지친 저는 짐을 풀고 잠시 쉬려고 침대에 누웠다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비뇽에 있는 호텔에서 서둘러 나오느라 호텔 방 금고 속에 넣어 놨던 신용카드와 현금 800유로를 놓고 나온 것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앞으로 여행에 사용할 경비였던 현금과 신용카드였기 때문에 큰 일이라는 걱정과 함께 다시 가서 받아와야 하나, 아니면 다른 방법이 있을까 순간적으로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갔습니다.

그래서 일단 아내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아비뇽 호텔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아비뇽 호텔 전화벨이 울리는 동안 마음을 졸이며 기다리다 마침내 여성이 전화를 받았습니다. 호텔에 머물 때 인사를 나눴던 호텔 사장의 부인이었는데 제 얘기를 듣더니 금고의 비밀번호와 안에 든 물건이 무엇인지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저는 설정한 비밀번호와 금고 속에 있는 현금 등에 대해 설명을 했고, 잠시 후 확인을 해보겠다고 하더니 물건들을 찾았다며 어떻게 보내줄까 묻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다시 아비뇽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안도하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로 하자고 말했습니다. 이윽고 이메일을 서로 주고받았는데, 저는 우리가 프랑스에 마지막으로 묵게 될 마르세유의 호텔을 알려주고, 그 곳으로 보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랬더니 걱정말라면서 내일 아침에 우체국 택배로 보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메일로 정말 감사하다는 인사를 거듭한 후 아내와 생 마리 마을로 저녁 식사를 하러 차를 타고 나갔습니다.

10분 정도 운전을 한 후 주차장에 차를 댔는데, 이미 시간이 좀 늦어서인지 아니면 코로나인데다 관광 비수기라서 그런지 생 마리 마을은 거의 대부분의 식당과 상점들이 문을 닫은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아내와 매우 조용한 마을 곳곳을 둘러보다가 다시 차를 타고 숙소로 돌아와 전에 쇼핑을 했던 음식들로 저녁을 간단히 해결했습니다. 그날 밤은 운전을 길게 한 데다가, 아비뇽에 현금을 놓고 온 문제를 해결하느라 긴장했는데 잘 해결이 되어서 그런지 깊은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보니 바깥 기온이 상당히 쌀쌀했습니다. 준비를 하고 밖으로 나가서 숙소 주변을 한바퀴 돌았습니다. 숙소 사장님이 1층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것을 보다가 아내와 얘기해보니 마을 위쪽에 있는 예배당이 경치도 좋고, 분위기도 있을 것 같아서 일단 차를 몰고 그 곳으로 향하기로 했습니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아직 예배당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인적이 드물었습니다. 계단길을 따라 올라가는데, 예수님의 고난을 상징하는 조각상들이 길 옆에 서 있고, 뒤를 돌아보니 셍-마리 마을도 보였습니다. 고개를 더 높이 들어 보니, 절벽 사이로 무스띠에 셍-마리 마을의 명물인 별도 보였습니다. 이 마을이 유명해진 이유는 십자군 원정을 갔던 기사가 자신이 고향에 살아 돌아가면 신에게 감사의 의미로 별을 걸겠다고 기도를 했고, 무사히 돌아온 기사가 자신의 약속을 지켜 절벽 사이에 별을 매달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예배당 올라가는 길이 좋았지만 특히나 예배당 바로 앞의 계단이 운치가 있고 아름다웠습니다.

저와 아내가 가뿐 숨을 내쉬며 계단을 올라가 예배당을 들어섰는데, 마침 예배당에서 종을 치는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저희 부부의 새로운 시작을 기념하는 느낌이 들어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나무로 된 예배당 문에는 조각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었고, 처음 들어선 예배당 안은 빛이 잘 들어오지 않아 매우 어두웠습니다. 잠시 적응하고 나니 십자가와 예수님이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온 약한 빛줄기를 통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저희만 있는 고요한 예배당에서 알 수 없는 감동을 주는 십자가의 예수님을 한참 멍하니 보고 있었습니다. 아내가 이제 내려가자는 말을 해서 슬슬 예배당을 나왔습니다.

예배당을 내려와서 마을에 가보니 엄청 큰 다리와 폭포가 있었습니다. 가파른 산비탈에 마을을 만들다보니 그렇게 토목공사를 크게 했던 것 같습니다. 마을에서 올려다보니 절벽에 걸린 별이 마찬가지로 잘 보였습니다. 아침부터 등산을 해서인지 저나 아내나 둘다 배가 고파서 일찍 문을 연 식당을 찾아 나섰는데, 마침 평이 좋은 식당이 문을 연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쌀쌀한데 돌아다녀서 그런지 빵과 따뜻한 음료를 마시니 몸이 좀 녹았습니다.

마을에서 식사를 한 후 숙소로 짐을 챙기러 돌아왔습니다. 숙소 사장님에게 인사를 한 후 차를 몰아 아내가 가고 싶어했던 생트 크화 호수의 선착장으로 향했습니다. 아내는 보트를 탈지, 카약을 탈지 고민하면서 수영복을 미리 입어야 할지도 걱정을 했는데, 막상 선착장에 도착해보니… 띠로리~~ 이상하게 아무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람만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요트나 카약도 호수에 떠있지를 않았습니다. 가만히 보니 초봄이라 비수기인데다 코로나 상황까지 겹쳐 운영을 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아쉬워하는 아내를 달래서 호수 주변 마트에서 들러 오렌지 주스와 천도복숭아 등 간식을 산 후 멋진 풍광으로 유명한 베흐동 협곡길을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정도 달려 베흐동 협곡으로 들어서는데, 나무들 사이로 멀리 터키석같이 아름다게 빛나는 생트 크화 호수가 보였습니다. 아내의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주려고 차를 세운 후 잠시 내려 호수를 구경한 후 다시 출발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베흐동 협곡의 수백미터 절벽을 따라 난 왕복 2차로를 달리는데, 좁고 뱀처럼 구불구불한 길인데도 제한속도가 시속 80km나 됐습니다. 프랑스에서 운전을 하면서 많이 느낀 것인데, 프랑스 사람들이 한국사람들보다도 운전을 훨씬 거칠게 해서 깜짝 놀랐고, 베흐동 협곡같은 좁은 길에서도 제가 모는 차 후미에 차를 들이대고 빨리 가라고 재촉을 해대는 모습에 다시 한번 놀랐습니다. 저는 초행 길인데다 차도 익숙하지 않은데, 계속 이렇게 위협을 하니 자꾸 위축이 되고 마음이 많이 불안했습니다.

그래서 전망이 좋은 전망대가 있는 곳에서 잠시 내려 바람을 쐬면서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했습니다. 갓길에 차를 세우고 아내와 함께 전망대로 걸어갔는데, 아래를 내려다보니 세상에!! 위로는 병풍처럼 둘러친 높은 암봉들이 서 있고, 아찔한 낭떠러지 아래로는 푸른 계곡물이 흘러내려가고 있었습니다. 구경하는 여행객들이 절벽 아래로 떨어질까봐 철제 난간까지 설치해둔 것을 보니, 이 곳이 인기있는 전망대는 맞는 것 같았습니다.

전망대에서 휴식을 취한 후 마음의 안정을 찾은 저는 다시 차를 몰고 협곡의 아래에 있는 길까지 달려내려갔습니다. 제가 이 길을 택한 이유는 저도 그렇지만 아내가 멋진 절벽과 바위가 있는 풍경을 좋아해서였는데, 막상 2시간 가까이 좁은 산악길을 달리다보니 아내가 멀미를 해서 바깥 경치를 볼 수도 없게 됐습니다. 그러다보니 나중에는 괜히 넓은 길을 두고 이 길로 왔나 하는 후회가 들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이미 들어선 길, 되돌아 갈 수도 없어 계속 아래로, 위로 달리다보니 마침내 샌드위치 같은 고원지대가 호쾌하게 펼쳐진 지형이 나타났습니다. 이제 이런 산길도 끝났다는 안도감에 아내와 함께 차에서 내려 고산지대의 상쾌한 바람을 맞은 후 기념 사진도 찍었습니다. 마구 불어대는 바람에 저와 아내의 머릿카락이 흩날리는데, 얼굴은 환하게 웃는 장면이 마치 큰 고난이라도 끝나 마음이 편해진 듯 합니다.

마치 큰 과제를 끝마친 것처럼 산길을 천천히 내려와서 들판을 따라 달리다 보니 길 양 옆으로 키가 작은 관목 같은 식물들이 저 멀리 지평선 끝까지 길게 줄을 서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이 식물들이 뭔지 알지 못했는데, 계속 식물들이 심어져 있어 마침내 그것이 라벤더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랬습니다. 바로 이 길은 향수로 유명한 그라스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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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2. 에너지경제신문 칼럼 기고 – 외부 법률감사로 정비사업 투명성 높여야

이번 달에도 제 변호사 업무 경험을 기초로 에너지경제신문에 칼럼을 실었습니다. 한동안 공사가 중단되어 논란이 많았던 둔촌주공아파트 등 재개발과 재건축 정비사업에 대해 제가 오랫동안 서울시 등 지자체 및 국토부와 감사의 일종인 실태점검을 하면서 느꼈던 소회와 앞으로의 개선 방안에 대해 적어 봤습니다.

지금까지 40여개가 넘는 재개발, 재건축 조합들에 대한 실태점검을 하면서 조합에서 법률자문을 받는 변호사나 법무법인을 두고 있음에도 조합 행정이 법령을 제대로 준수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물론 일부 법령의 경우에는 실무와 괴리가 있어 기준대로 따르는 것이 매우 힘든 것도 현실이긴 하지만 어떤 경우는 위법과 적법의 기준조차 모르거나, 감시의 눈이 없어 기준을 무시하려는 의도가 보이기도 합니다.

제가 조합 관련 소송사건들을 하면서도 느끼는 것이지만, 정확한 규정이 없어 지키지 않는 경우만이 아니라 규범을 지키는 것이 불리해서 지키지 않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이 경우 불이익을 입는 것이 때로는 조합원이고, 때로는 조합 임원인 경우도 있으며, 때로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 사회 전체인 경우도 있습니다. 비록 정비사업보다 규모는 작을지언정 공동주택 관리와 관련하여 발생하는 비리 역시 구조는 비슷합니다.

결국 법령을 준수함으로써 발생하는 불이익보다 법령을 위반할 때 얻는 이익이 큰 경우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저도 외부 법률감사가 시행된다는 것만으로 도깨비 방망이처럼 정비사업과 공동주택관리에 꽈리를 틀고 있는 부정과 부패를 일소해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마치 외부 회계감사에 대해서도 그 장단점에 대한 주장이 부딪히지만, 이를 통해 회계 투명성이 일정 부분 확보된 것은 사실이므로 외부 법률감사 역시 시도해볼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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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변호사회 인공지능 로봇 관련 강의

이번 달에는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인공지능 로봇과 관련한 강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제가 인공지능 로봇의 법적 지위와 관련한 논문과 책을 발간한 것을 알고 계신 변호사님이 내용이 흥미롭다고 추천을 해주셔서 국제거래 커뮤니티의 연수 교육으로 서울지방변호사회 회관에서 변호사 회원분들을 상대로 인공지능 로봇과 관련된 현재와 미래에 관해 강의를 하게 됐습니다.

제가 개업을 하고 담당하던 사건이 적은 편일 때는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개최하는 연수에 많이 참여를 했었는데, 점점 하는 일들이 많아지다보니 참여 횟수가 줄어들었습니다. 제가 강의를 하게 된 강의실에서도 몇번 강의를 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는 제가 강사로 강의를 하게 되다니 그 사이 시간이 많이 흘렀다고 느꼈습니다.

줌이란 프로그램을 이용한 온라인 강의라, 강의를 시작하기 전 제가 미리 보냈던 강의 자료가 제대로 돌아가는지 한번 확인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제가 보낸 파일 포맷이 아니라 다른 파일 포맷으로 변경을 해둬서 제가 하려고 했던 언론 기사나 동영상을 볼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있었습니다. 다행히 제가 가져간 파일이 있어서 새로 파일을 복사해 시연을 했는데 프로그램이 링크를 통해 다른 페이지로 연결되는 부분을 보여주지 못해서 그때마다 새로 설정을 해야 하는 문제가 다시 생겼습니다.

그래도 퇴근 후, 더구나 저녁 식사시간에 제 강의를 들으시는 분들에게 원래 준비했던 내용을 다 전해드리고 싶어서, 강의를 하면서 계속 화면 전환을 하는데… 생각처럼 쉽지는 않았습니다. 한편으로는 최첨단 이슈인 인공지능과 관련된 강의를 하면서 막상 강의 과정에서는 상당히 아날로그적인 방법으로 강의가 진행되는 것을 보고 속으로는 약간 웃음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2시간 가까운 시간을 정신없이 말을 쏟아내면서 어찌어찌 강의를 끝냈는데, 다행히 채팅창에 화면 전환와 관련해 많은 불만이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협회 직원도 원래 계획과 달리 진행이 됐는데도 몇번 하고 나니 나중에는 큰 문제 없이 부드럽게 진행됐다는 말로 제 어깨를 좀 가볍게 해줬습니다. 다만, 강의 마지막 질의 및 응답 시간에 더 실무적인 내용을 얘기하기도 하는데, 이번 온라인 강의에서는 강의 내용에 대한 질문이 나오지 않아 시간이 모자라 강의에서 제외했던 인공지능 관련 개인정보 보호 관련 내용을 설명하지 못한 것이 좀 아쉬웠습니다.

지금까지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강의를 해봤는데, 확실히 온라인 강의는 오프라인 강의보다 시청자의 반응을 알기도 어렵고, PC로 계속 온라인 프로그램을 조작하느라 강의 진행이 직관적이지 않아 불편한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계획했던 것과 달리 세팅이 되어 있어서 강의 진행에는 어려움이 좀 있었지만, 바쁜 시간을 내서 제 강의를 들어주셨던 서울지방변호사회의 변호사님들이 하나라도 의미있는 것을 얻어 가셨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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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인의 세금 체납과 임차인의 피눈물

오늘 휴대폰으로 뉴스 기사 제목을 보다 눈이 번쩍 뜨이는 내용을 보았습니다. 임차인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후 전입신고를 하기 전까지 임대인이 미납한 세금을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국세징수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이전에 맡았던 사건의 의뢰인이 임대인의 체납 세금 때문에 살던 집이 공매가 되어 임대차보증금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가 공매에 참여해서 임차했던 집을 자신이 낙찰 받을 수밖에 없는 사정에 처했었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면 임대인이 말해주지 않았기에 자신의 잘못도 아니고, 자신이 알 수도 없었던 임대인의 세금 체납 때문에 임차인이 손해를 보는 어이 없는 상황에 저도 어이가 없고,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임대인이 체납한 세금이 얼마인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은 여러 차례 국회에 발의된 적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임대인의 개인 금융정보이기도 하고 악용될 소지도 있어 쉽사리 개정이 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법개정이 이루어진 계기가 된 이른바 ‘빌라왕’ 전세 사기처럼 경제적 약자인 임차인들이 자신들에게는 책임이 없는데도 너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저 개인적으로는 법개정이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이제라도 법개정을 통해 임차인들이 임대인의 세금 체납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되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줄어들었기에, 늦었지만 천만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국회의원들이 제 몫을 하면 어려운 국민들이 그만큼 피해를 덜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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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 릴레이트 난민 교육 강의

지난 달에는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운영하는 공익법인인 동천에서 해마다 운영하는 릴레이트 교육이 있었습니다. 예전에 동천에 근무하셨던 양동수 변호사님 때부터 시작된 난민 지원 활동가와 변호사들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인데 이후에도 꾸준히 이어져 왔습니다. 동천에서 단독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한변호사협회와 공동으로 하는 경우도 있는데, 저도 이전에는 난민사건의 국내피신과 관련한 내용의 강의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난민 사건과 관련된 내용을 교육한 것은 아니고, 제가 단장을 맡고 있는 대한변호사협회 산하 난민법률지원변호사단의 활동을 설명하면서 향후 제3기 변호사단 모집에 대한 홍보를 겸하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전체 강의 순서 중 마지막 차례로 미리 준비한 내용의 강의를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수강생들이 자리를 뜨지 않고 계속 강의를 듣고 있었습니다. 저도 강의가 마지막으로 달려가면 피곤하기도 해서 얼른 귀가하고 싶어지는데, 다들 잘 견디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놀랐던 것은 강의가 끝난 이후 여러 수강생들이 강의 내용 관련 질문을 하고, 다음 변호사단에 지원하고 싶어했다는 것입니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난민에 대한 관심이 늘어서인지 이제 곧 변호사 실무를 시작하려는 수강생들의 적극적인 모습이 기뻤습니다. 앞으로 보다 많은 활동가들과 변호사들이 절박한 처지의 난민들을 조력하는데 힘을 보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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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개청구 사건의 특성과 승소 판결

최근 올해 4월경 맡았던 정보공개청구 사건의 선고가 있었습니다. 결과는 예상했던 것처럼 승소 판결이었는데, 행정 사건치고는 다른 사건들보다 쟁점이 복잡하지 않아서 인지 빨리 결론이 난 것 같습니다. 공공기관을 상대로 하는 사건이다 보니 아무래도 행정청인 피고 쪽으로 기울어진 행정사건이란 성격도 갖고 있지만, 최근에는 다른 흐름도 보입니다.

정보공개청구는 다른 사건을 하면서 종종 병행해서 진행되는데, 저는 신청인이나 피신청인을 대리해본 적도 있고, 행정심판위원회에서 제3자인 심판자 입장에서도 사건들을 접해본 적이 있어 다양한 생각이 들곤 합니다.

먼저, 이번에 원고를 대리해서 승소했던 사건처럼 공공기관들이 공공정보 공개에 있어 아직도 상당히 폐쇄적이고 방어적이라는 것입니다. 이미 공개된 행정안전부의 정보공개 기준이나 법원의 선례에 비춰 보더라도 이 정도 정보는 당연히 공개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정보도 최대한 그런 정보가 없다거나, 비공개 사유가 있다면서 공개를 꺼리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일부 공개를 하는 경우라도 개인정보 보호를 근거로 공개 범위를 과도하게 좁히기도 합니다. 물론, 과거와 달리 개인정보에 대한 정보주체의 민감도가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고, 이로 인해 사후에 공개된 정보의 정보주체가 민원 등 다른 문제를 제기할 소지도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정보공개법의 취지를 고려하면 과도한 공개범위 제한은 비공개나 마찬가지일 수 있습니다.

저도 경우에 따라서는 공공기관의 입장이 이해가 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어떤 사례에서는실제로 정보를 제공받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담당자를 괴롭히는 수단으로 악용될 때도 있고, 법령이나 공개기준 가이드라인이 불분명할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를 어떻게 제재하여 불필요한 행정소요를 줄일 것인가 하는 것도 향후 정보공개 제도의 비용과 효과간 균형 측면에서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무조건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의 공개를 일단 기피하려는 방향으로만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타당해 보이지 않습니다. 개인정보보호와 그 악용에 대한 제재와 억지 수단과 별개로 정보공개는 국가권력에 대한 국민의 감시 수단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최근 행정심판위원회나 법원에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 여부나 범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에 승소한 사건 역시 원고가 기존에 많은 정보에 대한 공개를 청구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렇게 계속 정보공개를 청구한 원인은 피고인 행정청이 제공한 측면도 있습니다. 1번에 충분히 공개할 수 있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절차 위반과 공개 범위 제한을 했기 때문입니다. 송달된 판결문을 읽어보면서 피고가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안타까움도 생깁니다. 결과적으로 담당자도 힘들고, 국민의 세금도 낭비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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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 전선 이상 없다

최근 넷플릭스에 새로 올라온 영화 한 편을 봤습니다. 기존에 ‘서부 전선 이상 없다’라는 제목으로 널리 알려진 레마르크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고등학교 시절에 감명 깊게 읽은 책인데, 전쟁의 공포를 상상하는 것과 화면으로 전쟁 장면을 보는 것은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소설을 읽었을 때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고, 제목이 가장 인상 깊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전선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표현이 아이러니하면서, 한편으로는 전쟁의 잔인함과 비정함을 한 문장으로 보여줘 공포스럽기도 합니다.

소설과 영화의 마지막에 휴전 시점을 15분 남기고 적진으로 돌격을 명령하는 장군이 후방에서 휴전이 시작되는 것을 알리는 시계가 울리는 것을 듣고 혀를 차는 장면과 같은 시각 참호에서 뒤엉켜 삶과 죽음을 가르는 전투를 벌이는 장면이 대비되어 가슴을 찌르는 것 같습니다. 휴전 협정에서 정한 시간이 되자 거짓말처럼 사격 중지를 외치고 다들 각자의 진지로 돌아가는 모습에서 전쟁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 되묻게 됩니다.

며칠 전 이태원에서 많은 인파가 몰려 15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비극이 벌어졌는데, 국민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부처의 장관이 “예년과 비교해서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며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던 것”이라고 말해 물의를 빚었습니다.

결정은 어른들이 하고 희생되는 것은 젊은이들이라고 묘사되는 전쟁이 휩쓸었던 100년 전 세상이나 지금이나 우리 인류는 나아진 것이 없는 것인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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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레의 레퀴엠(Requiem by Gabriel Faure)

레퀴엠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모차르트의 일대기를 그린 ‘아마데우스’라는 영화에서였습니다. 영화 속에서 모차르트의 재능을 시기하는 것으로 그려진 살리에리가 병약해진 모차르트에게 주문한 곡이 바로 장송곡인 레퀴엠입니다. 예술적 상상의 산물이긴 하지만 레퀴엠을 작곡하던 모차르트는 결국 병이 깊어져 작곡하던 장송곡을 끝마치지 못하고 사망하게 되어 자신의 장송곡을 쓴 셈이 되고 말았습니다.

친구였던 쥐스마이어가 마무리를 한 레퀴엠은 모차르트의 사후 널리 연주가 되었고, 베르디, 베를리오즈, 포레 등이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런 모차르트의 작품에 베르디와 포레의 곡을 포함해 3대 레퀴엠으로 불리는데, 이 중 포레의 곡은 다른 곡들이 신의 심판이나 최후의 날과 관련된 무거운 분위기인데 반해 따뜻하고, 평화로운 느낌을 줍니다.

포레는 자신의 레퀴엠이 죽음에 대한 공포를 담고 있지 않다는 비판에 대해 자신은 죽음 이후의 영원한 안식과 평화로운 천국에서의 시간을 표현하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포레가 레퀴엠을 쓰기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곡을 쓰던 중 어머니도 돌아가셔서 부모님의 영면을 기원하며 쓴 작품이라서 다른 레퀴엠과는 다른 분위기인 것도 같습니다.

주말에 이태원에서 많은 사람들이 불의의 사고로 삶을 마감했습니다. 죽음을 앞둔 그들이 느꼈을 공포와 고통이 어떠했을지 상상하기도 어렵습니다. 오늘 오랜만에 포레의 레퀴엠을 꺼내 들으면서 갑작스런 사고로 떠난 이들이 안식을 찾길 빌었습니다. 남은 유족들과 부상자들에게도 많은 국민들의 위로의 마음이 전해지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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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0. 에너지경제신문 칼럼 기고 – 기대와 우려 엇갈리는 테슬라봇

테슬라와 그 설립자인 일론 머스크는 끊임없이 화제를 몰고 다니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테슬라봇’이라 불리는 인공지능 로봇의 프로토타입을 공개하면서 이러한 로봇들을 수백만대 생산해서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실제 실현이 가능할지는 지켜봐야 할 일입니다.

또한, 일론 머스크는 궁극적으로 일반 인공지능(AGI)를 가진 로봇을 만들어 인류의 문명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겠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기존에 자신이 인공지능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던 것을 생각하면 입장이 바뀐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런 위험이 억제된 인공지능 로봇을 개발하겠다는 의지로도 보입니다.

제가 논문과 책을 내기도 했고, 관심을 가지고 있던 분야라서 그런지 테슬라봇이 공개된 후 이 주제로 칼럼을 한번 써야겠다는 결심하게 됐습니다. 칼럼의 분량이 제한되어 모든 내용을 담지는 못했지만, 핵심적인 내용만으로도 일론 머스크와 테슬라가 추구하는 방향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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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철, 변호사로 의미를 남기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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