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소위원회와 중국 변호사들과의 교류

지난 주에는 서울지방변호사회 중국소위원회에서 한영호 중국변호사님을 모시고 중국변호사들의 삶과 업무에 대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한영호 중국변호사님은 국내에 처음 진출한 중국법인인 리팡법률사무소에서 일하고 계시는데 중국에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일본에서도 법학대학원을 다니고, 국내에서 오랜 시간 업무를 하고 계셔서 3개국의 법률 실무에 대해 비교하면서 잘 설명해주셨습니다. 최근 큰 변화가 있었던 중국 변호사업에 대해서는 대해서도 많은 얘기를 해주셔서 중국 법조계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제가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중국소위원회 위원으로 있은지도 이제 5년 정도가 지난 것 같습니다. 2년 임기의 위원을 3번 정도 하고 있는데, 처음 2번은 소위원회에서 간사를 맡았었고, 현재는 소위원장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동안 중국소위원회 여러 위원분들과 함께 업무를 하면서 배운 것들도 많이 있고, 특히 중국변호사회와 교류회를 하면서 좋은 경험과 애정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저는 중국소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던 2018년 서울지방변호사회와 중국 북경율사회와 교류회가 있어 북경을 방문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때 북경을 방문하면서 중국변호사들과 나눴던 대화나 여러 경험이 제가 중국소위원회에서 더 활발하게 활동한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당시 북경율사회, 북경대 법학원, 중국 법원을 방문했는데, 우리나라와 다른 점도 있고 일부 자동화된 시스템은 우리보다도 더 발달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중국에 법치주의가 엄격히 정착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분명히 과거보다 많은 발전이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중국이 정치나 경제적으로 우리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국가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법조계에 있는 저로서는 앞으로 중국의 법치주의가 발전해 법조 영역에서도 상호 교류가 더욱 활성화되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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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나눔 생명의 신비상 수상

며칠 전에는 인간 생명의 존엄성과 가치 증진 및 수호 활동을 기리기 위해 천주교 생명위원회에서 수여하는 생명의 신비상 수상식에 참석했습니다. 제가 이사로 있는 사단법인 나눔과나눔이 무연고 사망자분들에 대한 장례지원 활동을 인정받아 생명의 신비상을 받게 되어 실무를 담당하는 임원분들 및 직원분들과 함께 참석한 것입니다.

생명의 신비상은 천주교에서 중요시하는 생명과 관련해 생명과학분야, 인문사회과학분야, 활동분야 3개로 나뉘는데, 항상 3개 분야의 수상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적합한 후보가 있으면 상을 수여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떤 해에는 대상이 있고, 다른 해에는 대상이 없는 경우도 있으며, 3개 분야 수상자도 해마다 있는 것이 아니어서 그만큼 자격이 있는 후보자들만 수상을 하는 것이라 더 뜻깊었습니다.

서울시청에서 다른 일정이 있어 조금 일찍 도착한 시상식장에는 나눔과나눔 직원분들과 천주교 관계자들이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나눔과나눔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역대 수상자들에 대한 게시글을 읽다가 시상식이 시작될 즈음 자리로 가니 이사장님과 다른 이사님들도 도착하셨습니다. 시상식이 시작되고, 무려 5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어려움에 처한 여성들을 도와온 착한목자수녀회가 대상을, 성체줄기세포 연구로 포스텍 신유근 교수님이 생명과학분야 본상을, 학대피해 노인을 조력해온 서울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이 활동분야 본상을 받았고, 나눔과나눔도 활동분야 장려상을 받았습니다.

각 수상자들의 수상 소감을 듣고 있다보니, 자신의 영역에서 타인을 위해 헌신해온 삶의 경험들이 들어 있어서 그런지 다른 시상식에서 들었던 수상 소감보다 훨씬 뭉클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법을 다루면서도 생명의 소중함이나 생명권에 대해서 많이 얘기를 하곤 했지만, 그것을 추상적인 개념이 아닌 구체적인 사실로 풀어내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몸으로 체득한 지식과 경험의 소중함을 느끼는 자리기도 했습니다.

시상식이 끝나고 식사를 하는데 미사를 드릴 때 사용하는 미사주가 반주로 나와서 신자가 아닌 저도 미사주를 먹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기도 했습니다. 와인을 좋아하는 저는 전에 마주앙을 마셔본 적도 있습니다. 다른 마주앙은 와인 원액을 수입해서 병입만 해서 파는 것이 많다고 알고 있는데, 이 미사주는 특이하게 국내산 포도를 사용해 와인을 만든 것이었습니다.

나눔과나눔에서 실무를 하는 직원분들의 노고 덕분에 이사로서 큰 도움은 드리지 못하고 있는 저도 함께 시상식에 참여해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게 되어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앞으로도 힘을 내서 우리 사회를 밝혀주는 역할을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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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데이터 구축사업과 개인정보보호

최근 들어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가 늘어나고, 사생활 보호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개인정보를 다루는 영역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습니다. 제가 하는 자문업무에서도 개인정보와 관련한 검토 요청들을 많이 하는데, 국내 개인정보 관련 법령이 개정을 하고 있기도 하고,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업무가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제가 자문을 하고 있는 자율주행자동차법령 개정 작업에서도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한 이슈가 있어 해결방안을 찾느라 고생을 좀 했는데, 얼마 전에는 다른 자문업체에서 마찬가지로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한 이슈에 대한 검토 요청이 왔습니다. 인공지능 학습 데이터 관련 영상에 대한 개인정보 보호 문제와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 양식이 적정한 것인지 검토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요청받은대로 저는 관련 법규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가이드라인 등을 바탕으로 문제가 있는 부분들에 대해 검토한 자문의견을 보냈습니다.

비단 이렇게 자문 업무을 할 때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개인정보는 이제 자본, 노동, 토지라는 과거의 3대 생산요소와 함께 제4의 생산요소로도 인식되고 있습니다. 사회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하려는 시도들이 많아지고, 정부에서도 디지털 뉴딜 정책의 핵심으로 인공지능 개발과 활용 가능한 데이터 확보 및 구축을 추진하면서 인공지능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에 포함되거나 포함될 수 있는 개인정보를 어떻게 수집해서 이용하고, 제공할 수 있는지가 중대한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보통 우리나라에서는 규제가 많아서 법이 산업을 만든다고 하는데, 최근 개인정보보호와 관련해서는 개인정보의 주체인 개인들이 점점 더 개인정보 보호를 중시하다보니 그에 맞춰 법제도가 따라가는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개인정보가 유출되어 실제로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피해가 발생하는 일이 반복되다보니 이제는 법도 그런 피해자들을 무시할 수가 없게 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과거에는 학교 졸업앨범에도 개인 주소와 전화번호까지도 모두 기재했었는데, 지금은 다들 그런 정보를 기재하는 것에 매우 민감해졌으니 그만큼 우리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것이란 생각도 듭니다. 아마 앞으로는 데이터와 관련한 지식재산권이나 인격권 관련 논의가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이고, 관련 산업도 발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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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재개발, 재건축 철거현장 실태점검

최근 고양시 마두역 바로 옆에 있는 건물이 붕괴 위험이 있다는 기사가 나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찾아보니 제가 마두역 인근에 있는 사법연수원에서 연수를 받을 때 가끔 지나갔던 건물이었던 것 같은데, 꽤 큰 건물의 기둥이 갈라져 붕괴 위험이 있다니 안전 문제는 여전히 후순위인가 하는 안타까움이 들었습니다. 며칠 전에는 광주에서 건축 중이던 아파트의 외벽이 붕괴되면서 작업하던 분들이 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공기 단축을 위해 양생 기간을 단축하다가 발생한 사고라는 기사도 나오는 것을 보면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은 언제나 개선될지 답답합니다.

저는 2015년부터 서울시에서 실시하는 재개발, 재건축조합에 대한 실태점검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도시정비법에 근거한 실태점검은 쉽게 말하면 감사의 일종이라고 보면 되는데, 지금까지 40개 가까운 조합들의 업무 절차와 계약 내용에 대해 살펴봐왔습니다. 그런데 작년에는 광주에서 있었던 철거현장 붕괴사고로 인해 서울시에서도 안전문제가 부각되어 재개발, 재건축을 위한 철거현장에 대한 실태점검도 하게 되었습니다.

기존에 해왔던 실태점검과 달리 도시정비법이 아닌 철거와 관련된 건설산업기본법, 하도급법, 폐기물 관련 법 등 다른 법령을 기초로 위법사항을 찾아내 개선할 점을 찾는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점검을 하면서 하나씩 살펴보니, 건설업계에서도 계약이나 감독이 가장 허술한 곳이 철거 관련 업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법령에 관련 규정이 미비한 곳이 많고, 심지어 법령에 정해진 내용과 실제 실무가 서로 다르게 이루어진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번에 철거라는 새로운 영역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점검을 하면서 새롭게 배운 것도 많습니다.

기존에 공사대금 사건이나, 하자보수 사건 등 건설업 관련 소송사건을 하면서 건설업에서는 수억에 이르는 계약을 구두로 체결하고, 관련 근거도 별로 남기지 않는 등 법적으로 미비한 점이 많다는 것을 많이 느꼈지만 철거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로 보였습니다. 건설업계에는 때로는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들로 들러리를 세워서 경쟁입찰의 형식을 맞추고, 낙찰을 받은 후에는 대다수 공정을 하도급주는 등 건축 품질을 저하시키는 고질적인 문제들이 많이 있는데, 이러한 문제들이 결국은 안전문제로 연결되는 것이라 보입니다.

이러한 문제들이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수익이라는 경제적 관점으로만 보는 우리 사회 일각의 사고에 변화가 필요합니다. 물론, 개인이나 기업이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이익이 중요함은 당연하지만, 단기적으로 최대의 이익만 추구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업무의 충실도와 결과의 품질을 높여 고객의 신뢰와 만족도를 높이는 길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를 위해서는 소비자도 낮은 가격만을 의사결정의 최고 기준으로 삼는 태도도 변화가 필요하고, 판매자도 정당한 대가를 받아 자신의 업무에 소명의식을 갖고 일해야 합니다.

그렇게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 믿을 수 있는 상황이 되면 더 이상 겉으로는 멀쩡해보였던 건물이나 다리가 무너지는 일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제가 하는 점검을 통해 어이없는 사고로 인명이 상하는 일이 조금이라도 줄어드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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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보호시설 내 인권침해 현황과 개선방안 토론회

지난 해 말에는 대한변호사협회, 이수진 국회의원, 난민인권네트워크와 유엔난민기구가 공동으로 개최한 외국인 보호시설 내 인권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표를 맡았습니다. 제가 부위원장으로 있는 대한변호사협회 난민이주외국인특위가 토론회 준비를 주도했는데, 준비하시는 위원분의 요청이 있어서 제가 1주제인 외국인보호시설 내 처우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발표하게 된 것입니다.

외국인보호시설 내 처우와 관련해서는 대한변협에서 과거 2차례에 걸쳐 실태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는데, 제가 당시에 모두 참여했었기 때문에 관련 실태에 대해 나름 지식와 경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토론회가 열리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최근 화성 외국인보호소에서 발생했던 이른바 ‘새우꺾기’라는 가혹행위 때문이지만, 비단 그 사건 말고도 외국인보호시설은 꾸준히 문제가 되어 왔었습니다. 특히 단기적인 체류를 목적으로 설치되고 운영되는 외국인보호시설이 장기간 구금되는 외국인에게는 어떤 처우를 할지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점과 외국인보호는 행정구금에 불과한데 형사적 구금과 동일시하는 점이 대표적입니다.

제가 맡았던 부분은 외국인보호시설의 실제 현황과 최근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발생한 추가적인 문제들을 살펴보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검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맡은 주제의 발표를 준비하면서 외국인 지원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시민단체와 변호사분들로부터 관련 정보를 추가적으로 들으면서 발표문을 준비했는데, 역시 제가 잘 알지 못했던 실태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습니다.

발표할 때에도 준비한 발표문의 내용들을 충실히 전달하려고 하다 발표시간을 꽤 넘기기도 했습니다. 저도 세미나 사회를 많이 봤는데, 사회자나 좌장 입장에서는 시간을 제대로 맞춰 진행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막상 제가 발표를 하다보니 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그래도 다행히 토론회 좌장을 맡은 변호사님이 약간 시간을 주셔서 발표를 모두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제 발표가 끝난 후에도 다른 분들의 발표와 토론을 듣다보니 보다 많은 것을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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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와 위로의 오키나와 여행 2

오키나와에 도착하면 누구나 한번씩 가본다는 곳이 만좌모와 아메리칸 빌리지입니다. 만좌모는 해식 절벽에 면해 있는 넓은 들판인데, 절벽을 옆에서 잘 보면 코끼리 얼굴 모양이어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많이 찾는 곳입니다. 사실 처음 만좌모에 갔을 때는 이게 왜 유명한 관광지인가 싶을 정도로 별 것이 없다는 느낌이었는데, 주기적으로 파도가 와서 부딪치는 절벽을 내려다보고 있자니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지기도 했습니다. 투명하고 예쁜 바닷물색을 보고 기분이 좋아져서 누나와 같이 사진도 한 장 찍었습니다.

만좌모를 둘러본 후 다음으로 아메리칸 빌리지를 찾았습니다. 아메리칸 빌리지는 오키나와의 아픈 역사가 숨어 있는 곳이기도 한데,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후 일본에 주둔하게 된 미군 중 상당수가 오키나와에 머물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일본군은 제2차 세계대전 말기에 미군의 진군을 막아 일본 본토를 지키기 위해 오키나와인들을 희생양으로 삼았는데, 여기에다 일본 본토와 떨어진 오키나와에 미군기지 상당수를 배치하기까지 했으니 일본 본토 국민들의 불만은 줄였을지 모르지만, 원래 일본과 다른 국가였던 류쿠 왕국의 역사를 가진 오키나와인들은 이러한 차별대우에 더욱 분노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우리가 찾은 아메리칸 빌리지는 아직 오전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만좌모를 둘러보고 오느라 다소 배가 고팠던 누나와 저는 아메리칸 빌리지의 맛집인 철판 스테이크집을 찾아갔습니다. 평소에는 사람들이 많아 대기줄이 길다고 했는데, 다행히 우리가 찾아갔을 때에는 별로 손님이 많지 않아 금방 자리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자리에 앉자 요리사가 채소와 고기를 철판 위에 놓고 기름을 부으면서 불쇼를 보여줬는데, 불 속에서도 넙적한 칼로 고기와 채소를 뒤집고 자르면서 먹음직스런 요리를 만들어냈습니다. 배가 고픈 우리는 구워진 요리를 얼른 먹었는데, 뜨거운 불로 빨리 익혀서 그런지 겉은 바싹 익었는데, 고기 속은 육즙이 충분히 남아 있어 맛이 꽤 괜찮았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 누나와 아메리칸 빌리지를 돌아다니며 구경을 했는데, 아기자기한 예쁜 공예품을 파는 곳도 있었고, 다양한 종류의 사케와 뱀술 등 제가 좋아하는 주류들을 잔뜩 갖추고 일본 전통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상점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아메리칸 빌리지를 한번 둘러본 후 우리는 아이스크림이 유명한 가게에 들러 콘 아이스크림을 각자 하나씩 사먹었습니다. 생각해보니 누나와 함께 길거리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걸어다녔던 것이 언제인가 싶을 정도로 오랜만이라 누나와 자랐던 어릴 적 추억이 많이 떠올라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나누게 되었습니다.

오후를 보낸 아메리칸 빌리지를 떠나 슬슬 해가 질 듯 해서 일몰을 보기 위해 바닷가로 향했습니다. 제가 머물던 숙소는 호텔체인에 속해 있어 오키나와에 같은 다른 숙소의 편의시설들도 함께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몰 명소로 유명한 해변가를 끼고 있는 다른 숙소로 이동을 했는데, 그 해변은 호텔 이용객만 이용할 수 있어서 한적하게 해가 지는 멋진 광경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해가 져서 어스름해지자 저와 누나는 오늘은 숙소 밖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습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보니 숙소 앞에 있는 마을에 손님이 붐비는 식당이 있어서 그 곳에서 저녁식사를 하기로 하고 숙소에 주차를 한 후 걸어나왔습니다. 누나와 함께 한적한 도로 옆 인도를 걸어나오면서 옛날에 제가 잘못했던 것들에 대해 사과도 하고, 어렸을 때 함께 봤던 만화영화 주제가와 어릴 적 유행했던 가요들을 함께 불렀는데, 누나와 마음이 통하는 느낌이 들어서 후련하기도 하고 행복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가려고 했던 식당에 도착했는데 그 곳은 음식도 괜찮았지만, 알고보니 앞에 설치된 무대에서 오키나와의 전통 노래와 춤 공연을 보면서 식사를 할 수 있는 독특한 곳이었습니다. 벽에 전시된 악기들과 사진들을 보니 식당 사장님 가족들은 전통 공연으로 우리 식의 무형 문화재 지정 같은 것은 받은 것 같았습니다. 맛있는 오키나와 전통 음식과 술에 뜻밖에 전통 공연까지 본 후 누나와 저는 더 기분이 좋아져서 숙소로 돌아와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나누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여행 마지막날이었던 다음날에는 짐을 챙겨 체크아웃을 한 후 오키나와에 있는 여러 성들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키나와 중부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가츠렌 성부터 찾아갔는데, 우리가 생각한 정도로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돌을 정교하게 쌓아서 유려한 곡선의 성벽을 만들어낸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첫 눈에는 그리 크지 않아 보였는데 막상 걸어올라가다보니 기온이 높아서 그런지 생각보다 땀이 나기도 했습니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땀을 식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잘 보지 못했던 성벽 한쪽 구석에 핀 붉은 꽃도 다소 차가운 회색벽과 대조되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성 가장 위로 올라가보니 주변 경치가 쫙 펼처져 있는 것이 시원해서 좋았습니다.

가츠렌 성 다음에는 과거 류쿠 왕국의 도성이었던 슈리성을 찾았습니다. 슈리성은 처마가 치솟고, 벽과 기둥, 기와가 모두 핏빛처럼 붉은 색으로 칠해져 있어서 인상적이었는데, 막상 안으로 들어가니 아기자기하고 예쁜 실내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 일본식 정원이 곳곳에 있었는데, 차경이나 자연스러운 맛이 강한 우리 조경과 다르게 인위적인 느낌이 강하긴 하지만 절제된 매력이 있어서 그것 역시 또다른 아름다움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슈리성을 다 둘러본 후 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누나와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먹은 후 나하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누나와 공항 면세점에서 이것저것 마음에 드는 것들을 골라 샀는데, 누나가 갑자기 제게 “이렇게 마음 편하게 사고 싶은 것을 마음껏 산 것이 참 오랜만이라 고맙다.”는 말을 하면서 눈물을 찔끔 흘리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을 보면서 누나가 그동안 조카를 키우면서 매형과 참 알뜰하게 살았구나 하는 생각과 누나와 이번 여행을 온 것을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나와 함께 비행기를 타고 귀국한 후 인천공항에서 헤어지는데, 누나의 그렇게 밝은 얼굴을 참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아서 저도 기분이 참 좋아졌습니다. 계속 손을 흔들고 있는 누나를 뒤로 하고 집으로 가는 버스에서 저는 앞으로도 이런 기회를 또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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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관동대학교 2021 실험실 창업 FESTA

12월 중순에는 강릉에 있는 가톨릭관동대학교의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가톨릭관동대학교에서는 교육부에서 지원을 받아 학교 소속 교수님들과 대학원생들의 실험실 창업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각 학과의 특색을 살린 아이디어를 상품화까지 해서 시장성 있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 이러한 실험실 창업의 목표입니다.

가톨릭관동대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선배가 계신데, 제가 인공지능 로봇 관련 주제로 논문을 쓰고, 이와 관련해서 기업들과 공공기관에 자문을 해주는 것을 알고 행사에 참석해서 상담과 기업 경영과 관련한 내용을 설명해줬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했습니다. 마침 제가 하고 있는 자문 프로젝트의 사업기간이 지난 후에 행사가 계획되어 있어 좀 여유가 있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행사인지 궁금하기도 해서 얼른 참석하겠다는 답장을 보냈습니다. 행사 며칠 전에는 행사 진행과 관련한 구체적인 일정이 적힌 안내문을 받았습니다.

원래는 잠실에서 행사장인 강릉 탑스텐 호텔로 왕복하는 버스가 마련되어 있었지만, 저는 다른 일정도 있어서 직접 차를 몰고 행사장으로 출발했습니다. 행사장에 도착해보니 제가 좀 서두른 편이었습니다. 다른 관계자들이 아직 참석하지 않아서 먼저 자가검진 키트로 코로나검사를 한 후 배정된 방에 짐을 풀었습니다. 아래에서 올려다 봤을 때는 바다를 면한 높은 언덕 위에 위치한 호텔이 웅장한 느낌이었는데, 호텔에서 내려다 본 바다에는 강한 바람이 몰고온 파도가 호쾌하게 밀려오고 있었습니다.

간단히 짐을 정리하고 행사장에 내려가니 참가자들끼리 서로 인사를 하는 시간이 있었고, 저녁식사를 하면서 자신이 하는 업무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다른 참가자들과 저녁식사 후 간단히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제가 자문을 하고 있는 자율주행자동차 법제화 프로젝트팀에서 급한 요청이 와서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프로젝트 관련해서 요청받은 사항이 많다보니 새벽까지 자료를 정리해서 보낸 후에야 잠이 들었습니다.

전날 새벽에야 잠이 들었기 때문에 다음날 조식은 간단히 먹고 행사장으로 갔습니다. 9개 정도의 팀이 흥미로운 발표를 했는데, 그 중 당장 사업화가 가능해보이는 아이템도 있어서 관심을 끌었습니다. 오전 일정이 예정보다 약간 일찍 끝나서 점심 식사를 한 후 시간이 좀 남았습니다. 저는 바람이 많이 불기는 했지만 호텔 밖으로 나와서 파도가 방파제를 향해 몰려가는 모습을 구경했습니다. 오랜만에 시원한 겨울바다를 보고 있자니 업무 스트레스가 쌓여 있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것 같았습니다.

오후에는 발표를 한 각 팀들이 법률, 회계, 특허, 재무, 무역 등 다양한 부문의 전문가들과 상담을 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특히 제가 관심을 가졌던 팀의 교수님도 상담을 요청하셔서 향후 사업화를 하는 경우 필요한 법률이나 경영 관련한 조언을 해줬습니다. 제 학부 전공이 경영이었기 때문에 기업에 자문을 할 때는 법적 측면만이 아니라 경영 측면에서 문제되는 이슈들도 고려해서 자문을 하기 때문입니다. 상담이 모두 끝난 후 향후 제가 속한 법인과 가톨릭관동대학교가 MOU를 체결해 법률자문을 하자는 계획을 공유했고, 다른 일정이 있던 저는 다른 참석자들과 헤어져 차를 몰고 행사장을 출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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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모람 주최 “법정에 출석한 인공지능” 강연

얼마 전에는 제가 출간한 책인 “법정에 출석한 인공지능”의 내용을 바탕으로 온라인 강연을 했습니다. 이전에 제 책을 출간한 출판사 주최로 강연을 한 적이 있는데, 온라인 독서 모임이라고 볼 수 있는 ‘세모람’이라는 곳에서 이메일로 연락이 와서 강연을 한번 부탁받았습니다. 저도 제 책에 대해 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흔쾌히 강연을 수락하게 되었습니다.

세모람은 신간 저자들이 가능한 일자를 정해 강연 일정을 잡으면 해당 서적을 읽고자 하는 독자들이 먼저 책을 읽고 강연에 참석하도록 하고 있었습니다. 저자는 강연 자료를 준비해 15분에서 30분 정도 자신의 책과 관련한 미니강연을 했는데, 강연이 끝나고 강연에 참석한 독자들과 내용에 대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세모람에서는 강연 일정 등록 이후 강연이 끝날 때까지 여러 채널을 통해 홍보도 해줬습니다.

강연 이후에는 강연 내용을 영상으로 촬영해 해당 영상을 온라인에서 시청할 수 있도록 업로드하기도 했습니다. 여러모로 손이 많이 가고, 시간도 많이 소요되는 작업일텐데 이런 일들을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니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로서도 제가 쓴 학위논문을 바탕으로 책을 출판하고, 책 내용을 온라인으로 강연해서 그런 강연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가는 경험까지 했으니 인공지능 로봇이란 주제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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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와 위로의 오키나와 여행 1

제게는 누나가 1명 있습니다. 4살 정도 나이 차이가 있는데 어렸을 때는 제가 잘 따라다니면서 고무줄 놀이도 같이 하고, 누나가 친구 집에 가면 저도 잘 쫓아다녔다고 합니다. 제가 점점 나이가 들면서 누나에게 지기 싫어하는 마음이 생겨 수시로 투닥거리기도 했는데, 누나가 대학교에 입학하고, 제가 고등학교에 다닐 즈음부터는 누나와 침대에 누워 밤새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는 친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친해진 것은 서로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서이고, 제가 중학교에 다니던 사춘기 시절에는 누나와 끝없이 다투곤 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제가 중2이고, 누나가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 저와 누나가 동남아시아 여행을 함께 갔을 때였습니다. 원래 그 여행은 아버지가 회사에서 해외여행 부부동반권을 받으신 것인데, 부모님은 모두 동남아시아에 다녀오셨었기 때문에 누나와 제가 대신 가게 된 것이었습니다. 집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도 샌다고 생각이 많은 사춘기였던 저는 여행 내내 누나와 끊임없이 신경전을 벌이면서 다투었고, 누나는 그렇지 않아도 낯선 외국에서 저와 다른 여행객들의 눈치까지 보느라 참 고생이 많았습니다.

나이가 더 들어 생각해보니 그때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과, 누나에게 참 미안하다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 조카가 사춘기를 맞으면서 저희 누나는 저를 닮은 제 조카와 다시 부딪히기 시작했고, 너무나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런 누나를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 저는 누나에게 예전에 함께 여행을 갔을 때 저 때문에 고생했던 것에 대해 사과도 하고, 누나의 답답한 마음도 풀어줄 겸 오키나와 여행을 제안했습니다. 물론 여행준비와 경비는 모두 제가 마련하는 조건이었습니다.

누나는 처음에는 말썽꾸러기 아들을 두고 며칠 동안 해외여행을 가는 것을 별로 내켜하지 않았지만, 마침내 한번 바람을 쐬고 오면 가슴에 맺힌 것이 훨씬 풀릴 것이라는 제 말에 넘어갔습니다. 그렇게 저와 누나의 화해를 위한 여행이자, 지친 누나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한 오키나와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오키나와는 19세기 일본 본토로 병합되었는데, 이전에는 류쿠 왕국이란 독립국의 지위를 누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오키나와는 고유의 언어와 문화를 갖고 있어 독특한 분위기가 있고, 온천도 있어서 겨울철에 건강을 돌보기 위한 여행을 위해서도 좋은 곳이었습니다. 제가 누나에게 제안한 힐링여행을 위해서도 최적의 장소였습니다. 사실 일본에는 군 제대 후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갈 때 잠시 경유했었는데, 이후 사법시험에 합격해서 다시 가려고 생각하던 중에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해서 방사능 우려 때문에 일본에 가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오키나와는 거리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 방사능 영향이 별로 없는 것 같아 여행을 가기로 한 겁니다.

출국하는 날은 평창 올림픽을 며칠 남기지 않은 날이어서 인천국제공항에는 해외에서 찾아오는 여행객들과 선수들을 반기는 평창 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과 반다비가 홍보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평소 귀여운 마스코트를 좋아했기 때문에 얼른 수호랑 옆에 가서 포즈를 취한 후 함께 사진 한 장을 남겼습니다. 인천공항 제2터미널은 처음 이용해봤는데, 새로 개장해서 그런지 시설도 깨끗하고 이용객도 적은 편이어서 쾌적한 느낌이었습니다. 곳곳에 휴식공간과 편의시설들이 갖추어져 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수속을 거쳐 비행기를 타고 드디어 오키나와에 도착했습니다. 저와 누나는 오키나와 나하 공항에서 내려 바로 예약해뒀던 렌트카 업체로 갔습니다. 그 곳에는 제가 예약한 토요타 하이브리드카인 아쿠아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프리우스의 소형 모델이라고 보면 되는데, 처음 하이브리드를 타보니 생각했던 것보다도 연비가 엄청 좋고, 소음도 매우 작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특히 배터리에 충전된 전기로 주행하는 동안에는 마치 놀이공원에서 범퍼카를 타는 것 같이 소음과 진동이 없는 부드러운 정숙성이 좋았습니다.

차를 몰고 도착한 숙소는 아타 테라스 클럽 타워즈라는 곳이었는데, 오키나와에서는 유명한 테라스 호텔 중 하나로 골프장에 붙어 있는 리조트였습니다. 부에나 테라스 리조트가 더 규모가 크긴 하지만 아타 테라스가 조용하면서 시설도 깔끔하다고 해서 저는 이 곳을 택했습니다. 아타 테라스 클럽 숙박객은 부에나 테라스 리조트도 이용할 수 있어서 나중에 사우나를 하러 가봤더니 역시 숙박객이 적어 한적한 아타 테라스가 저와 누나의 취향에는 맞았습니다.

도착한 첫 날은 체크인이 좀 늦어서 숙소에 있는 식당에서 식사를 한 후 일찍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날 아침에는 누나와 느긋하게 일어나서 조식을 먹었는데, 서양식과 일본 전통식 중 서양식 메뉴를 먼저 먹어 봤습니다. 서양식 조식은 사방이 트여 있는 리셉션 하우스 1층에서 먹었는데, 겨울철인데도 바람이 별로 차지 않고 선선해서 역시 남쪽 섬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식사를 하고 옆에 있는 풀장과 바다를 보며 사진을 찍고 있는데, 지켜보던 종업원이 저와 누나의 사진을 한장 찍어주겠다고 하여 호텔 풀장과 바다를 배경으로 누나와 사진도 한장 남겼습니다.

식사를 한 후 우리는 차를 몰아 추라우미 수족관을 찾았습니다. 추라우미 수족관은 일본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데, 한때 아시아에서 가장 컸다고 써있는 안내문을 보니 우리와 비슷한 면이 느껴져서 살짝 웃음이 나기도 했습니다. 저는 추라우미 수족관의 마스코트가 고래상어이기도 하고, 특히 고래상어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고 하여 흥미가 생겼습니다.

그런데 본 수족관에 들어가기 전에 옆에 있는 작은 수족관에서는 듀공과 매너티도 볼 수 있었습니다. 옛 사람들이 인어로 착각했다는 듀공은 알고 있었지만, 매너티라는 듀공의 사촌 같은 아이들도 함께 있어 신기했습니다. 그 옆에서는 바다거북 산란장도 있었는데, 바다거북이 모래밭에서 산란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다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습니다.

이어서 들어간 대형 수족관에서는 가오리와 열대어들, 그리고 음악과 함께 등장한 고래상어 등 오랫만에 다양한 수중생물들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귀상어도 보였는데 머리가 망치처럼 생긴 것이 신기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관람객들의 시선을 확 끌어당긴 것은 고래상어였습니다. 몸집 자체가 다른 물고기들에 비해 압도적인데다가 유영하는 모습이 힘차면서도 여유가 있어서, 보고 있으면 묘하게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었습니다. 더구나 고래상어를 가만히 보고 있자니 고래상어 배에 빨판상어가 붙어 다니는 것도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추라우미 수족관을 둘러본 후에는 더 북쪽으로 이동해서 벚꽃이 예쁘게 핀다는 공원을 찾아갔습니다. 오키나와가 남쪽이라고 해도 아직 벚꽃이 많이 필 계절은 아니라서 일단 벚꽃을 볼 수 있다는 곳을 찾아간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실망스럽게도 벚꽃으로 유명하다는 공원에는 벚꽃이 많이 피지는 않았고, 한쪽 구석에서 벚꽃 사탕만 팔고 있었습니다. ㅎㅎ 그래도 공원에 몇몇 나무들에는 예쁜 벚꽃 몽우리들이 달려 있고, 여기저기 의자도 많이 있어서 우리는 주차를 한 후 공원을 걷다가 벤치에 앉아서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나눌 수 있었습니다.

아직은 좀 쌀쌀한 날씨였는지, 공원에서 얘기를 하다 피곤해진 우리는 숙소로 돌아와 라운지에서 티타임을 즐겼습니다. 티타임에는 차와 간단한 와인 등 주류, 케익이나 치즈 등이 제공되었는데, 누나와 유쾌하게 술잔을 기울이면서 해가 지는 것을 보고 있으니 누나도 저도 쌓였던 스트레스가 많이 풀리는 것 같았습니다. 술을 한잔 하고 나니 급 피로가 몰려와서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각자 욕조에서 피로를 풀고 잠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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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변호사회 중국소위원회 박승찬 교수님 강의

며칠 전에는 서울지방변호사회 중국소위원회 회의가 있었습니다. 저는 올해부터 2년 동안 중국소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아마 다른 위원분들이 제가 이전 위원회 4년 동안 간사를 맡았던 것 때문에 회무에 대해 더 잘 안다고 생각해서 저를 선출해주신 것 같습니다. 이번 임기에는 예전 중국소위원회 위원분들 중 대다수가 교체된 탓에 업무의 연속성을 위해 제가 위원장을 맡은 부분도 있습니다.

예전 중국소위원회 시절에는 비록 일본소위원회보다는 못하지만 나머지 여러 소위원회들보다는 더욱 활발하게 사업도 하고, 인적 친밀감도 깊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임기는 시작부터 코로나가 심각한 상황이어서 제대로 된 오프라인 회의도 어렵고, 회의가 끝난 후 함께 식사를 하면서 서로의 속마음을 털어놓는 시간도 갖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인지 회의 시간에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거나, 활발한 토론이 좀 부족한 느낌이었습니다.

이런 분위기를 깨기 위해 저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기만을 기다렸는데, 마침 이번 회의 전에 이른바 ‘위드 코로나’ 정책이 시행되면서 다행히 이번 회의는 오프라인으로 진행한 후 위원분들과 식사도 함께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회의 안건을 논의하기 전에 중국경영연구소의 소장을 맡고 계신 용인대 중국어과 박승찬 교수님을 모시고 현재 이슈인 미중패권전쟁과 관련한 강의를 듣게 되었습니다.

제가 박승찬 교수님을 처음 뵌 것은 고등학교 친구가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중국 관련 강의가 있으니 한번 참석해보지 않겠냐고 해서 강의에 갔을 때였습니다. 알고보니 박승찬 교수님은 제 친구가 칭화대에서 유학할 때 대학원 지도교수셨는데,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계속 인연이 이어졌던 것이었습니다. 그때 인사를 드린 후 제가 서울회에서 중국 관련 업무를 진행하는데 도움을 받기도 하고, 중국대사관 행사에 참가했다가 우연히 마주쳐 안부를 묻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종종 연락이 됐는데, 이번에 제가 중국소위 위원장을 맡으면서 박승찬 교수님께 중국 관련 규제와 국제정세에 대한 강의를 부탁드린 것이었습니다. 박승찬 교수님은 예상대로 강의를 충실하게 준비해주셨고, 마침 중국 상해에 계셨던지라 비록 줌을 통한 온라인 강의였지만 중국 현지의 분위기도 포함해 흥미진진한 강의를 진행하셨습니다. 평소 중국 관련 책도 쓰시고, TV에도 자주 출연하셔서 인터뷰나 강연를 하신 내공 덕인지 위원분들이 모두 빠져드는 강의가 되었습니다.

강의 내용은 현 시진핑 주석의 3기 연임, 미중패권전쟁의 연혁과 구도, 향후 미래 전망이었는데, 미국과 중국이라는 G2 사이에 끼어 있는 우리 입장에서 생각할 거리를 참 많이 던져주셨던 것 같습니다. 시대적 전환기인 현재 우리 앞에는 비단 법적인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정치, 경제적으로 많은 위기와 기회가 놓여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시점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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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철, 변호사로 의미를 남기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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