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0. 5. 에너지경제신문 칼럼 기고 – 인공지능 춘추전국시대

올해 초부터 시작된 생성형 AI에 대한 관심이 식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기존의 인공지능이 마케팅 수단의 일환으로 보였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기업들의 서비스와 연계되는 것이 느껴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인공지능 모델의 표준 내지는 선점 지위를 차지하기 위한 세계 각국, 글로벌 기업들의 개발 경쟁도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멀지 않은 앞날에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하는 문명이 구축되면 어떤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하여 활용하고 있느냐가 국가, 기업이나 개인의 경쟁력을 좌우할지도 모릅니다. 이런 이유로 경쟁이 치열하기도 한데, 문제는 이런 경쟁의 결과 결정적 우위를 차지하는 하나의 인공지능 모델이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게 되면 인류 문명은 전체적으로 취약해지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칼럼은 이런 부분에 대한 우려를 바탕으로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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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에서 인생의 새로운 화살표를 그리다 5

앙티브에서 유명한 곳 중 피카소 미술관이 있습니다. 피카소가 노년을 보내면서 작품 활동을 했던 곳인데 예전에 예술의 전당에서 피카소 특별전을 관람할 때 봤던 피카소의 화풍 변화이 흥미로웠습니다. 피카소의 작품은 영감을 주는 여인들이 바뀌면서 함께 변해왔는데, 앙티브는 마지막 작품 활동을 했던 곳입니다. 바닷가에 위치한 미술관은 전날 저녁 식사를 했던 식당이 있는 거리 옆에 있었습니다. 해산물이 유명한 레스토랑에서 오징어 링 튀김과 생선 구이로 식사를 한 후 피카소 미술관으로 향했습니다.

피카소 미술관에 가보니 박물관 바깥은 코로나로 관광객들이 없어 한산했습니다. 미술관 안에 들어가 보니 영국에서 온 노인들이 많았는데, 앞에 깃발을 든 가이드가 있는 것을 보니 연금을 받는 노인들이 단체 관광을 온 것 같았습니다. 아시아에서 단체 관광을 오지 않으니 유럽 다른 나라에서 단체 관광객들이 오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전시실을 보니 며칠 전 갔던 샤갈 미술관보다 다양한 작품들이 많아서 좋았는데, 야외 전시 작품들과 바닷가의 풍경이 특히 환상적이었습니다.

미술관 관람을 끝낸 후 기념품 샵을 보다가 아내가 마음에 드는 그림이 있다고 해서 작은 판화 작품을 하나 샀습니다. 전체적으로 푸른 색이 나는 것을 보니 시대적으로는 차이가 많이 나지만 피카소의 청색 시대 작품들이 생각났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 액자에 넣어 놨더니 액자와도 잘 어울려서 맘에 들었습니다. 밖으로 나와 보니 미술관 옆에는 성당도 하나 있었는데, 철근으로 만든 십자가가 인상적이어서 안으로 들어갔더니 환한 햇빛으로 빛내는 스테인드 글라스 속에 예수님이 두 팔을 벌리고 내려오는 모습이 왠지 모를 경외감이 들었습니다.

저와 아내는 피카소 미술관을 나와 프랑스인들의 휴양지라는 별칭에 걸맞게 편안하게 휴식을 취했던 앙티브에 이별을 고했습니다. 차를 몰고 이번에는 물의 도시라는 명성을 갖고 있는 엑상 프로방스에 도착했습니다. 엑상 프로방스의 첫날 저녁은 Mickael Feval이라는 근사한 레스토랑을 예약했습니다.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을 앙티브에서 출발하기 전에 예약해서 갈 수 있었다는 것은 코로나로 힘들게 여행을 가던 시기에 누린 예상치 못한 호사이기도 했습니다. Mickael Feval 레스토랑은 특히 모던한 내부 인테리어가 멋지긴 했는데, 서비스는 다른 미슐랭 레스토랑들에 비해 좀 떨어져서 다소 실망하기도 했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에는 주변을 구경하다가 관광객들이 많은 광장을 지났는데, 젤라또 아이스크림을 파는 가게가 있어서 얼른 들어갔습니다. 이 가게는 프랜차이즈였던 것 같은데, 그래도 다른 곳보다 더 다양한 아이스크림 종류가 있어서 맘에 드는 걸 골라서 아내와 나눠 먹으며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종일 많이 돌아다니기도 하고, 저녁 식사도 든든히 먹었더니 아내와 저는 눕자마자 바로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날에는 제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와이너리 투어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예전에 프랑스 루아르 지역에서 와이너리 투어를 했는데 참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었기에 이번에 아내와도 함께 경험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이번에 가기로 한 와이너리는 Chateau La Coste라는 곳이었는데 차를 몰고 시골길을 달리다가 정확한 위치를 찾을 수가 없어 좀 헤매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와이너리에 도착해 안내도를 보니 생각보다 큰데다가 다양한 조각품이나 건축물이 많아 기대가 커졌습니다. 처음 마주한 정문도 안도 타타오의 작품이라 감탄을 하면서 안내도에 있는 작품들을 하나씩 찾아다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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쭉 펼쳐진 포도밭을 따라 걷다 보니 예쁜 돌다리가 하나 나왔습니다. Laurence Neufeld라는 건축가의 2013년작 ‘DONEGAL’이라는 작품이었는데, 다리의 아름다운 곡선이 고창 선운사의 다리 같이 우아했습니다. 다리가 마음에 들어 다리 위를 몇 번 왔다갔다 하다가 조금 더 위로 올라가니 안도 타타오의 작품인 의자가 또 있었습니다. 단순하게 금속판으로 만든 작품이었는데, 천장도 있어서 비가 오더라도 가만히 앉아 주변 풍경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다시 위로 올라가니 겉에는 무덤 같고, 내부는 새둥지 같은 건축물이 있었습니다. 외장은 석재로 되어 있지만 안은 나뭇가지로 벽을 따라 촘촘하게 쌓아둬서 상당히 아늑하게 느껴졌습니다. 다음 작품으로 이동하니 작은 미로처럼 벽돌벽이 높이 쌓여 있었는데, 안에서 말을 하면 메아리처럼 크게 울렸습니다. 안에서 아~ 아~ 하며 아내와 장난을 치다가 다시 다음 작품으로 이동했습니다. 나무로 된 집이나 투명 유리 주택도 있었는데 안에 있는 그림도 볼 수 있었습니다.

걷다 보니 반갑게도 우리나라의 이우환 화백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돌이 박석 위에 놓여 있고, 마치 그림자 형상의 검은 색 자갈들이 아래에 깔려 있었는데 해시계처럼 태양이 주위를 돌면서 특정한 시간을 알려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고장난 시계도 하루에 한번은 맞는다고 했는데, 이 해시계가 가리키는 시각은 언제인지도 궁금했습니다. 더불어 안도 타다오나 세계의 유명 작가들과 함께 이우환 화백도 멋진 작품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이제 우리나라의 예술가도 세계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다음은 와이너리 투어의 하이라이트인 안도 타다오 작품인 예배당을 찾았습니다. 아담한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어두운 건물 벽 사이의 공간을 통해 들어오는 십자가 모양의 햇빛이 작은 공간을 채워줬습니다. 엄숙함이 깃들어 있는 공간에서 고요함을 느끼다가 밖으로 나오니 마당에 빨간 공을 연결해 놓은 듯한 예쁜 십자가가 서 있었습니다. 예배당을 본 후 다른 작품들까지 모두 감상하고, 출발했던 본관 건물에 있는 주류점에 들러 와이너리에서 생산한 와인들을 살펴본 후 기념으로 와인도 좀 사서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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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난민, 이주민 모의재판 대회

얼마 전에는 대한변호사협회에서 난민, 이주민 모의재판 대회가 있었습니다. 이번 대회는 두번째 대회로 제1회 대회에서는 제가 운영위원회를 맡아 대회 준비와 운영을 진행했었는데, 이번에는 재판부의 재판관으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이번 대회의 실무를 담당한 난민, 이주외국인 특위의 다른 위원분들이 대회의 전반적인 준비를 해주셔서 이번에는 전보다 편하게 대회 당일에 재판관으로만 참여했습니다.

제1회 대회보다 문제가 어려워서인지, 아니면 학사 일정에 바빠서 그런지 참가한 팀이 전보다 줄어들어서 좀 아쉽긴 했습니다. 좀 더 많은 법학전문대학원생들이 난민, 이주민들의 인권과 관련된 이슈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 이번 모의재판 대회의 개최 취지였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참가한 학생들이 열띤 변론을 펼치는 것을 보니 대단하다는 느낌도 들고, 제가 법정에서 변론할 때는 어떤 모습일지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보게도 됐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우리나라에는 점점 더 많은 이주민들이 거주하게 될 것이고, 세계 각국의 어려움에 처한 난민들도 우리의 품을 안식처로 삼아 오게 될 것입니다. 앞으로 이런 영역에서 활동할 변호사들이 더 필요하게 될 텐데 이번 대회를 계기로 더 많은 미래의 변호사들이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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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인공지능(AI) 해외 산업 연수 참가

지난 달 중순에는 홍콩에 다녀왔습니다. 제가 다니는 최고경영자 과정에서 주최한 홍콩에 있는 인공지능 관련 기업들과 산학협력 지원단을 방문하는 해외 연수에 참여했기 때문입니다. 최근 인공지능 관련 산업에서는 세계 각국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그 중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가장 선두를 다투고 있습니다.

홍콩에 도착한 날 저녁에는 이번 홍콩 해외 연수를 주선해주신 회사 대표님이 평소 홍콩과 중국에서 알고 지내던 분들을 초대해서 네트워킹 자리를 마련해주셨습니다. 장소는 리츠칼튼 호텔 꼭대기의 라운지 바였는데,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서 귀가 멍멍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타이페이 101타워 엘리베이터보다는 부드럽게 올라간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103층에 도착해 밖을 보니 아직 밖이 밝아서 주변 경관이 한눈에 보였습니다.

단정한 옷으로 갈아입고, 네트워킹 행사에 참여해서 함께 간 원우들이나 홍콩에서 일을 하고 있는 분들과 함께 술을 곁들여 많은 얘기를 나눴습니다. 행사가 열린 라운지 바도 내부 인테리어도 아주 멋지고, 천장도 높아서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네트워킹 행사가 끝난 후에는 창밖으로 보이는 야경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도 한 장 찍은 후 숙소로 가서 비행기를 타느라 새벽부터 돌아다녀서인지 꿀잠을 잤습니다.

다음날은 아침부터 바쁘게 시작했습니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다들 차를 타고 홍콩교육대학교를 방문했습니다. 홍콩교육대에서는 학내 창업지원센터를 운영하는데, 교육만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스타트업 창업과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있었습니다. 홍콩교육대학교에서 준비한 발표를 듣고, 실제 개발한 기술을 보면서 기술 수준이 아주 높다기보다는 실제 활용 가능한 분야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아이디어가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홍콩교육대학교 일정을 마친 후 홍콩 사이언스 파크로 이동했습니다. 홍콩 사이언스 파크는 미국의 실리콘 밸리와 비슷한 성격의 곳인데, 깔끔한 외관의 건물들과 세련된 내부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세계적인 인공지능 기반 업체인 Sense Time의 회의실에서 진행된 발표를 보면서 기존에 알고 있었던 안면 인식 비전 분야만이 아니라 디지털 트윈과 TTS, AI 휴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췄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더구나 궁극적인 지향점이 AGI의 구현이라는 것을 발표 내용을 보고 기업의 비전 역시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이언스 파크에서 일정을 마친 후 마지막 일정인 홍콩과학기술원으로 이동했습니다. ASTRI로도 알려져 있는 홍콩과기원 설립은 예전의 금융 중심지 홍콩이 점차 그 입지를 잃어 가자 첨단 IT기업의 중심지로 변모하고자 하는 시도로 느껴졌습니다.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보석의 종류와 품질을 감정하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 재미있었고, 중국 정부가 열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3D 반도체 기술 개발에도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홍콩과기원의 교수들이 번갈아 발표를 하는데, 그 중 원장님이 발표한 내용 중 자율주행자동차의 상용서비스를 개시했다는 내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제가 우리나라에서 자율주행자동차 관련 법제 개정 법률자문을 했기 때문에 관련 분야에 관심이 많은데, 비록 법제가 갖춰졌지만 아직 우리는 여러 규제 때문에 시험 운행만 계속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발표가 끝난 후 원장님께 개인적으로 인사를 하고 제 소개를 한 후 홍콩에서 자율주행자동차의 상용서비스를 어떻게 시작했는지 묻자, 웃으면서 홍콩도 한국과 동일한 상황이고, 상용 서비스는 규제가 훨씬 느슨한 중국 선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답변을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저도 웃으면서 상황을 이해했다고 말했습니다.

빡빡한 일정의 업체 방문과 지원센터 방문이 끝난 후 후련한 마음으로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식사를 하면서 마오타이 미니어처도 마시고, 적당히 취한 상태로 홍콩의 야경을 구경하러 갔습니다. 오래 전 홍콩에 갔을 때 들렀던 빅토리아 산정에 올라 야경을 보니 홍콩도 많이 변한 것 같았습니다. 어두운 전망대에서 화려하게 빛나는 홍콩의 야경을 본 후 밤이 깊도록 술잔을 나누며 홍콩에서의 꽉 찬 연수를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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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과 국적국 사실조회 연구 보고대회

며칠 전 난민심사와 난민 소송에서 난민이 제출한 자료가 위조된 것이 아닌지 난민의 출신국에 사실조회를 하는 문제에 대한 보고대회가 있었습니다. 이 문제는 제가 부위원장으로 있는 대한변호사협회 난민이주외국인특위에서 지난 임기 때 연구를 했었던 것인데, 임기가 만료되기 전에 보고대회를 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해서 새로 위원회가 구성된 후 기존에 연구를 했던 위원분들 중심으로 보고대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난민 인정을 받기 위한 심사나 소송에서 가장 핵심은 난민의 진술이고, 이러한 원칙은 국제적으로 난민협약이나 유엔난민기구의 지침 뿐만 아닐 우리 대법원에서 확인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원칙에도 불구하고, 출입국사무소나 법원에서는 진술만으로는 쉽사리 난민 인정을 하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경우 물증을 제출해야 하는데, 급박하게 자신의 국가를 탈출해 해외 다른 국가로 온 난민에게 서류나 사진 등 자료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할 수 없이 고국에 있는 가족들이나 지인을 통해 자료를 어렵게 구해서 제출해도, 출입국사무소에서는 그 서류가 가짜라면서 위조됐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그 서류가 진짜라는 것을 확인하는 방법이 문제인데, 국적국 정부에게 난민신청을 한 것이 알려지면 고국에 있는 가족이나 지인들이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문제입니다. 실제 난민의 국적국 정부가 난민 신청자의 가족을 잡아서 수감시킨 사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실제로 진행했던 난민 사건들에서도 난민 신청자가 제출한 서류가 진정한 것인지 서로 주장이 엇갈렸는데, 난민 신청인은 가족들의 안전을 우려해 사실조회 동의를 하지 않으면 불리한 결과를 각오해야 하는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됩니다. 이런 상황을 설명할 때 저 역시도 난민 신청인에게 미안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보고대회에서 좌장을 맡아 연구 보고서에서 검토된 내용들을 살펴보니 이론을 비롯해 국내와 해외 사례들이 잘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난민 신청인들에게 이처럼 가혹한 선택을 강요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국제적 지위에 걸맞는 처분은 아닐 것입니다. 다만, 법원 입장에서도 난민 신청인들의 진술 이외에 어떤 자료들을 근거로 난민 인정을 할 것인지 고민이 많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이런 문제 상황은 반복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제는 무언가 해결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번 보고대회를 계기로 어려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합리적인 논의가 시작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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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에서 인생의 새로운 화살표를 그리다 4

긴 시간을 달려 마침내 영화화되기도 한 소설 향수의 배경인 그라스에 힘들게 도착했습니다. 그라스는 언덕을 따라 구불구불한 길이 아래로 이어져 있었는데, 아내가 가고 싶어 하는 식당 앞으로 갔더니 일방통행 도로였습니다. 천천히 진입을 했는데, 갑자기 앞에 서 있던 경찰관들이 손을 흔들면서 차를 세우더니 뒤로 돌아가라고 손짓을 했습니다. 알고 봤더니 내비게이션에 표시된 것과 달리 보행자 전용 도로여서 차가 들어갈 수가 없었던 것이라 다시 아래로 차를 몰아 공영주차장에 주차했습니다.

언덕길을 올라 원래 가려고 했던 식당에 도착하니 시간이 많이 지나서인지 속이 출출했습니다. 식당에 들어가니 전체적으로 깔끔한 인테리어에 밝고 선명한 식물 도안으로 벽이 장식되어 있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음식 맛도 좋고, 식당 여사장님도 친절해서 즐겁게 식사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식사 후 옆에 있는 수제 사탕 가게와 향수 가게에 들러 아내의 조카들에게 줄 막대 사탕과 저희 누나에게 줄 선물을 샀습니다. 향수 가게는 그라스에서 유명한 프라고나르 향수 회사에서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바로 옆에는 프라고나르 향수 박물관도 함께 있었습니다. 저희 부부는 내친 김에 향수의 역사도 한번 보고 가자는데 의견이 일치해서 박물관에 들어갔는데, 고대부터 현대까지 향수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병에 담겼는지를 볼 수 있었습니다. 전시된 내용 중 아기자기한 약병들이 제일 마음에 들었습니다.

프라고나르 박물관 아래에도 향수 상점이 있었는데, 상품도 다양했지만 그 포장지의 문양과 색감이 참 화려하고 예뻐서 사진을 한장 남겼습니다.

이제 그라스를 떠나 숙소가 있는 앙티브로 향했습니다. 코트다쥐르 해변에 위치한 앙티브는 프랑스에서 휴양도시로 유명한데 주변에 있는 니스와 다른 도시들을 방문하기 좋았습니다. 앙티브에 도착해 숙소에 짐을 푼 후 저녁 식사를 하러 밖으로 나갔습니다. 아내가 가고 싶어 했던 압생트 바를 찾아 30분 가까이 밤거리를 걸어가면서 거리의 많은 식당들과 술집들이 문을 닫을 것을 보고 혹시 코로나의 영향으로 여기도 문을 닫은 것은 아닐까 약간 불안했습니다.

안타깝게도 구글지도를 보고 찾아간 압생트 바는 문을 닫은 상태였습니다. 고흐가 즐겨 마시던 압생트를 파는 곳인데 문 앞에 아무런 공지는 없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문을 닫은 것 같았고, 아내와 기념으로 사진만 찍었습니다. 다음날 낮에 다른 곳을 가다가 문을 연 것을 보고 다시 찾은 압생트 바는 이제 술을 판매만 하고, 마실 수는 없는 곳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가게 사장님에게 들었습니다. 그래도 기념으로 녹색 악마의 술이라고 불렸던 압생트 미니 사이즈를 보니 귀여워서 하나 사들고 나왔습니다.

압생트 바에서 식사를 할 수 없어 옆에 있는 다른 음식점에서 식사를 했는데, 분위기나 맛이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지중해 연안이라 그런지 신선해보이는 채소와 해산물을 이용한 요리들이 잘 나왔습니다. 프랑스이니 당연히 와인도 한잔 곁들였습니다. 식사를 한 후에는 숙소로 돌아가 라운지 바에서 술을 한잔 주문했는데, 칵테일에 섞어 마시는 주스 종류를 물에 섞어 준 것이라 나중에 알고 나서 아내와 한참 웃었습니다.

다음날은 30분 정도 차를 몰고 가서 맑은 날씨의 니스를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군제대 후 유럽여행을 했었는데, 당시 파리를 떠나 야간기차를 타고 이른 아침 니스에 도착했었습니다. 마트에서 맛있는 천도복숭아를 사서 하나 먹은 다음 너무 졸려서 니스 해변가에 누워 2시간 정도 잠을 청했다가 다리가 화상을 입은 것처럼 붉게 익었습니다. 니스 바닷가에서 푸른 바닷물과 빛나는 모래를 보니 젊은 시절의 서툴었던 추억들이 떠올랐습니다.

해변을 본 후 우리는 니스 해변가에 있는 식당을 찾아 허기진 배를 채웠습니다. 식당 이름은 프랜친이었는데, 아내가 찾은 식당으로 랍스터, 뇨끼, 달팽이 요리가 유명했습니다. 저나 아내나 제대로 된 에스카르고 요리를 먹어 본 적이 없어서 이번 점심에는 에스카르고를 위주로 먹어 봤습니다. 시원한 레모네이드 한잔을 마신 후 다른 요리들을 함께 즐긴 후 기대했던 대로 맛이 좋아서 서로 나중에 다시 오자고 말하면서 식당을 나섰습니다.

식사 후에는 샤갈 미술관으로 갔는데, 주차를 하느라 좀 고생을 했습니다. 다행히 미술관 뒤쪽에 차를 댄 후 안으로 들어가 작품들을 살펴봤더니 노년의 샤갈이 활동했던 곳이라 그런지 우리가 평소에 알던 작품들보다는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 작품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아내는 천주교 신자인데 종교와 관련된 주제의 작품들을 보고 더 감동을 받은 것 같았습니다.

샤갈 미술관이 문을 닫을 시간이 되어 서둘러 다음 목적지인 에즈로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해변을 따라 가는 길이 생각보다 좁고 구불구불해서 예상보다 늦게 에즈에 도착했고, 가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다보니 계단을 올라 에즈 가장 높은 곳에서 주변 경치를 볼 수 있는 식물원이 이미 문을 닫은 후였습니다. 아쉽지만 식물원 앞에서 사진 한장을 찍은 후 계단을 다시 내려와 앙티브로 돌아왔습니다.

앙티브에 오자 이미 밤이 깊어 배가 많이 고팠습니다. 오늘 저녁은 어제처럼 문 닫은 곳이 아니라 제대로 된 곳을 예약해서 가자는 생각이 있었기에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인 라주르를 가게 되었습니다. 아담하고, 지하 동굴처럼 생긴 내부 구조를 가진 아라주르는 깔끔한 인테리어만큼이나 요리의 맛과 플레이팅도 훌륭했습니다. 아내와 저는 요리를 먹으면서 지금까지 프로방스에서 먹어 본 음식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이 가격에 이런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에 연신 감탄했습니다.

사진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요리가 꽤나 만족스러워서 제 얼굴에도 미소가 가득했습니다. 식사를 끝낸 후 아내와 여기도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오자고 말하면서 조용한 골목길을 거닐다 숙소로 돌아가 바쁜 하루를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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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6. 14. 에너지경제신문 칼럼 기고 – ‘시장주의’ 지역주택조합의 역설

저는 얼마 전 서울시에서 지역주택조합에 대한 실태조사에 참여했습니다. 국토교통부에서 지역주택조합을 규율하고 있는 주택법을 개정할 계획을 갖고 있는데, 서울시에서 현황을 파악해 제도 개선에 반영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것입니다.

사실 2015년부터 서울시에서 도시정비법에 따른 재개발, 재건축 조합들에 대한 실태점검이란 명칭으로 감사를 실시하면서 초기에는 조합 행정, 계약, 회계 등 곳곳에서 많은 문제들을 목도했습니다. 그 후 현재까지 40여개의 조합들에 대한 실태점검을 하면서 시간이 갈수록 상황이 개선되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 배경에는 서울시가 조합의 행정, 계약 및 회계 기준을 보다 세밀하게 정한 규정들을 시행했고, 나아가 이런 내용을 반영한 도시정비법 개정까지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지역주택조합에 대한 실태조사를 나가 보니, 제가 처음 실태점검을 나갔던 재개발 조합보다도 더 문제가 많아 보였습니다. 기준이 없는 조합 행정 업무, 계약 금액이나 성격과 무관하게 이루어지는 수의계약, 증빙자료 없이 지출되는 비용과 장부와 맞지 않는 회계처리까지 총체적인 혼란 그 자체였습니다.

국토교통부에서 며칠 전 이런 지역주택조합에 대한 관리, 감독 근거를 명확히 하겠다고 밝힌 것은 바람직해 보입니다. 다만, 주택법에 지역주택조합의 업무에 대한 규제 내용이 별로 없거나, 실효성이 없는 내용들이 많아 현행 조항만으로는 관리, 감독을 아무리 강화해도 문제를 막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차제에 민간사업으로 보아 시장의 자율에 맡기고 있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성격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해 보입니다. 이를 위해 도시정비법처럼 주택법의 조항들을 세세하게 규정하거나, 아예 도시정비법을 개정해서 지역주택조합도 도시정비법으로 규율할 필요가 있습니다. 차선책으로 정 안되면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추진위원회와 조합을 법제화하여, 지역주택조합의 정관 조항에 일정한 사항이 들어가도록 강제해야 합니다.

자재값 인상으로 공사비가 오르고, 이미 상승한 토지 가격까지 고려하면 부동산 경기가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사정이라면 지역주택조합의 사업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어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한 서민들의 고통은 점점 심화될 것입니다. 최근 지역주택조합 관련 비리와 법적 분쟁 기사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정부의 빠른 대처가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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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킹스와 분열의 정치

최근 넷플릭스에서 바이킹스라는 드라마를 재밌게 봤습니다. 앵글로 색슨족이 영국을 지배하던 시기, 스칸디나비아반도의 바이킹들이 영국을 침략하고, 프랑스에서는 노르망디를 지배했던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일부 상상을 가미한 역사 드라마입니다. 예전에 월터 스콧이 쓴 ‘아이반호’를 읽으면서 앵글로 색슨족과 바이킹이 시조인 노르만족의 갈등에 대해 알게 되기는 했지만, 그 이전에 바이킹들이 영국을 침략했던 것은 드라마를 보고 인터넷을 통해 역사적 사실을 살펴본 후 새롭게 알게 됐습니다.

바이킹스에서 주인공이었던 라그나르 로드브로크와 그 아들들의 인생과 모험 얘기도 흥미진진했지만, 그 후속작인 바이킹스-발할라는 단순히 재미를 떠나 제게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였습니다. 바이킹스의 이야기로부터 100년 정도가 흐른 후 크누트 대왕의 영국 점령을 배경으로 하는데, 영국에서 대왕으로 불리는 단 2명이 하나는 바이킹의 공격을 막아냈던 웨섹스의 알프레드 대왕과 그 이후 웨섹스를 비롯한 영국 전역을 점령한 바이킹 크누트 대왕이라는 사실도 흥미로웠습니다.

특히나 바이킹-발할라에는 크리스트교가 전래된 후 다수가 크리스트교로 개종하여 기존 오딘 등 전통신을 믿는 사람들과 분쟁이 발생하였습니다. 특히나 같은 민족으로서 영국을 침략해 점령하고자 하는 동일한 목표가 있지만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 반목하고, 죽이기까지 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말하는 소위 ‘뺄셈의 정치’, 서로 다른 것을 강조하면 분열과 전쟁의 시대가 바로 지척에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바이킹스에서도 주인공 라그나르 로드브로크는 척박한 스칸디나비아를 벗어나 영국에서 기름진 농경지를 받아 농사를 짓고 싶어 하기도 하고, 다른 바이킹들은 평화롭게 살 새로운 경작지를 찾아 아이슬란드, 그린란드, 심지어 북아메리카 뉴펀들랜드 섬으로 이주하기도 합니다. 라그나르 로드브로크가 죽은 후 오랜 시간이 흘러 여러 다른 종교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공존할 수 있는 곳은 ‘카테가트’라는 항구도시만이 남게 되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서로 조금이라도 다른 것을 강조하여 다른 것이 잘못된 것이라며 분열과 다툼의 시대를 재촉하는 세력이 있고, 상호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함께 공존하는 것이 평화와 번영의 길임을 강조하는 세력도 있습니다. 서로 다른 차이을 강조하는 정치를, 공존이 아닌 상대방을 절멸시키려는 정치로는 평화의 길이 요원합니다. 주변을 둘러싼 외부 환경이 위태로워질수록 우리 내부에서는 이러한 분열의 길을 벗어나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서양의 로마가 그랬고, 동양의 당나라가 그랬듯이 서로 다른 것을 용인하는 포용과 화합이 번영의 길이기도 합니다. 사실과 가상이 혼합된 역사 드라마만 봐도 알 수 있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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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4. 5. 에너지경제신문 칼럼 기고 – AI 시대에 걸맞은 새 제도 설계해야

주변을 살펴보면 인공지능을 활용해 새로운 사업을 하려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수익을 내는 기업만이 아니라 공공영역에서도 인공지능으로 기존에 제공하던 서비스를 혁신하거나, 새로운 서비스를 계획하기도 합니다.

문제는 최근 인공지능 발전 단계는 양질의 데이터를 이용해 보다 높은 성능의 인공지능을 만드는데 촛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성능이 뛰어난 인공지능을 학습시키기 위해 필요한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인공지능 개발에 필요한 비용 중 75% 이상이 데이터를 처리하는데 들 정도로 데이터 처리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소중한 데이터를 확보했는데, 그 데이터에 개인정보나 저작권이 있는 정보가 있다면 그 데이터를 이용할 수가 없게 됩니다. 개인정보 보호나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규제가 있지만, 사실 구체적 상황에서 맞닥뜨리는 수많은 문제들은 기존 규제에 대한 해석으로도 완전한 해결이 쉽지 않았습니다.

인공지능 학습에 데이터를 활용하는 시대에는 이런 난관을 넘어서기 위해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방안까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주에는 이러한 내용을 중심으로 칼럼을 기고했습니다. 인간이 개인정보나 지적재산권 침해의 주체이던 시대에서 인공지능이 주체가 되는 새로운 시대가 오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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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로부터 버림받은 국가유공자와 가족들

며칠 전 제가 원고를 대리해 맡았던 사건에서 청구 기각 판결을 받았습니다. 법원에서 소송구조를 받았던 원고가 상담을 요청해서 상담을 한 후 담당했던 사건입니다. 제 할아버지도 한국전쟁 당시 부상을 입어 제대 후 힘겨운 삶을 살다 돌아가셨고, 최근에서야 아버지께서 대신 훈장을 받으셨던 일이 있어 어려운 사건이지만 원고를 도와드리고 싶었습니다.

원고의 부친은 한국전쟁 당시 박격포탄에 눈을 잃고,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제대 후 사망하셨습니다. 유복자였던 원고는 이후 모친이 재혼을 하면서 고아가 되었고, 어린 시절 할머니를 어머니로 알고 성장하다가 할머니도 돌아가시면서 친척집을 떠돌게 됐습니다. 당연히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했던 원고는 이후 사회에 나가서도 아무것도 없이 많은 고난을 묵묵히 견뎌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갖은 고생을 하다가 60여년이 흐른 후 원고는 국가를 상대로 자신의 부친이 국가유공자라는 것을 인정해달라는 소를 제기했습니다. 이런 원고의 청구에 대해 보훈청은 원고의 부친이 한국전쟁 당시 부상을 입었다는 증거를 대라고 반박했습니다. 물론, 아버지를 본 적도 없는 원고가 그런 증거를 가지고 있을 턱이 없었고, 그 증거는 사실 국가가 보관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원고가 기나긴 소송 과정에서 부친의 병적부와 육군병원에서의 치료 기록을 찾아냈고, 그 기록의 내용을 부인할 수 없었던 보훈청은 결국 원고의 부친을 가장 등급이 낮은 공상군경 7급으로 인정해줬습니다. 육군병원의 기록에 원고 부친의 양안 시력이 0.2, 0.1로 기록되어 있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하지만 원고 부친이 제대한 후 같은 마을 옆집에 살았던 사람들은 원고의 부친이 양 눈을 실명했고, 제대 후 치료를 받지 못하다가 1년 후 사망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원고는 이에 다시 7급은 너무 등급이 낮다며 등급 부여를 취소하고, 부친의 부상과 사망이란 희생을 반영할 수 있는 등급을 부여해달라며 소를 제기한 것이었습니다.

이번에도 보훈청에서는 기존처럼 원고의 부친이 양 눈을 실명하였다거나, 그로 인해 사망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자신들의 7급 등급 부여도 여러 사정을 반영한 너그러운 성격의 처분이었다는 주장을 반복했습니다. 정황상 원고의 부친이 군 복무 중 부상을 입었을 때나 그 이후 제대했을 때도 국가는 제대로 치료를 해주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국가는 국가를 위해 자신의 삶을 바친 원고의 부친을 외면했고,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런 부친의 명예를 회복하겠다며 소를 제기한 원고에게는 부친이 얼마나 부상을 입고, 왜 사망했는지 증거를 대라며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최근 보훈청이 보훈부로 승격된 이유는 원고나 원고의 부친 같은 국가유공자들의 헌신을 제대로 기리고 대우하기 위한 것일테지만, 실제 현실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국가유공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시혜를 베푼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이나 영국 등 다른 선진국에서는 국가유공자 인정과 관련한 자료를 국가가 수집하도록 하고, 그 입증책임을 국가가 지도록 하거나 입증 정도를 완화하고 있습니다. 그런 자료들은 그 성격상 원래 국가가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고, 개인이 갖고 있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원고가 국가유공자로 인정될 사실과 증거를 모두 주장하고 제출해야 합니다. 법원도 법률이 그렇고, 대법원 판례가 그러니 어쩔 수 없다며 손을 놓고 있습니다.

국가가 증거를 갖고 있음에도 개인인 원고에게 그 증거를 제출하라고 하는 모순된 상황, 이런 증거의 편재 때문에 많은 국가유공자들이나 그 가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여전히 승산없는 싸움을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국민이 국가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하고, 국가가 국민을 제대로 대우하는 것은 바로 국가라는 공동체를 위해 희생한 분들에게 합당한 대우와 예우를 갖추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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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철, 변호사로 의미를 남기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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